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절벽의 신자들
조예은 지음 / 오리지널스 / 202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끝까지 헤매는 인간의 믿음에 대하여.

뭔가 해갈되는 것이 아닌 채로 사건의 종결, 종료의 느낌으로 끝맺는 점이 지극히 현실적이라고 생각된다.

사이비를 둘러싼 개인의 불행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인데,
충분히 재밌을 법한 소재지만, 깊이 빠져들진 못 했던 것 같다.

일단 개인적으로 사이비에 대해 큰 관심이 없어서 일까?
사이비의 사회적인 개인적인 문제들이 팽배하다는 것은 충분히 알고 있으나, 그 경험이 직접적인 적이 없어서 그런 듯하다.
가장 가까운 경우가 학교 동기 정도?
쉽게 손절이 가능한 정도의 관계에서 경험했기 때문에 더 불행한 스토리로 이어지지 않았던 덕일 것.

어쨌든 종교라는 것이 믿어서 믿는 것인지, 믿고 싶어서 믿는 것인지 하는 질문이 들기도 하는 뒷맛이 그다지 좋지 않은 사이비 이야기다.

- 오히려 그는 춥고 습한 방일지라도 자신만의 온전한 공간이 있다는 데 한없이 감사했다. 밖은 지옥도다 그런 세상이다. - 22

-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동안 자신이 신실하게 기도한 대상이 바로 이 절벽이라는걸. 이 벽이 상징하고 증명하는 '그들'이야말로 원하는 걸 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라는 걸 말이다. - 52

- 추리 만화같은거 보면 하나의 단서만으로도 전말을 유추하잖아. 그 단서가 일종의 만능 열쇠잖아? 나는 그런 걸 찾고 싶었어. 잘못된 선택이야 너무 많지. 타고 올라가면 끝이 없지. 사실 종종 태어나지 않은 게 가장 좋은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하지만 이미 태어났고 그 사실을 바꿀 수 없다면 나는 잘 살고 싶었단 말이야.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그런데 왜 마음대로 안 되는 걸까? 왜 그토록 어렵지? 쉬운 게 없어. 억울할 정도로. 저주하고 싶을 정도로. 문제는 내가 누구를 저주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거야. 내 안에 감정이 너무 많은데, 이걸 어디론가 쏟아내지 않으면 터져서 죽을 거 같은 데, 대상을 모르겠어. 아니, 하나 있긴 하다. 나. 나밖에 되지 못하는 나. - 233

- 이제 이곳에 머무르는 건 굳건한 광신자들과 기다림의 막다른 길에 도달한 자들, 그리고 오연뿐이었다.
어떤 식으로든 결말을 원하는 자들. 세상이 망하거나, 믿음이 실패하거나. - 245

- 역사에는 너무 많은 믿음과 그 믿음으로 인한 비극이 있었다. 사이비만이 아니었다. 종교라는 명분 아래 계속되는 전쟁들, 노예제와 인종 청소, 특정 대상을 배척하고 혐오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믿음들. 근간을 가늠할 수 없이, 의심할 여지조차 없이 쌓이고 쌓이는 믿음. 확신이라는 공포. 우리는 우리 안의 어떤 믿음이 잘못되었다는 걸 어느 시점에 이르러 알아차리는 걸까? 알아차릴 수는 있나? - 248

- 오연은 믿음이 광기로 진화하는 지점이 궁금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영영 모르고 싶기도 했다. 그런 걸 온전히 이해하게 되는 자신을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알고 싶지만 타자로 있기를 바라는 마음. 딱 상처받지 않을 정도로만 연루되고 싶은 마음이란 얼마나 비겁한지. - 249


2026. sep.

#녹색절벽의신자들 #조예은 #오리지널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