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마시는 새 세트 - 전4권 (양장)
이영도 지음 / 황금가지 / 2003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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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은 무엇으로 존재해야 하는가" 질문을 던지는 유쾌하고 장대한 판타지 서사.

오랫만에 도파민 최대치의 독서.
재밌고 흥미진진해서 감정의 고양이 일어난다.

이런 옛날 옛날에 스타일의 이야기에 두근대다니 ㅋㅋㅋ

케이건 드라카, 티나한, 비형, 사모 페이, 륜 페이....
정말 잘 만든 캐릭터 아닌지 감탄에 감탄을 했다.

비형.... 너무 취향의 도깨비. 소리 내서 5번쯤 웃었음.

유료 도로당의 뭔가 멋짐에 대해서도. :)

전반부가 지나고 4년이 흐른 시점의 이야기에선 또 다른 무드의 비감이 느껴지는 게 좋았다.

지난하고, 잔혹하다 할 수 있는 광경들을 지나 부서진 이들이 다시 일어서려 하는 노력.
그리고 그들은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나는 게 아니고
결국 또 반목하고 대결하고 견제하는 변하지 않는 세상을 살아가게 된다는 점도.

그냥 그저 판타지 소설이 아닌 현실의 반영 같아서 더 와닿는 서사시.

그리고 얼른 50년 후의 피를 마시는 새를 읽어야겠다고 생각하며 ....

오래전부터 이영도 작가의 작품을 한 번쯤은 읽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이종범의 스토리캠프에서 설명회를 한 영상을 보고
정말이지 대단한 이야기꾼.....
바로 영업당해 결제 클릭클릭하고 순식간에 읽어 내려갔다.

덕분에 7월에 독서량도 평균치를 웃돌았고, 읽는 뇌 세팅에도 무진한 도움이 되었다.

피마새도 바로 읽으려고 했지만.... 조금 아끼는 마음으로 살짝 미뤄본다. 책은 이미 책장에 있음... 든든함... ㅋㅋㅋ

<1권>

- 하늘을 불사르던 용의 노여움도 잊혀지고
왕자들의 석비도 사토 속에 묻혀버린
그리고 그런것들에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생존이 천박한 농담이 된 시대에
한 남자가 사막을 걷고 있었다. - 1권 서문

- 셋이 하나를 상대한다. - 해묵은 금언

- "그런 걱정은 하지 말게. 케이건의 분노는 모조리 나가들에게 돌려져있어. 그리고 그에게 다른 분노를 살 수도 없어."
"분노를 살 수 없다고요?"
"그래. 서신에서 본 것처럼 그에겐 더 뺏을 수 있는 것도 없어. 나가들이 모조리 다 빼앗아갔으니까. 역설적으로 들릴 테지만 나가를 제외한 자들에게 있어서 케이건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지. 분노하게 할 수 없으니까."
"슬픈 말씀이군요." - 51

- <인간들도 꿈을 믿어.>
<그런가? 그럴 수도 있겠지. 어리석기로는 거기서 거길 테니.>
<그리고 나도 믿고 싶은데.>
화리트는 정신을 닫은 채 친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 60

- 그제야 케이건은 한계선 이북과 이남이 얼마나 오랫동안 단절되어 있었는지를 절감했다. 수백 년 전 나가들의 폭풍 같은 북진이 기온이라는 절대적 한계에 부딪혀 중단되고 마침내 대확장 전쟁이 끝났을 때 세계는 두 동강이 나버린 셈이다. 나가들의 땅 키보렌과 그 북쪽의 땅. 뒤 쪽의 세계는 산이나 황야, 사막, 초원, 숲, 빙하 등이 있는 정상적인 세계다. 그러나 앞쪽의 세계에는 밀림뿐이다. 키보렌이라는 단 하나의, 세계의 반을 뒤덮은 숲.
케이건은 거기서 희극의 요소를 발견했다. 오직 단 한 사람, 한계선에 가장 근접한 도시 카라보라의 최남단에 나가를 도축, 가공, 요리할 수 있는 시설과 장비를 완비해 두고 매일같이 나가를 잡아먹으며 사는 인간 한 명을 제외한다면, 이제 모든 이들에게 나가들과 그들의 땅 키보렌은 전설 속의 존재나 마찬가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만약 나가들이 그들 이외에 그들을 증거해 줄 자를 찾아내야 한다면 그들은 그들을 가장 증오하는 자를 찾아와야 할 것이다. 대사원의 영리한 승려들은 그것을 알고 있었다.
증오란 원래 그렇다. - 99

