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 2017년 제41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ㅣ 이상문학상 작품집
구효서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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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하게 몰려온 추위가 마음을 잔뜩 움츠러들게 했는지
괜한 울적함이 지배한다.

구효서작가의 풍경소리는 왠지 묘하다. 절에서 일어나는 별다를 것 없는 일상인데 그랬다.
여성 화자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이끌어 나가서 좋았다.
자선작인 모란꽃이 좀 더 좋았지만.

소설가에게 소설을 쓴다는 것 외 어떤 명분도 없다는 사실, 그 앞에서 절벽을 오르듯 한 줄 한 줄 적는다는 작가의 말이 안쓰럽기도 하다.

우수작 중 조해진의 눈 속의 사람이 어김없이 좋았다. 이야기의 시작과 끝도 사이사이의 연결도 문장 하나하나도.

한지수의 코드번호 1021도 좋았다. 고문기술자의 회한이라는 것은 그다지 공감못하겠지만. 작품 중 어떤 문장에 마음을 주고 말았다.

소용없고 쓸데없는 것들의 무덤. 지금까지 살아오며 내뱉은 푸념과 허텅지거리, 시샘과 원망의 썩은 물웅덩이였다. 일없이 반복되고, 그러면서 그치지도 않고, 뭐 하나 분명치도 않은 느낌과 경험 들이, 까닭 없이 오가는 바람처럼 배회하다 중얼거리며 가라앉은 티끌과 먼지 들이었다. 사실도 진실도 진심도 아닌 글더미. 내 것도 아닌 것들. 소용없고 쓸모없는 짓의 무심한 반복을, 수십 년이나 지속해오다니. 무엇 때문일까. 허망......했다. - 111, 모란꽃, 구효서.

스탠드 조명 덕에 최길남 씨의 얼굴이 흐릿하게나마 보였다. 웃지도 울지도 않는, 그저 긴 통로 같았던 생애를 막 빠져나간 자의 무감한 얼굴이었다. 오랜 세월 가슴을 움켜잡으며 회한의 한숨을 참아야 했던 인내의 얼굴은 이미 풍화되어 그 무감함 속으로 스며든 것일까. 기묘하게도 영정 속 그 얼굴은 조금씩 나처럼 보였다. 미래의 내가 시간이 멈춘 고요한 사각형의 세계에 갇힌 것만 같았다. 뜻하지 않게도 나는, 외로웠다. - 298, 눈 속의 사람, 조해진.

아버지의 무혐의를 밝히고 정부로부터 1월이라도 받아내겠습니다. 가장 싸구려 보상이 돈입니다. 지난 세월을 고스란히 돌려받을 수 없으니까요...... - 312, 코드번호 1021, 한지수.

2017. J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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