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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브로디 선생의 전성기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60
뮤리얼 스파크 지음, 서정은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2월
평점 :
묘한 이야기.
나의 사랑하는 파시스트 선생님에 대한 회고랄까.
아름답고 매력적이지만 묘하게 꼬여있는 내면을 그를 사랑하고 동경하던 학생이 관찰, 서술하는 이야기다.
브로디 선생은 자신의 전성기에 집착하고 자신의 복제품을 만들고픈 욕망을 선생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실현하려 한다. 학생들에게 필요한 지식과 경험을 선동적으로 차단하고(그 경험이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스스로 판단해야 할 일), 사실 딱히 교묘하지도 않은 방법으로 교묘하게 아이들을 조종하는 문제의 캐릭터.
그래서 어쩌면 특정 인종이 우월하다는 주장, 인종 개량 같은 극도로 유해한 정치적 구호를 외치는 파시스트는 진 브로디 선생을 위한 맞춤한 자리였을지도 모른다.
내가 더 진보적인 학교에 지원해야 한다는 거야. 내 수업 방식은 블레인보다 그런 학교에 적합하다면서. 하지만 내가 그런 허접한 학교에 지원할 일은 절대 없어. 난 이 교육 공장에 남을 거라고. 여기서 밀가루 반죽을 부풀릴 효모 역할을 해야지. 아직 말랑말랑한 나이의 소녀를 내게 주면, 그애는 영원히 내 것이 될 거야. - 13
영원히 내 것이 될거야... 라고 꿈을 꾸는 얼굴로 말하는 장면을 떠올리니 스릴러 분위기가 훅 끼쳐 오지만, 사실 이 이야기는 자신의 현실이 전성기라고 자기 암시를 하는 브로디 선생이 무너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학생들과 아름다운 사제관계를 만들어가고, 아름답고 격정적인 연인이 있으며, 스스로 문학적으로 고양된 삶을 살고 있다는 착각들이 하나씩 부서지는 과정.
붕괴의 과정이 아름다워서 이 이야기가 매력적인 것은 아니다. 존경과 확신, 선망의 마음에 스스로 균열을 내 성장한 학생들 개개인이 존재해서 (그들 개인의 성공과는 무관하게) 매력적인 이야기다.
그럼 로즈가 배신했을까?
브로디 선생의 징징대는 목소리 - ‘날 배신한게, 날 배신한 게......’- 그 소리가 샌디는 거슬리고 짜증스러웠다. 이 성가신 여자를 배신한게 벌써 칠년 전 일이군. 샌디는 생각했다. 브로디 선생은 뭘 ‘배신’이라 얘기하는 걸까? 샌디는 다른 사람의 비판에 바위처럼 무심했던, 배신 따윈 당할 수 없던 과거의 브로디 선생을 찾기라도 하듯 창밖의 언덕으로 다시 시선을 돌렸다. - 80
이렇게 우회적인 방식으로 샌디는 브로디 선생이 그런 인물이 된 이유, 더이상 견딜 수 없게 된 다른 독신 여성들처럼 술독에 빠지는 대신 이국적이고 자기파괴적인 도취에 빠짐으로써 그토록 특이하게 스스로를 고양시키게 된 이유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 144
2018. m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