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겔 스트리트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92
V.S. 나이폴 지음, 이상옥 옮김 / 민음사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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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을 다 읽어야만 할까? 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딱 싫은 인물들의 이야기.
예를 들자면 사내다운 여자 장사꾼.. 같은거.
그저 서로가 서로만큼 불행에 발을 담그고 진창에서 첨벙거려야만 수월하게 굴러가는 마초 공동체의 이야기.
이런 얘기는 진짜 신물나게 많이 봐서, 감흥도 감동도 없을 뿐더러..

트리니나드 판 보통사람들(이라고 쓰고 옛날의 후진사람들이라고 해야할까), 윤리도, 도덕도 선량함도 기준점이 너무 낮다. 가정 내 폭력이 일상인 시대와 장소라는 것은 잘 알겟는데, 비록 아들, 딸 특히 아내를 구타하지만 뭔지 모르게 시대의 아픔을 간직한 사내들...이라는 것 자체가 구태하다.

식민 사회의 윤리적 타락을 보고 싶다면 뭐... 그러나 입맛이 쓴 독서다.

오랜 시간 억압받고 개인의 발전에 전혀 기여해주지 않는 국가에서 국민들은 자기 모멸과 비하에 사로잡힌 채 권태롭고 부도덕한 일상을 살아간다는 이야기.
삶이 나아질거라는 희망이 완벽하게 제거되면 인간은 필연적으로 그렇게 되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기엔 인간에겐 그 반대의 필연이 존재하지 않는지.

2019. N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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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순정만화 - 그때는 그 특별함을 알아채지 못했던 수많은 여성들의 이야기 ㅣ 아무튼 시리즈 27
이마루 지음 / 코난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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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만화를 보며 자란 역사로 자신의 정체성을 선언?한 저자의 만화사랑이 지극하다.

어려서 종종 읽던 만화잡지와 단행본들의 이야기는 반갑기만 한데, 어째서인지 그 많은 만화잡지 이야기에 ‘댕기‘가 없네? 그를 인지한 이후 나는 ‘댕기는?? 댕기는!!‘의 마음이 되어버려 약간 집착적으로 후반부를 읽고 말았다.

우리나라 만화와 만화가도 언급되지만,, 양적인 측면에서 방대했던 일본만화에 대한 부분이 상당해서 모르는 만화들도 꽤 된다.

처음 이 이야기를 쓰자라고 생각했을 땐, 즐거운 수다같은 작업이 될 줄 알았다던 저자. 그 말이 뭔지 잘 알 수 있다.
추억을 끄집어 내보면 즐거운 것들만 매달려 나오는 건 아니니까.
그 때의 후회와 슬픔, 아쉬움, 안타까움도, 즐거움과 만족감과 더불어 주렁주렁....

어쨌든, 추억에 잠기는 기억을 일깨우는 에세이.

- 최근 많은 여성 소비자가 여자들의 이야기에 환호하는 심리는 ‘남자가 나오는 이야기가 꼴보기 싫다‘는 것보다는 ‘여자 캐릭터의 고유성을 존중하지 않는 남자들 이야기를 더 보고 싶지 않다‘에 가까울 것이다. 이야기 주인공의 성별이 남성이긴 하지만 나를 포함한 인간 보편의 이야기일 것이라 믿고 그토록 수많은 소설과 영화를 열심히 보고 공감했는데, 사실 남성 창작자들은 여성 독자인 나를 인간의 범주에 넣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의 충격. - 53

- 5년 전쯤 한 출판사와 출판 아이템을 고민하다가 ‘한국 순정만화 아카이브‘를 만들고 싶다고 제안서를 보낸 적이 있다. 거절의 답변은 이랬다.
˝너무 협소한 독자층을 겨냥한 책이 되지 않을까요. 다만 이런 제안을 하셨다는 점에서 에디터님이 순정만화를 많이 좋아하신다는 건 알겠습니다.˝ - 57

2020. Fe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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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드
닉 클라크 윈도 지음, 윤미선 옮김 / 구픽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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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여 노력해 얻는 지식과 직관이 사라진 미래. 언뜻 보기엔 편리한 전능의 시대인 듯한 그 세상은 피드가 전격적으로 다운되면서 악몽이 시작된다.
아무것도 습득하지 못한 아기같은 두뇌가 되는 일도 청천벽력인데 설상가상 피드를 이식한 자, 피드를 이식한 자에게서 태어난 인간까지 정신줄을 붙들고 있지 못하면 다른 영혼?의식이 자신을 지배하게 되는 소름끼치는 설정.
정체불명의 침입자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간은 서로를 믿지 못하는 피폐한 모습으로 변해간다.

행운으로 주어졌던 문명의 이기들이 사라지고, 타인에게 신체를 빼앗겨 자신은 사라져버리고, 아이들도 약탈당하는 그 혼돈의 와중에 적대하던 이들이 극적인 소통과 화해를 이뤄내고, 결국 지구의 역사를 다시쓴다... 는 이야기. 문명 회귀 해피엔딩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디스토피아를 그린 소설들을 접할 때마다, 현재 지구 파괴 수준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 본다. 운이 좋다면 내가 생존해 있는 동안은 살던 대로, 혹은 조금이라도 지구인들이 경각심을 가지고 전 지구적 노력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지도 모르지만, 사실 그 확률은 거의 제로에 수렴하는게 아닐까. (환경소녀라 일컬어지는 툰베리에 대한 모함과 혐오를 보면...)
아무래도 가속화되는 기후변화로 우려하던 대재앙이 닥친다면 운 좋게 즉사하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렇지 않다면 분명 노년의 모습으로 그 재앙을 겪어내야 할텐데, 나는 과연 소설 속 캐릭터 처럼 생존자들과 더불어 상황을 잘 이겨나갈 현명한 노인이 될 수 있을까 싶어 우울해지기 마련이다.
일단 체력이라도 길러둬야 하지 않나 하는 생뚱맞은 생각까지 이어진다.