- <나가 살육자?>
나가들 사이에서는 오래전부터 한계선 근처에 출몰하며 나가를 잡아먹는 괴물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그 괴물은 바라기라 불리는 쌍신검을 휘두르며 추위와 함께 나타난다. 그리고 추위 때문에 꽁꽁 얼어붙은 나가를 얼음 깨어먹듯이 씹어 먹는다고 한다. 지금껏 사모는 그 나가 살육자가 한계선의 추위를 상징하는 상상의 괴물일 거라고 여겼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눈앞에서는 그 이야기 속에서 묘사하는 것과 똑같은 인간이 무시무시한 표정을 지은 채 달려오고 있었고 그것은 현실이 아니라고 니르기엔 지나치게 현실적이었다. - 232

- 사모는 대답하지 않은 채 앞쪽의 어둠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카루는 결국 조바심을 참지 못하고 닐렀다.
<페이. 돌이 식기 전에......>
<이자들이 왜 신을 잃었을까?>
사모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카루는 약간 당황했다.
<에? 자신들의 오만 때문이지 않습니까?>
<그건 나도 알아. 구체적으로 어떤 오만이라는 거지?>
<글쎄요. 신이 필요 없다고 생각한 것 아닐까요? 혹은 자신들이 신보다 낫다고 생각했다거나.>
사모는 통로의 벽과 천장, 바닥을 죽 둘러보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 자들이 이런 것을 만들 수 있을까?> - 305

- "네 마리의 형제 새가 있소. 네 형제의 식성은 모두 달랐소. 물을 마시는 새와 피를 마시는 새, 독약을 마시는 새, 그리고 눈물을 마시는 새가 있었소. 그 중 가장 오래 사는 것은 피를 마시는 새요. 가장 빨리 죽는 새는 뭐겠소?"
"독약을 마시는 새!"
고함을 지른 티나한은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쳐다보자 의기양양한 얼굴이 되었다. 하지만 케이건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눈물을 마시는 새요."
티나한은 벼슬을 곤두세웠고 륜은 살짝 웃었다. 피라는 말에 진저리를 치던 비형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다른 사람의 눈물을 마시면 죽는 겁니까?"
"그렇소. 피를 마시는 새가 가장 오래 사는 건, 몸 밖으로 절대로 흘리고 싶어 하지 않는 귀중한 것을 마시기 때문이지. 반대로 눈물은 몸 밖으로 흘려보내는 거요. 얼마나 몸에 해로우면 몸 밖으로 흘려보내겠쇼? 그런 해로운 것을 마시면 오래 못 사는 것이 당연하오. 하지만."
"하지만?"
"눈물을 마시는 새가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부른다고 하더군."
륜과 티나한은 알 듯 모를 듯하다는 얼굴로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비형은 환한 표정이 되었다. - 369

<2권>

- 하지만 그 시점에서 사모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남겼던 것은 유료도로당의 사람을 보는 관점이었다.
이곳에서는 사람을 사람으로서 존재하게 하는 모든 요소가 무시되고 있었다. 여행자의 품성과 지성과 감성 따위는 유료 도로당에게 조금도 고려 대상이 되지 못했다. 오로지 여행자가 통행료를 지불하느냐 지불하지 않느냐의 이분법만이 존재했다. 사람에 대한 가장 큰 모욕일 수 있는 그 장면에서, 그러나 사모는 동시에 정반대의 의미도 발견했다. 여행자의 외모와 종족과 고향 같은, 어떤 사람들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본질적으로 사람다움과는 별 관련이 없는 것들 또한 유료 도로당의 고려 대상이 되지 않았다.
보좌관은 말했다. '저 두억시니들은 통행료 안 냈다.'
사모는 그 말을 뒤집어 보았다. '통행료를 내면 저들은 여행자다.' - 116

- "여행자란 자신의 목적을 위해 길을 걷는 자들입니다."
"그럼 우리 유료 도로당은 무엇인지 말해 주겠소?"
"우리는 길을 준비하는 사람들입니다. "
"누구를 위해?"
"자신의 길을 걷겠다는 의지를 가진 사람들을 위해." - 120

