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는 24개로 구성되는 연가곡이다.

이 연가곡 하나로 이런 볼륨의 책이라니. 무슨 말을 하고 있을지 무척 궁금했다.

역사학자이면서 테너인 이언 보스트리지의 인문학적 식견이 빛을 발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각 곡 마다 이야기를 풀어내는 층위가 다채로워서, 쉽게 지루해지지 않았다.

공연 중의 에피소드를 떠올리기도 하고, 유럽 역사, 현대 철학자, 문학가, 예술가 들을 아우르는 제네럴리스트의 본보기 같은 모습. 그 와중에 당대 배경 설명과 슈베르트에 대한 이야기는 기본이다.

이 책 원서의 부제는 ˝집념의 해부˝다. 과연 그러하다.

앨범 하나 골라서 플레이하면서 읽다보면 술술 읽히는 매력이 있다.

가곡. 성악은 취약하고 아는것 많이 없지만 매우 읽을 만 하다.

이런 구성의 다른 책에 대한 기대치가 생길 만큼.

겨울 나그네를 이렇게 진지하게 들어본 적이 있었나 싶다.

우울하고 자신에게 냉소적인 고독한 인간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가곡이라.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듯도 하고.

이 우울이 요즘 듣기 매우 적절하지 아니한가 생각하게도 되고.

개인적으로는 21곡 여인숙과 24곡 거리의 악사가 가장 좋다.



나를 멸시한 사람들에 대한 끝없는 사랑을 마음속에 품고...... 먼길을 돌아다녔다. 여러 해 동안 노래를 불렀다. 내가 사랑을 노래하려고 할 때마다 사랑은 고통이 되었고, 고통을 노래하려고 하면 고통은 사랑이 되었다. - 슈베르트가 쓴 <나의 꿈>이라는 글 1822년 7월3일.

2017. Jan.

소외는 <겨울 나그네>의 곳곳에 드리워져 있다. 소외라는 단어에는 아주 단순하게 개인적인 의미가 있다. 아무렴 이 연가곡도 남녀간의 연애에 이어 소원해진 관계로 시작하지 않는가. (중략) 첫 단어 ‘Fremd‘를 통해 이 작품은 부조리주의, 실존주의, 기타 20세기를 풍미한 수많은 주의들과 연결되고 또 베케트, 카뮈, 폴 오스터의 주인공들과 연결된다. 슈베르트가 살았던 시대는 아마 역사상 최초로 인간이라는 존재가 형이상학적 의미에서 대단히 외롭게 보였던 시대였다. 의미 없는 텅 빈 우주가 드러났다. - 50

슈베르트가 삶의 이 무렵에 확립한 자아 개념은 음악에서와 마찬가지로 외톨이, 버림받은 자였다. 삶에서 겪은 실망은 예술로 옮겨갈 수 있었다. - 67

나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나의 길을 가네.
밝고 즐거운 인생을 지나
홀로 반겨주는 이 없이.
오, 하늘이 이토록 고요하다니!
오, 세상이 이토록 밝다니!
폭풍이 몰아쳤을때도
이렇게 비참하지 않았는데. - 12곡 고독 중.

나그네가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평범한 사람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병리학의 대상이거나 아웃사이더이기 때문일까? 이것은 내가 <겨울 나그네>를 부를 때마다 본복해서 돌아오는 길문 가운데 하나다. 우리는 그와 동일시해야 할까. 아니면 배척해야 할까? 그는 동정심을 자아내는 인물일까, 혐오감을 주는 인물일까? 통찰을 안겨줄까, 당혹감을 선사할까? 괴팍할까, 정상일까? 이런 당혹스러운 반응들이 <겨울 나그네>를 그토록 매력적으로 만든다. - 347

다른 세상의 느낌을 주는 음악이 더해져서 우리는 은유적이든 아니든 이 태양들이 나타내는 것이 나그네가 잃어버린 불가해한 무엇, 불행한 연애 이상의 무엇이라고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에게 남은 것은 이제 이어지는 마지막 곡의 파리한 비음악nonmusic뿐이다. - 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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