어쨌거나 영상화하기 여러모로 최적화된 이야기다. 단점이라면 몹시 클리셰 범벅이라는 것이지만(장면장면이 이미 어디선가 영화, 드라마, 소설로 본듯) 암울한 미래에 대한 상상은 뭐 거기서 거기니까 라고 생각한다.

- 정신분석학자들은 과거가 현재에 숨쉬고 있다는 말을 즐겨 한다. 하지만 나는 미래 역시 현재에 녹아 있다고 말하고 싶다. 미래란 우리가 향해 가는 목적지가 아니라, 지금 우리 마음속에 있는 어떤 아이디어인 것이다. 미래는 우리가 창조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미래가 우리를 만들기도 한다. 미래는 현재를 형성하는 판타지와도 같다. - 스티븐 그로스

- 피드는 내가 될 수 있는 사람 이상으로 나를 만들어줬죠. 그리고 나는 혼자가 아니었어요. 그 완전한 지식과 함께......
지식이 아니라 행복한 무지였겠지.
내가 바라던 모든게 그 안에 있었다고요!
하지만 자네는 그저 지식의 통로였을 뿐이야. - 93

- 기술은 인간의 윤리 수준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했어. 그래서 세상이 이 모양이 된거라고! 인간의 돈에 대한 욕심 때문에...... - 338

2020. J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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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베카 (초판 출간 80주년 기념판)
대프니 듀 모리에 지음, 이상원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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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돈많은 중년부인의 동행인으로 고용된 여행중 맥심 드윈터를 만나 그의 새로운 아내로서 전부인 레베카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맨덜리로 귀향한다.

뛰어난 심리묘사와 인물들 간의 격돌도 흥미진진하다.

초반의 이야기가 쭈굴한 자아의 ‘나‘라는 존재가 인정받느냐 아니냐, 한 사람의 몫으로 성장하느냐 마느냐의 자존감 생존기라면, 후반부는 사건의 전말이 밝혀진 상황에서, 숨기고 속이고 본령이 드러날까 두려워하는 심리 묘사의 향연이다.
‘나‘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평가하고, 타인의 시선 속에서 움츠러드는데, 그런 강박적 심리적 자해는 애정의 결핍에서 비롯되고 (알고보니)자신과 마찬가지로 결핍된 인간의 지지로 뭔가 거듭난다는 것이 좀 아이러니 하긴 하다.

그에 반해, 레베카의 존재감은 강렬 자체. 밑도 끝도 없는 제멋대로 악인의 캐릭터로 존재하지만, 스스로의 운명에 도전하는 인간으로서의 모습은 단순하게 정의내리기 힘들다. 1938년의 레베카는 모호한 악인이라면 2020년의 레베카는 오히려 한층 매력적인 메인 캐릭터가 아닐지.

- 레베카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았어요. 드윈터씨도 사랑하지 않았고, 그 누구도 사랑하지 않았습니다. 남자들을 경멸했으니까요. 남자들보다 뛰어난 분이었으니 그럴수 밖에요. - 530

2020. J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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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킬 수 있는
문목하 지음 / 아작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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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너무 돌이킬 수 있는 것이 문제적인 이야기다.
끝없이 반복되는 역사, 어쩌면 수백만번 유사 경험을 반복해도 또 변함없이 불가항력의 실수와 고의적인 누락을 반복하는 것이 어리석은 인류이기 때문에.

알수 없는 이유로 싱크홀이 생겨나고 그로인해 대량 실종, 사망이 생겨나고, 생존자는 초능력을 얻고, 그 다름은 배제의 대상이 되고....
이 쯤에서는 생존자와 일반인의 반목을 예상하지만, 이 이야기에선 생존자끼리 방관하고 그들을 교묘히 배척하러는 자들로 인해 서로를 파멸하는 행위를 반복한다. 흥미롭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극단들의 모습이 형상화 된 듯한 아포칼립스.

- 내 말을 어떻게 믿고.
직전까지 믿어주는 게 인간적이니까요. - 37

- 눈물로 올라갔죠. 울고 소리 지르면서 시신을 밟고 갔어요. 지금 흘리는 눈물 한 방울 때문에 탈진해서 죽을지도 모른다고 이경선이 나무랐지만 결국 사람들 눈물을 완전히 멈추는데 성공하진 못했죠. 세상에서 가장 깊은 무덤에서 올라가고 있는데, 어떻게 곡을 하지 않고 기어갈 수 있겠어요. - 191

- 넌 내가 두려워서 죽인게 아니라 날 두려워하지 않았기 때문에 죽인거야. 명령을 받아서 어쩔 수 없이 그랬다고도 감히 말하지마. 넌 명령을 받았을 뿐 아니라 거기 있던 사람들에게 똑같은 것을 명령했으니까. 그런 짓을 한 적 없다고 억울해 할 필요도 없어. 지금의 네 머리통엔 그런 기억이 없어도 내 머릿 속엔 생생하게 있거든. 네가 열번이고 백번이고 날 조준했던 그 무덤덤한 얼굴이. - 224


2020. J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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