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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제1회 김학철문학상 수상 작품집
황정은.최진영.전춘화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26년 7월
평점 :
김학철이 누구지? 하면서도 황정은 작가의 이름을 보고 구입.
독립운동, 독재 저항, 조선의용대 마지막 분대장이었던 저항문학으로서의 상징성이 전혀 모자라지 않는, 아니 오히려 넘치는 분이셨구나. 김학철 선생...
시민 문학상으로 제정할 만한 그런 분이라고 생각한다.
김학철 선생은 그야말로 격동의 삶.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책 뒤쪽에 실린 회고기와 평론가의 해설, 생의 이력 등을 읽은 것만으로도 숨이 가빠진다.
그 세월들을 변함없이 꼿꼿하게 살아온 이의 기개도 느꼈지만,
그에 동반되는 가족들의 희생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수상 작가들의 작품들도 좋았다.
황정은 작가의 글은 암울했다.
지치지 않으려는 사람, 미처 지치기도 전에 한발 물러서고 마는 사람.
그들이 어디로 다다르게 될지...
그다지 낙관적으로 예상하기는 쉽지 않은 그런 지점을 그리고 있었다.
한편, 낙관해야 한다는 압박마저 느끼게 되는 이야기.
전춘화 작가의 글은 여러 측면으로 새로운 감상을 전했다.
아무래도 글의 배경 때문이었을 것이다. 우리라는 범주와는 조금 비껴선 타자들이라는 감각 때문?
글 속의 이방인적인 태도와 그럼에도 세상과 조우하려는 인간에 대해서.
- 김학철 문학상 운영위원회회는, 특히, 이미 우리의 일상 안에 들어와 있는 파국의 징후를 포착하는 통찰력과 그것을 표현하는 문학적 깊이에 주목했습니다. - 서문 중
- 왜 그걸 전쟁이라고 불러.
인범이 영인을 향해 말했다. 전쟁 아냐, 학살이야. 어제까지 그 땅에 쏟아진 폭탄이 팔만 톤인데. 그 좁은 땅에 쏟아진 팔만 톤 폭탄이 군인하고 민간인, 아이와 어른을 구별할 수 있었겠어? 그게 어떻게 전쟁이야. 영인은 인범의 이야기를 건성으로 들었다. 그래, 그래. 그러네, 그러네. 인범이 무언가를 향해 분통을 터트리는 일은 늘 있었으니까. 인범의 수많은 관심사, 영인은 그걸 다 아는 처지도 아니었고, 그 사악한 사람들은 영인 자신이 아니며 게다가 전쟁, 학살, 그런 말들은 너무 먼 시간과 먼 공간에 있었다. 영인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다른 화재로 말을 돌렸고 대화가 얼마간 이어졌다. 나중에 영인은 그 순간을 여러 번 곱씹었다. 영인은 이미 넘어 갔다고 생각했고 인범은 넘어가지 못한, 바로 그 순간을. 인범은 좀 전의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믿었고 영인은 그걸 끝내고 다른 화재로 넘어갔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몇 마디 말을 더 주고받다가 동시에 그걸 깨닫고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인범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고 영인은 씁쓸하게 웃었다. - 22, 황정은, <문제없는, 하루>
- 요즘 사람들과 말을 나누는 것이 어렵다고 인범은 말했다.
나한테 정말 중요한 일들이 있어. 내가 생각하기엔 사람들에게도 정말 중요한 일들이거든. 그래서 나는 자꾸 그걸 말하는데, 말하면 시답잖은 일이 돼.
시답잖아져, 말하면서. - 23, 황정은, <문제없는, 하루>
- 그리고 경황없이 돌아서, 밖에서 기다리는 청년들에게 무덤덤한 말투로 말했다.
"가끔 저럽니다. 한국이 천국인 줄 알아요. 거기 가기만 하면, 집도 생기고, 다들 따뜻하게 대해주는 줄 알거든요." - 120, 전춘화, <웰컴 투 빌라>
- 언니가 사라진 텅 빈 공간에서 혼자 뒷정리를 하면서, 나는 어쩐지 허기를 느꼈다. 가끔 성도들이 삶의 현장에서 차별을 당하거나, 아픈 편견의 말을 들었다고 호소할 때, 나는 그 한국인이 이기적인 사람이거나 고의로 그런 행동을 했을거라 짐작했다. 그런데 혜주언니가 아무런 조심성없이 조선족 도우미에 대해 가볍게 얘기했을 때, 나는 비로소 알게 되었다. 차별이나 편견은, 당사자의 입장이나 처지를 한 번 더 눈여겨볼 틈도 없이 바쁜 누군가가 무심코 뱉어 낸 재채기 같은 것일 수 있다는 것을. - 146, 전춘화, <웰컴 투 빌라>
- 이해와 공감은 사람들 입에서 언제나 호흡처럼 들락날락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그건 마음을 열고, 에너지를 쓰고, 누군가의 옆에 서서 목도하겠다는 의미였다. 누군가의 말을 아무 편견없이 덩달아 곱씹어보고, 그가 살아온 세월 속 세대와 배경을 이해해 보는 일. 삶의 순간해왔던 결정들이 최선이었음을 수긍하고, 그 생각이 조금씩 미세하게 흔들리고 달라졌던 순간까지 이해하는 일. - 152, 전춘화, <웰컴 투 빌라>
- 편안하게 살려면 불의를 외면하라. 그러나 사람답게 살려거든 그에 도전하라. - 김학철
2026. au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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