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오를 시작으로 마을 사람들이 모두 가슴속에 시를 품게되는 변화가 나비처럼 번졌다.시라는 것은 거창한 무엇이 아니라 너를 향해 던지는 내 작은 마음 한 조각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새삼 생각한다.아름다운 이야기지만 시인 네루다를 통해 몰락으로 끝나버리는 개인의 역사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정치가이고 시인인 그가 그렸던 이상들이 어쨌든 수많은 죽음으로 결론 지어지지만 그의 죽음으로 종결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여기저기 던져놓은 불씨들이 계속해서 삶을 영위해 나가는 것에 대해.우연히 우편 배달부가 되고, 필연적으로 시인이 되고, 헌신적인 칠레판 김벌레씨가 되고, 생활인으로서의 혁명가가 되는 마리오가 그랬고, 기꺼이 대부가 되어준 마리오와 베아트리스의 아이가 그럴 것이고, 마지막 사랑으로 옆에 남았던 마틸데가 그랬다. 멋들어진 수상소감 연설을 모여 들으며 자기 일인양 기뻐하던 마을 사람들도 그렇게 각자의 시를 가지고 살아가고 살아갔을 것이다. 아픈 결말이고 슬프지만 그래도 허무하지만은 않은 그런 역사. 생각해보니 이들 하나하나가 불을 운반하는 사람들이지 않은가.어느날 불쑥 자신의 일상에 침입한 촌구석 우체부 청년에게 ‘아 이것 참 난감한 녀석이군...‘의 시선을 던지며 부탁을 들어줄 듯 안들어줄 듯 장난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노년의 시인.평생 단 한명의 스승, 누구보다도 뜨겁게 그 스승이자 시인인 네루다를 존경하고 사랑하는 절절한 마음을 온 생으로 보여주는 청년 마리오. 그런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여백이 있는 자에 대한 부러움, 내 인생을 송두리째 공유하는 동반자를 가진 자에 대한 부러움. 내내 그런 부러움이 마음을 뜨겁게 만들었다. 어떤 몰락이 닥쳐 올지 뻔히 아는 그런 영화를 보는 기분이라 책 넘기는 손이 느려졌다. 느리고 뜨거운 이야기다.2017. M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