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대 감기 소설, 향
윤이형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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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고민과 고뇌가 많이 묻어났다. 그간의 일들을 어렴풋이 알고 있자니 더욱 그렇다.
뜬금없이 들려온 소식에 처음엔 믿을 수가 없었는데 이 책으 그 소식 전 (아마 한달? )에 출간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윤이형 작가의 작품세계를 무척 좋아하고, 언제까지나 그의 창작물을 즐길 수 있을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안이한 생각이라고 새삼 느낀다.
결국 작가가 작품으로 발언하는 일조차 고통스러운 마음을 동반했다면, 그것도 왠지 독자로서 안쓰럽고, 미안하다.

제발 문단이건, 사회 어느 곳, 어느 분야든 구태하고 당면한 상식을 몰이해하는 이들이 씻겨져 나갔으면 좋겠다.

-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자기 삶에 무엇이 필요한지 잘 알지 못했다. 그것을 숙고하는 데 들일 시간과 집중력과 에너지가 없었다. - 8

- 네가 그런 거 아니야. 네 잘못이 아니야. 너랑은 아무 관계가 없어, 실장님은 말했다. 뻔하고 착한 말들이었다.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는 말들. 그러나 그 말들에 효용이 없다면, 그런 말들로 이루어진 세계가 아무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다면, 나는 왜 지금 울고 싶을까, 자현은 생각했다. - 45

- 그런 말을 들으면 형은은 되묻곤 했다. 그럼 우리의 역사는 왜 아무도 기록해주지 않아서 이렇게 흩날리기만 하죠? 왜 우리는,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아서 항상 우리뿐인데요? 아무도 우리에게 힘을 주지 않으니까 우린 가진 것도 내세울 것도 경쟁할 것도 고통밖에 없잖아요. - 111

- 그들 역시 태어나면서부터 그런 것들을 공유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어렵고 어색하더라도 서로를 마주보고, 이름을 말하고, 자기 소개를 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지 않으면 어떻게 그런 것들을 나눠 갖기 시작할 수 있을까, 채이는 생각했다. - 147

- 우린 승객이었을 뿐, 그동안 이 버스에서 한 번도 운전대를 잡아본 적이 없었던 거지. 그런데 이제 처음으로 스스로 운전을 할 기회가 주어진 거야. 그래서 이렇게 어지러운 거겠지. 방향 하나하나, 신호 하나하나, 승객들 한명 한명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니까. (...) 우린 결국 같이 가야하고 서로를 도와야 해. 그래서 자꾸 하게 되는 것 같아. 남자들에게는 하지 않는 기대를. - 155

- 내 잘못이 아닌 일에 죄책감을 느끼기도, 강요당한 죄책감에 화가 나기도 했다. 섣부른 판단과 평가가 지긋지긋했지만 언제까지나 판단을 유보하는 태도가 한없이 비겁해 보이기도 했다. - 작가의 말 중

2020. m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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