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윤성희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킥보드를 훔쳐타는 할머니. 지난한 삶의 작은 일탈이고 ‘위기‘의 순간에 도달해서야 이 이야기의 의미가 다가온다. 정갈하게 늙고 싶다는 마음 속 염원과 킥보드를 훔쳐탈수 밖에 없는 지루한 현실 사이의 위기.

한 편의 예외없이 모든 이야기가 좋았다.

- 아들들은 학교에 다녔지만 딸들이 학교에 다니기 위해서는 집안이 발칵 뒤집힐 정도의 투쟁과 저항이 필요했다. 집안의 남자 어른들은 시대 흐름도 있고 남의 눈도 있어 마지못해 딸들을 학교에 보내면서도 딸들 앞으로 나가는 학비는 낭비라 여겼고 딸들의 높은 학업 성취에서는 까닭 모를 불길함마저 느꼈다. 그래서 집에서는 딸들이 감히 책을 펼치고 공부하는 꼴을 보이는 걸 용납하지 않았다. 시집가기 전까지 알뜰히 착취해야 할 딸들의 노동력은 가축이나 토지와 마찬가지로 그 생산성의 크기에 따라 가치가 매겨졌으므로, 맏딸에 비해 막내딸은 훨씬 더 열등했다. - 43, 권여선, 하늘 높이 아름답게 중

- 참 고귀하지를 않다. 전혀 고귀하지를 않구나 우리는...... - 67, 권여선, 하늘 높이 아름답게

- 마리아는 연령상으로 내 윗세대이다. 이제껏 나는 윗세대 여성들에 대해 미묘한 원한의 감정을 품고 있었다. 그들이 나를 이렇게 양육했기 때문이다. ˝내 꼴을 보라. 이것이 당신들이 한 짓이다!˝ 뭐 그런 식이었다. 그러나 이 소설을 쓰면서 나는 그들의 삶에 대해 제법 진지하게 숙고하기 시작했다. - 권여선 작가노트 중

- 한 번 내지르면 다음에는 수월한 법이다. 악을 쓸수록 세상이 고요하고 평온해지므로 참을 도리가 없는 것이다. 비명이 터지기 직전의 기분을 잘 알았다. 가슴에 긴 끈이 걸린 기분. 조금만 캑캑거리면 끈을 쑥 빼낼 수 있을 듯한 기분. 일단 소리가 터지면 괜찮아졌다. 끈이 빠져 나오니까. 그런 일이 반복되면 비명을 지르는 건 신발끈을 묶었다 푸는 일만큼이나 간단해진다. (...) 그러고 보면 인생을 아는 건 나이와 아무 상관이 없었다. - 91, 편혜영, 어쩌면 스무번 중

2019. oct.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