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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의 사회성
편혜영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7월
평점 :
편혜영 작가의 평서문 같은 질문들.
어떻게 살아가야 하지?
그런데... 살아가야 해?
그런 마음이 들었다.
누구나 조금씩은 불행의 씨앗을 가지고 있다, 정도가 아니라
삶은 결국 불행을 향한 여정인 것처럼.
새들의 사회성이란 약하니 사회적이어야 목숨을 부지한다는 의미의 치사스러운 그런 사회성, 약자들의 애처로운 연대, 실패의 실패.
그렇지만 결국엔 좌절하는 모습으로는 남지 않겠다는 의지.
언제나 처럼 날카롭고 건조한 군상의 묘사지만 그 안에 작은 웃음과 작은 기대들이 가득해서 어쩌면 더욱 안쓰럽다고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포토밭 묘지와, 초록 스웨터도 좋았다.
- "아시겠어요?"
상대는 조급해하며 내가 자신의 말을 이해했는지, 제대로 들었는지 확인하려 든다. 당연히 안다. 못 알아들을 게 없다. 성량이나 발음 때문에 종종 듣지 못할 때는 있지만 안 들어도 아는 얘기다. 요즘 같은 시대에 먹고살기 어렵다는 사정만큼 뻔한 얘기가 또 있을까. 상대는 그저 질문을 통해 자신의 고통을 알아달라고, 처지에 동조해달라고 호소하는 것이다. 나는 더 냉랭하게 굴지 않고 그쯤에서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면 상대는 다시 얘기를 이어나간다. 업무 의뢰는 대개 그런 식으로 시작된다.
모두 옛날얘기다. 이제는 누구도 내 앞에서 사정을 털어놓지 않는다. 일을 맡기는 사람이 없다는 뜻이다. 내게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묻는 사람도 없다. 궁금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내가 무슨 일인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서일 것이다. 내가 나이든 여자이기 때문에. - 10, 우리가 가는 곳
- "아는 언니가 여길 알려줬어요. 죽으란 법은 없으니 꼭 가보라고요."
파쇄기 소리를 의식했는지 여자의 목소리가 아까보다 조금 커졌다. 맞는 말이다. 죽으란 법은 없다. 그렇다고 죽지 않고 사는 게 더 나으리란 법도 없다. - 15, 우리가 가는 곳
- "저는 죽고 싶지 않아요."
여자가 고개를 들어 나를 똑바로 보며 말했다. 자신에 대해 자주 이야기해 본 적은 없지만 원하는 게 뭔지 충분히 생각해온 얼굴로. - - 26, 우리가 가는 곳
- 어쩐지 들떠 보이는 오영지에게서 등을 돌리고 나는 눈을 감았다. 내일 우리는 어디로 가게 될까. 그게 어디인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이제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삶이 시작되는 곳일 것이다. 동시에 이제까지와 조금도 다르지 않은 곳이겠지. 하지만 어디든 도착할 것이다. 오늘 밤 중요한 것은 그것뿐이었다. - 39, 우리가 가는 곳
- 인생의 어느 시기가 되면 알아서 다른 자리를 찾아갈 줄 알았다. 그때 우리가 가능하리라 여겼던 인생은 다 어디로 갔을까. 애초에 그런 것이 있기는 했을까. - 104, 포도밭 묘지.
- 속이 빈 아버지는 가벼울 줄 알았더니 아니었다. 무거웠다. 생전과 다름없이 무거웠다. 아버지는 죽고 나서야 김한수에게 삶이 뭔지 제대로 알려주었다. 삶은 속이 갈가리 찢긴다 해도 무게가 조금도 달라지지 않는다고 말이다. - 172, 목욕
2026. s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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