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좋았던 시간에 - 김소연 여행산문집
김소연 지음 / 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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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산문이지만
모두 시다.

시가 느껴지지만
다만 같은 풍경을 보고있다는 감각은 부족하다. 왤까.

- 이 골목에서 꽃이 피고 꽃이 지고
꽃 진 자리에 벌 모양의 꽃받침이
바싹 말라 부스러져가는 것을
오래오래 기억해두었다가
네가 돌아오면 얘기로 들려줄게.
너에겐 내 얘기가 시시하겠지만
나에겐 너의 이야기 사이사이에 깃든. - 26

- 자꾸 원치 않은 길 위에 서서 원치 않은 방향으로 이끌려 가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매번 애를 쓴다. 욕망을 점검하고 취사선택을 하느라. 방향을 측정하면서 이탈과 탑승의 타이밍을 체크하느라. 나다움을 지키기 위해 지나치게 용의주도해지고 지나치게 예민해진다.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피로하고 피로하다. 조여오는 것들에 적절하게 저항하는 것만으로도 지치기 일쑤다. - 31

- 아무것도 안 하는
무쓸모한 사람이 되기에는
기가 가장 적당했다
아, 잘 살았어
하면서
둥둥 떠나고 싶었다. - 221

2020. d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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