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올해의 문제소설 - 현대 문학교수 350명이 뽑은
한국현대소설학회 엮음 / 푸른사상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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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12편의 올해의 문제? 소설.

이 중 이미 반은 읽은 작품이었다.

한국현대소설학회라는 단체가 있는지는 이번에 처음 알았고,

무엇보다 올해의 문제 소설을 선정하고 엮어내기 전에

이 책의 디자인과 타이틀은 좀 문제가 있지 않나.... 생각했다.

좀 후졌...고, 일단 만듦새라는 것이 좀 그렇다.

여전히 좋았던 작품은 좋았다. 난 진짜 요즘 한국문학 좋아하는 것 같음...

멀리 보이는 첨성대를 등대 삼아 그 길을 걷노라면, 들판에 내려앉은 어스름 너머로 황남동 인가의 불빛들이 나지막이 반짝이는 것이 보입니다. 그쪽을 바라보며 계속 걸어가면 빈 들판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멀고 가까운 무덤들이 서로 겹쳐졌다 멀어지지요. 그 풍경을 바라보는데,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더군요. 달은 천 년 전의 달과 똑같은데, 사람은 한번 헤어지고 나면 영영 다시 만나지 못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렇게 걸어가는 발걸음에 따라 서로 겹쳐졌다 멀어지는 무덤들을 바라보며 어스름 속을 걷는데, 시원한 저녁 바람에 기분이 좋아져 하하하 호호호 서로 농담하고 웃는 관광객들 중에 내가 우는 걸 눈치 챈 사람은 아무도 없더라고요. 그래서 좋았다는 거예요, 내 말은. 아무도 내가 우는 줄을 몰라서. 여러분들도 울고 싶으면 마음껏 우셔도 됩니다. - 저녁이면 마냥 걸었다, 김연수

망각했으므로 세월이 가도 무엇 하나 구하지 못했구나. - 몰 : mall :沒 , 임성순

2018. m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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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계속해주세요 - 한일 젊은 문화인이 만나다
문소리 외 지음 / 마음산책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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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문화인의 대담집.

소설가와 건축가와 배우와 감독과 사진작가, 연출가, 일러스트작가 들이 각자의 나라에서 한번씩 두번의 대담을 나눈다.

기본적으로 둘 사이의 대화이지만, 관객을 염두에 둔 것이니 흥미로운 부분이 없지 않다.

소설가의 대담이 특히 관심있는 부분이었고, 좋아하는 작가의 일면을 알게 되어 좋았다.

그나저나 김중혁 작가 인터뷰 스킬이 상당하다고 느껴졌다.

역시 방송을 많이 해야... 인지도:)

밑의 글은 언제고 한번 써먹어 볼까 하는 생활의 지혜. ㅋㅋㅋ

저한테는 아주 긴장될 때 하는 마인드컨트롤이 있는데, 머릿속으로 ‘나는 금동반가사유상이다. 금속이다, 배고 안 아프고 땀도 안나고 아무 생각 없이 평온한 금동반가사유상이다’하고 중얼거려요. 혹시나 사람들 앞에 설 때 많이 긴장하시는 분들이 있을까 싶어 말씀드려요. - 정세랑. 217

2018. m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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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범 (리커버 특별판, 양장 합본)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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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3권으로 나눠 있던 모방범이 합본으로 리커버 출간되었길래 샀는데...

두둥 극사실주의 벽돌 두개 부피의 책이 왔다.

이렇게 할말이 많은가 싶은 기분이었는데,

서사의 방식을 보니 충분히 납득할만한 분량이다.

범죄자의 시점, 피해자의 시점, 유가족의 시점, 저널리스트의 시점, 경찰의 시점 ....

외에도 까메오 출현에 불과할 듯한 캐릭터에도 사연과 볼록한 환경을 만들어 놓은

그야 말로 미미 월드.

개인적으로는 범죄자의 시점이 주가 되는 2부는 짜증스럽고 지루했는데,

이것은 평소 범죄사건을 바라보는 내 시각이 드러나는 부분 같다.

구구절절 범법자, 가해자의 변명을 듣고 싶어하지 않는(우리는 너무 많은 변명을 들어주고 있는게 아닐까 생각한다) 성향.

결국 지지 않아야 한다는 말을 하려고 이 긴긴 말을 한 것일까.

재미는 있었지만, 범죄자와 가해자의 가족 분량은 어쩔 수 없이 짜증이 솟구쳤고, 결말은 취향은 아니었다.

아니 뒤집어서 말하면, 그런 막연한 사회적인 분위기에 호응해 이런유의 범죄가 일어나는 게 아닌가 하고 다케가미는 생각했다. 오해를 각오하고 말하자면, 범죄란 ‘사회가 갈구하는’ 형태로 일어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 106

선생, 나는 놈들이 그런 식으로 죽어서 오히려 덕을 봤다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저도 그렇습니다.
아사이 유코는 눈동자에 분노의 빛을 띠며 말했다.
구리하시와 다카이의 사고사를 천벌이라고 평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저는 그 의견에는 절대로 반대입니다. 놈들은 자신들이 저지른 죄에 걸맞는 벌을 받지 않았습니다. 뻔뻔스럽게도 벌도 받지 않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잊혀지고 말 겁니다. 그건 정말 옳지 않아요. 정말로 천벌이라면 그래서는 안 될 겁니다. 천벌이란 그렇게 부당하지 않아야 합니다. - 1054

사건이 이 사람의 인생을 완전히 파괴해버린 것이다. 지금 여기 이렇게 앉아 있는 노인의 발치에는 그가 성실하게 일하며 지켜온 인생의 파편이 우수수 떨어져 있다. 한 걸음을 뗄 때마다 이 사람은 그 파편을 밟고, 그것이 부서지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 1108

만일 정말로 진범 X가 따로 있다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물러나지 않는 기자에게 미야케 미도리의 아버지는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대답했다.
만일? 난 만일이란 표현을 그런 식으로 사용하지 않아요. 만일 미도리가 살아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뿐이요. 그게 아닌 만일은 생각해볼 여유도 없습니다.
신이치는 마에하타 시게코에게 유족의 심정에 대해 말한 적이 있었다. 미야케 미도리의 아버지의 그 발언은 바로 그런 심정을 그대로 나타내는 것이었다. - 1271

2018. m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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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희와 나 - 2017 제17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
이기호 외 지음 / 다산책방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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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적 폭력, 지속적인 재난.

