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테 안경 ㅣ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
조르조 바사니 지음, 김희정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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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다고 하도 극찬을 한 것을 들어서 기대를 너무 많이 했나보다.

파디가티가 편안하고 즐겁고 품위있는 마을 의사 역할만을 성실히 수행했다면 쓸쓸하게 끝나지는 않았겠지.

수상한 시절에 남들과 다른 이들이 겪어야 했던 어떤 것.

마침내 그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 햇살이 밝은 낮에는 그에게 최대한 경의를 표하고 밤에는 산로마노 거리의 인파에 떠밀려 그의 곁에 바싹 붙어 서게 되더라도 알아보지 못한 듯 행동하는 것. 영화 <지킬 박사와 하이드> 속 프레드릭 마치처럼 의사 파디가티는 두 삶을 살았다. 하지만 누군들 안 그렇겠는가? - 20

하지만 남들과 다르지 않은 사람이 과연 있기는 할까.

나는 잠자코 있었다. 델릴리에르스와 파디가티를 생각했다. 한 명은 가해자, 다른 한 명은 피해자. 보통 피해자는 가해자를 용서하고 받아들인다. 하지만 나는 아니다. 파디가티는 나를 잘못 봤다. 증오가 아닌 그 어떤 다른 것으로는, 나는 결코 증오에 대응할 수 없을 것이다. - 125

증오가 아닌 다른 것으로는 내가 처한 부당함을 대변할 수 없다고, 너희들이 나를 밀어넣은 유배지에서 나는 기쁜마음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선언.

세상이 다시 나를 받아준다고 얼핏 관용적인 제스처를 취한다고 해도, 그것은 결코 그들의 진심이 아니라는 것. 그 사실을 아무일도 아니었다는 듯 잊을 수 없다는 것.

언제나 세계는 불평등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나, 그 불평등함이 제도적인 힘을 가지는 것은 최대한 막아야 하는 과제가 있는것 아니겠는지.

아버지의 기쁨은 부당하게 쫓겨났다가 선생님의 복귀 명령을 받고 교실로 돌아온 학생의 기쁨과 같았다. 삭막한 복도에 영영 추방되어 있으리라는 예상과 달리 갑작스럽게 친구들이 있는 교실로 돌아가는 것이 허락된 그 학생은, 벌칙을 면했을 뿐 아니라 아무 잘못이 없음을 인정받고 완전히 명예를 회복했다고 기뻐한다. 결국 아버지가 그 아이처럼 기뻐하는 것이 옳지 못한 걸까? 나에겐, 그렇다. 지난 두 달 동안 내게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았던 고독감이 바로 그 순간 한층 더 심해졌다. 총제적이며 결정적이었다. 나는 나의 유배지에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절대로. - 142

2018. j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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