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노래
레일라 슬리마니 지음, 방미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11월
평점 :
품절


서툴게 부모가 되어갈 수 밖에 없는 현대사회에서 인간과 인간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주변에 육아로 힘겨워하는 이들을 볼 때마다 조금이나마 느끼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공효진, 엄지원 주연의 ‘미씽 : 사라진 여자’가 문득문득 떠올랐다.

결은 조금 다르지만 엄마(모성애를 강요받고 결국은 모든 육아를 전담해야 한다는 부당함과 죄책감 사이에서 방황하는)와 보모(누군가의 삶에 큰 보탬과 의지가 되지만 결국 자기라는 존재는 희미해져가는)의 (어쩌면) 대립하는 구도.

그러나 두 여성의 관계를 단순하게 그렸다고 할 수는 없다. 미안함, 애착, 애정, 질투, 우월감, 생존본능, 불안, 경계, 충족과 안정이 이 둘 사이 관계를 빼곡하게 채우고 있어 어쩐지 같은 삶을 살아가는 분열된 자아를 보여주는 것 같기 때문이다.

비극적인 사건으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자극적인 범죄의 재구성이 아닌, 어쩌다 이런 결말로 어쩌다 이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이 되어 가는지를 뛰어난 심리묘사로 보여준다.

왜라고 묻고 그랬기 때문에 라고 답하지 않았지만, 너무나도 투명하게 외롭고 뒤틀린 인간의 모습이 보일 수 있게.

공쿠르상 수상작에 깊은 공감을 한 경험이 별로 없는 것 같았는데, 이번엔 확실히 달랐다. 완전 추천.



한 주 두 주 흘러갈수록 루이즈는 점점 더 놀랍도록 눈에 띄지 않으면서 동시에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가 되어간다. 미리암은 이제 늦는다고 알리는 전화조차 하지 않고, 밀라는 엄마가 언제 오느냐고 묻지도 않게 된다. 루이즈가 있다. 무너질 듯 아슬아슬한 이 건조물을 있는 힘을 다해 두 팔로 지탱해주는 루이즈. 미리암은 그런 보살핌을 수용한다. 하루하루 그녀는 고마운 루이즈에게 일을 하나씩하나씩 더 넘겨버린다. 이 보모는 암전 속에서 연극 무대장치를 옮긴다. 루이즈는 무대 뒤에서 조용히, 힘차게, 바삐 움직인다. 투명한 마법의 줄을 잡고 있는 자가 바로 루이즈이다. 이 줄이 없으면 마법은 일어나지 못한다. 그녀는 비슈누, 생명을 유지시키는 신, 질투의 신이자 인류를 보호하는 신이다. 그들에게 젖을 먹이는 암늑대, 그들 가정의 행복을 확실하게 담보하는 원천이다. - 71

몸속에서 증오가 솟아오른다. 증오는 그녀에게로 와서 노예근성과 어린아이 같은 낙관을 저지한다. 모든 것을 흐려놓는다. 그녀는 슬프고 혼란스러운 꿈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다른 이들의 내밀한 삶, 그녀는 절대 가질 권리가 없는 내밀한 삶을 너무 많이 보고 너무 많이 들었다는 느낌이 그녀의 머릿속을 맴돈다. 그녀는 한 번도 자기 방을 가져보지 못했다. - 204

루이즈는 이제 더 이상은 못하겠다. 그녀는 눈물과 투정과 히스테릭한 기쁨에 더 이상 너그럽지 않다. 가끔 손으로 아당의 목을 잡고 기절할 때까지 흔들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다. 그녀는 고개를 크게 저어 이런 생각을 털어낸다. 그러면 더 이상 그런 생각이 들지 않게 되긴 하지만 이미 그녀는 끈끈한 검은 늪에 휩쓸리고 말았다.
누군가 죽어야 한다. 우리가 행복하려면 누군가 죽어야 한다. - 273

2017. n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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