- 철문이 닫히는 소리를 들으며 시구리아트 유료 도로당의 당주 보좌관은 당 일지를 작성하고 있었다.
'사모 페이는 두억시니들의 통행료를 지불한 다음 그들을 유인하며 관문을 통과하였다. 신을 잃은 그들 두억시니들에게 신의 가호를 바랄 수는 없으니, 나는 사모 페이가 그랬던 것처럼 사람들의 어진 마음이 저 가엾은 자들을 긍휼히 여기길 바란다.' - 141

<3권>

- 기약 없는 구원이 현존하는 고통의 대가가 될 수 있습니까? 고통을 받는 것은 사람들입니다. 신들이 아닙니다. - 129

- "제 생각에는 그럴 것 같지 않군요. 또 한 명의 케이건 드라카가 겨우 4년 만에 만들어질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군요."
"케이건 드라카를 잘 알아?"
"그분을 잘 아는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습니다." - 140

- 사모는 더 이상 니를 수 없었다. 참으로 거대한 니름이 그녀를 향해 노도처럼 쏟아져왔다.
<살아가, 제발. 살아가!>
거기에 애정이 있었다. 사모는 받아본 적 없는 거대한 애정에 놀랐다. 니름이 담아낼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애정과 관심이, 그리고 수단이 아닌 목적인 호의가 있었다. 웃음, 즐거움, 사라지는 것에 대한 완전한 기쁨. 사모는 이해할 수 없었다. 멍청한 이성으로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녀에게 다가와 그녀를 온통 적셔버리는 환희는 사모마저도 즐거움에 넘치게끔 만들었다. 유해의 폭포는 영원히 사라지지만 그것은 절대로 슬픈 일이 아니었다. 정신적 홍소, 폭소라도 터뜨리고 싶은 기분 좋은 소멸. 유해의 폭포는 마지막으로 농담처럼 닐렀다.
<제발, 자기 완성을 위해 살아간다는 자를 조심해...... 하하하!>
사모는 커다란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지복에 찬 소멸이었다. - 455

<4권>

- 사모는 침묵한 채 나뭇가지를 바라보았다.
"우리는 곧 륜을 다시 만날 거야.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말씀하십시오."
"언젠가 륜에게 해줬던 일을 다시 해줄 수 있을까."
"공작님을 한계선 북부로 데려가라는 말씀입니까?"
"그래.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요스비에게 해줬던 일을 해줘."
케이건은 말없이 사모를 바라보았다. 사모는 고개를 약간 들어 올려 케이건의 이마 위를 바라보며 말했다. 
"친구가 되어주라고."
"왜 제게 부탁하시는 건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너보다 더 적격인 자가 없으니까." - 133

- "네가 원했던 것이 무엇이냐?"
"사랑하기 위해 사는 삶."
사모는 잠시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케이건을 바라보았다.
(...)
"왜 이해할 수 없을까? 입장을 바꿀 수는 없을까? 길지 않은 생, 가슴에서 피비린내를 풍기며 살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 우리의 서로 다른 겉모습은 광적인 증오의 원인이 아니라 다시 없이 커다란 축복이 아닐까? 사람은 새로움 속에 살아간다. 모든 것은 항상 바뀌어 사람들에게 다가온다. 그렇다면, 우리는 비늘이 덮인 저 남부의 이방인들을 우리의 의식과 지혜를 발전시킬 새로운 자극으로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그들은 우리의 적이 아니라 가장 고마운 선물이 아닐까? 대상이 없는 사랑은 없다. 그리고 새로운 대상은 새로운 사랑을 약속한다. 남쪽에서 온, 비늘 덮인 그들은 나의 또 다른 형제며 혈육이다. 그리고 축복이다. 나는 그들을 사랑하고 싶다. 그들은 얼마나 고마운 자들인가. 우리는 사랑할 수 있는 상대를 하나 더 얻었다."
케이건은 스스로에게 보내는 조소로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나는 그들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싶다."
사모는 이런 거대한 사랑을 이해할 수 없었다. 다르다는 것이 증오의 원인이 아니라 거대한 축복의 원인이 될 수 있는, 혹은 그러했던 사람이 그녀의 눈앞에 있었다. - 294

- "내일이 오늘보다 나을 거라는 어떤 가능성도 없다면,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뭐가 남을까?"
아이의 말은 케이건이 원하던 것이 아니었다. 케이건은 불만스러운 듯이 말했다.
"내일을 계속 오늘로 만들면 돼." - 334


2026. jul.

#눈물을마시는새 #이영도 #황금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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