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리
옥타비아 버틀러 지음, 박설영 옮김 / 프시케의숲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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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라는 존재를 통해 인종주의적인 관점의 차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원래 이 세계에는 정체를 숨기고 살아가는 뱀파이어, 이나들이 존재하고, 그들이 여러 세기를 걸쳐 이루어놓은 사회적 약속과 반동하는 세력과의 갈등을 그렸다.

모계 사회로 이루어진 이나 집단은 각지에 많지는 않지만 분포해 있고, 그들 내부에는 순수 혈통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는 사실에서 비롯되는 이나 살해 사건이 중심 줄거리이다. 소재가 그렇다보니 판타지 성이 두드러지면서 이미지화하기 쉬운 흥미로운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약간.... 트와일라잇 같은? :)
그러다 보니 뱀파이어가 유별나게 고고하고 순수하면서도 고차원적인 존재로 그려지는 점이 좀 나이브 하긴 하지만, 흥미로운 캐릭터성을 갖기에는 충분하다.


다만 뭐랄까.... 절정이라는 지점이 없는 느낌?
책의 반이 넘어가도록 실마리가 해결되지 않아 더욱더 그런 느낌을 받는 것 같다. 재미요소는 충분한데 스토리가 늘어지는 이유다.

그리고 이미 너무 많이 접한 백인과 흑인의 갈등 요소가 이야기의 중심에 있어서 진부함의 요소를 더하는 측면도 있다.

이 세상의 모든 문학을 읽은 것은 아니지만, 이미 나는 너무 많은 이야기를 접했고,
나와 나의 세계는 충분히 확장되어 뻗어나갔는데, 너무 많은 흑백 갈등, 너무 많은 유럽 중심의 세계대전, 너무 많은 남성의 서사들이 이제는 좀 지겨워진 측면이 있다는 것.
그런 지점을 관통하는 이야기들도 충분히 즐길 수는 있지만, 더 이상 십 대 이십 대의 독자가 아닌 나는 이런 측면에서 독서 매너리즘에 빠진 게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그럼에도 옥타비아 버틀러의 저작들을 좋아하고 즐기는 독자로서 충분히 의미 있는 책이다.

- 나는 진절머리를 내며 고개를 저었다. 내 무지는 단지 귀찮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내 무지는 위험했다. 그들을 나로부터 지킬 방법도 모르면서 어떻게 돌볼 수 있단 말인가. - 193

- "우리를 죽이고 싶어?"
그는 몇 초 동안 생각에 잠겼다. "모르겠어. 아니, 아니야. 너희처럼 예쁜 아가씨들과 여기 함께 있는 건 아무 문제 없어."
그의 경계심이 완전히 풀렸다는 판단이 들었다. "빅터." 내가 말을 시작했다. "나를 알아? 내가 누구야?"
그의 대답에 나는 깜짝 놀랐다. "더러운 껌둥이 계집애." 그가 반사적으로 답했다. "빌어먹을 잡종 애송이." 그러더니 숨을 헐떡이며 양손으로 머리를 부여잡았다. 잠시 후 그가 탁자로 머리를 떨구며 신음했다.
고통스러워하는 게 분명했다. 그의 얼굴이 갑자기 시빨개졌다.
"그렇게 말하려던 게 아닌데" 그가 속삭였다. "그렇게 부를 생각은 아니었어." 그가 나를 봤다. "미안해. 일부러 그런 건 아니야."
"놈들이 나를 그렇게 불렀나보지?"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 피부가 어두워서?"
"그리고 인간이니까." 그가 말했다. "인간과 섞인 이나, 아니 이나가 살짝 섞인 인간이니까. 그런 일은 일어나서 안 돼. 절대로. 너, 너희... 너희 종... 너희 가족들이... 종을 계량하게 놔둘 순 없어." - 260

- "진실이 너의 가장 큰 무기야." 그가 말했다. "성깔은 잠시 넣어둬. 진실을 슬기롭게 이용해." - 356


2026. aug.

#쇼리 #옥타비아버틀러 #프시케의숲 #fledgling #octaviaebut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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