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간힘
유병록 지음 / 미디어창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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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오를 하고 시작했지만, 역시 쿵하는 감정의 정지를 겪게 된다.
상대의 잠든 자세를 가만히 따라해보고, 아... 나를 바라보며 이 자세로 잠들었겠구나. 데칼코마니 처럼 닮은 자세로 자세를 잡아보는 그 조용한 장면이 계속 생각난다.

가족의 죽음을 겪어내며 죽음에 대해 삶에 대해 사유할 수 있는 것 자체도 어쩌면 이미 이전에 수양이 되어 있었기에 가능할지 모른다. 죽음과 생에 대해 아무런 관점과 의지가 없다면 사유는 불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생에 대해서는 케세라 세라의 마음으로 죽음에 대해서는 메멘토 모리의 마음으로.... 클리셰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살고 있는데, 막상 닥친 죽음과 죽음과 죽음에 나는 그다지 의연하지는 못했지만 내색은 크게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기억하겠다고 그렇게 생각해놓고서도... 맞닥뜨리니 얼음처럼 굳어버렸다고 해야할까.

이 책은 1월에 읽었지만, 이 글을 쓰는 지금은 3월26일이고, 오늘은 내 고양이 에코가 떠난지 일년 된 날이다.
사랑해... 라고 생각하면 고양이별 우편배달부가 고양이한테 그 말을 전해준다는 만화를 마침 또 오늘 보았다.
에코 잘지내? 즐겁게 지내고 있었으면 좋겠어. 사랑해. 나중에 꼭 다시 만나.:):):)

- 슬픔이 인간을 집어삼킬 수 있다는 그 사실을 믿지 않은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 치욕스러움에 사무치는 때가 있다. 밥을 먹는게 치욕스러울 수도 있고 잠을 자는 게 끔찍할 때도 있다. 사는 게, 인생이라는 게 치욕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러나 견뎌야 한다. 그 치욕을 견디고 살아가야 한다. 치욕을 견디고, 나아가 치욕의 힘으로 해야 할 일이 있다. 치욕스럽다는 이유로 더 소중한 것을 잃어서는 안 된다. 치욕스럽다는 이유로 소중한 것을 더 읽어허는 안 된다. - 20

- 커다란 고통은 우리는 집어 삼키려 한다. 그러나 그 고통은 전에 없던 것이 아니다. 이미 누군가 겪은 고통이다. 또 다시 나에게 고통이 찾아온다면, 그와 같은 고통을 먼저 겪은 이들이 남긴 글을 읽을 것이다. 그 책에서 위로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쓸 것이다. 책 속에 길이 있다. 나는 여전히 그 말을 믿는다. - 53

- 돌이켜보니 나는 죽음과 함께 살아왔다. 어쩌면 죽음의 힘으로 살아 왔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마음먹은 이유는, 다른 사람들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겠다고 약속한 이유는, 죽음의 충격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안간힘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다른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한 이기적인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죽음과 마주칠지 모르겠다. 그런 일은 없었으면 좋겠지만 누군가는 내 곁을 떠날 것이다. 왜 죽음으로 인해 삶이 달라지는지 그 이유를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나는 또다시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겠다 마음먹을 것이다. 죽음으로 인해서도 달라지지 못한다면, 더 나은 사람이 된다는 건 가당치도 않을 테니까. - 202

- 너만 두고 올 수 없어서
내 마음도 거기 두고 와야겠지.

2020. J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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