한국 문학 단편들을 보면 아무래도 사회적 문제에 집중되어 있는 주제들을 접할 수 밖에 없다.

개인의 삶을 이야기 하는 작품이 없는게 아닌데도 임펙트있는 이야기가 그 방향이기 때문일까.

학교폭력, 여성혐오, 희망없는 중산층, 나락에 가까운 저소득층, 인재라고 불리우는 재난들.

황순원 문학상 수상작품집은 이에 앞서 읽은 몇권의 단편집들과 겹치는 부분이 많았다.

그래서 조금 흥미가 떨어졌지만, 이는 이 책을 나중에 읽었기 때문이지 재미가 없어서는 아니다.

구병모의 <한 아이에게 온 마을이> 섬찟하게 좋았다.

내겐 환대 라는 단어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어느 책을 읽다가 ‘절대적 환대’라는 구절에서 멈춰 섰는데, 머리로는 그 말이 충분히 이해 되었지만, 마음 저편에선 정말 그게 가능한가, 가능한 일을 말하는가, 계속 묻고 또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신원을 묻지 않고, 보답을 요구하지 않고, 복수를 생각하지 않는 환대라는 것이 정말 가능한가, 정말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않는 일이 가능한 것인가, 그렇다면 좌와 사람은 어떻게 분리될 수 있는가, 우리의 내면은 늘 불안과 절망과 갈등 같은 것들이 함께 모여 있는 법인데, 자기 자신조차 낯설게 다가올 때가 많은데, 어떻게 그 상태에서 타인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가...... 나는 그게 잘 이해가 되질 않았다. 나 자신이 다 거짓말 같은데...... - 33

그 어떤 불편도 부작용도, 정주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모습으로 원하는 사람과 함께 있지 못하는 것보다는 나았다. 정주는 문득 러시아워에 어깨를 부딪치거나 서로 발을 밟고 밟히는 사이였던, 다시 스쳐갈 일 없으며 형상이 떠오르지 않는 수천수만의 얼굴들이 그리워졌다. 누구도 정주를 알지 못하며 정주 또한 그들을 모르는 세계에서의 불안과, 서로에 대해 잘 안다고 믿어 의심치 않으나 실상은 아는 것이 없는 세계에서의 안식 가운데 선택을 요하는 문제에 불과했다. 환멸과 친밀은 언제라도 뒤집을 수 있는 값싼 동전의 양면이었고, 이쪽의 패를 까거나 내장을 꺼내 보이지 않은 채 타인에게서 절대적 믿음과 존경과 호감을 얻어낼 방법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 113

2018. m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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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제리의 유령들 - 제23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황여정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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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빡 속을 뻔했다.

검색을 하려다 참았는데 그 이유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라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였다.

심사평을 읽다보니 안찾아본 일이 왠지 이긴 기분이 된다.

거짓과 진실의 혼재.

문학에서 마주치는 실제같은 거짓들은 간혹 불쾌감을 유발하기도 한다.

속아서가 아니라 실망해서?

아무튼 약간의 승리감에 도취되어 리뷰를 쓰자니 방금 읽고 되새김질 하며 이 작품을 생각하는 기분이 묘하다.

연애물인가? 역사물인가? 존재에 대한 철학을 이야기 했나?

모든 요소들이 삐뚜름하게 꼿혀있는 것 같았다.

제대로 각을 맞춰 세워두었다면 매력이 반감 되었을 것만 같다.

그 모습은 뭔가 그 사람의 전부를 말해주는 것 같았어요. 한데 그게 뭔지는 끝내 모르겠더군요.(p.57)

아마 이야기 속 이 대사가 독서 후 느끼는 내 감정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전부를 말했는데, 왜 모르겠는 기분일까.

잔을 부딪친 뒤 술을 입에 털어넣었다. 빈 잔을 내려놓는데 문득 뭔가가 함께 풀썩 내려앉는 기분이 들면서 나도 모르게 눈이 뜨거워졌다.(p. 105)

아마 이런 기분.

그렇지만 즐거운 독서였어. 추천한다.

당신의 등을 한참 보고 있자니 누군가의 등을 이토록 한참 본 적이 있었던가 싶었다. 등이라는 건 보고 있으면 그저 한참 보게 되는구나. 생각했다. - 72

저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저들에게 끝없는 빛을 주소서. 소주 두 병을 모두 비운 뒤 입당송을 좀더 들었다.
어째서 살아 있는 이들을 위해서는 노래하지 않는가.
처음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결론은 금방 내려졌다.
레퀴엠이니까.
하지남.
노래의 주인은 노래를 듣지 못한다. 노래를 듣는 자는 노래의 조인이 아니다. 노래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 93

의미를 정확히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서로의 이름을 지어준다는 건 아주 멋진 일 같았다. 무엇보다 이름이란 용기를 내기 위해 필요하다고 말하는 부분이 좋았다. 자신의 이름이 그저 우연히 생긴 게 아니라고 생각하니 어딘가 뭉클했다. - 146

2018. m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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