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으로부터,
정세랑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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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를 살아 낸 여자들에게 바치는 21세기의 사랑.

‘대중의 가벼운 사랑과 소수의 집요한 미움‘(16)을 받으며 살아간 심시선을 기리는 여성 자손들(다수)의 추모여행담.

가벼운과 집요함은 대척점의 단어가 아니지만 이보다 더 콕 찝어 표현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놓치고 싶지 않은 순간들로 채원지, 기세등등한 10주기 제사 컨테스트? ㅋㅋㅋ

유쾌하게 풀어내는 이야기지만, 이 글속에는 작가 정세랑의 계보는 김동인이나 이상이 아닌 김명순이나 나혜석에 있다는 치열한 자각이 있다.
비록 참담한 과정과 결과로 존재하는 여성 선배들의 계보지만, 정세랑이 써나갈 계보는 동세대와 후세대에게는 기쁨으로 존재할 수 있는 세상이길 바라는 마음이 가득 들었다.

- 어린 시절 그 그림에 반해 화가에 대해 알아보았다가 누군가의 부인이란 설명이 먼저 오는 것에 아연함을 느꼈었다. 이렇게 대단할 걸 그려도 그보다 중요한 정보는 남성 화가의 배우자란 점인지, 지난 세기 여성들의 마음엔 절병의 풍경이 하나씩 있었을 거라는 생각을 최근에 더욱하게 되었다. 십년 전 세상을 뜬 할머니를 깨워, 날마다의 모멸감을 어떻게 견뎠는냐고 묻고 싶은 마음이었다. 어떻게 가슴이 터져 죽지 않고 웃으면서 일흔아홉까지 살 수 있었느냐고. - 15

- 낙관을 위해, 현재에 집중하기 위해,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나기 위해 책만한 게 없었다. - 23

- 우리는 추악한 시대를 살면서도 매일 아름다움을 발견해 내던 그 사람을 닮았으니까. 엉망으로 실패하고 바닥까지 지쳐도 끝내는 계속해냈던 사람이 등을 밀어줬으니까. 세상을 뜬지 십년이 지나서도 세상을 놀라게 하는 사람의 조각이 우리 안에 있으니까. - 331

2020. 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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