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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ㅣ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4
나쓰메 소세키 지음, 오유리 옮김 / 문예출판사 / 200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무미건조.라고 표현해도 크게 실례는 아닐 듯한 심심한 서사인데
매우 집중해서 속도감있게 읽게 된다.
1910년대 배운 남자의 쪼잔함이 왠지 낯설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르고.
자신 앞을 걷고 있는 사람에 대한 동경과 그 동경의 실체가 허무할 수도 있다는 예견된 결말 때문일지도 모르고.
˝이해시킬 방법은 있지만, 이해시킬 용기가 없는˝ 사람의 마음에 강하게 이입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고.
뭔가 고풍스러운 기운이 이끄는 기분으로 읽었다.
나는 이런 식으로 자주 선생님으로부터 반갑지 않은 거리감을 느꼈다. 선생님은 그 점을 눈치채고 있었던 것도 같고,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것도 같다. 나는 그 후로도 자주 섭섭함을 느꼈지만 그런 이유로 선생님과 소원해질 생각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그와는 반대로 섭섭한 마음이 들려고 할 때마다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다. 더 다가가면 갈수록 내가 예상하는 어떤 것이 언젠가 눈앞에 모습을 드러내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어렸다. - 17
˝나는 외로운 사람입니다˝하고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그래서 당신이 나를 찾아와주는 게 기쁩니다. 그래서 왜 그렇게 자주 오느냐고 물은 겁니다.˝
(......)
˝나는 외로운 사람입니다˝라고 선생님은 그날 밤 다시 한 번 이전에 하셨던 말씀을 반복하셨다. ˝나는 외로운 사람입니다만 때에 따라선 댁도 외로운 사람 아니오? 나는 외로워도 나이를 먹었으니 흔들리지 않고 견딜 수 있지만 젊은 당신은 다르지요. 움직일 수 있는 만큼 움직이고 싶을 거요. 움직이면서 무엇엔가 충돌해보고 싶을 거란 말이오.˝
˝전 조금도 외롭지 않습니다.˝
˝젊은 것만큼 외로운 것도 없지요. 그렇지 않다면 왜 당신은 그렇게 자주 날 찾아오는 겁니까?˝
여기서도 이전에 했던 이야기가 다시 선생님의 입에서 반복되었다.
˝당신은 나를 만나도 아마 어딘가에는 외로움이 남아 있을 거요. 나에게는 당신을 위해 그 외로움의 뿌리를 끄집어낼 만큼의 힘은 없으니까요. 당신은 이제부터 밖을 향해 팔을 벌려야 할 겁니다. 그때부턴 내 집 쪽으로는 발길을 돌리지 않게 되겠지요.˝ - 27
나는 인간이란 존재가 정말이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인간은 거스를 수 없이 타고난 가변적인 존재임을 절감했다. - 115
자유를 얻어서 이제 말을 한다. 그러나 그 자유는 다시 영원히 소실되어버릴 것이다. - 168
2016. J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