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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 스쿨
토바이어스 울프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3월
평점 :
품절
읽은게 좀 시간이 지나 버리고.. 기억을 더듬더듬...
고풍스러운 느낌이 물씬 나는데 작가의 시대보다도 조금 앞서게 느껴지는건 아마 앨리트들을 모아놓은 학교의 분위기 때문인것 같다.
선배 작가에게 인정받는 것이 최고의 영예인 그 시절의 십대들은 순수하지만 그만큼 무모하고 독선적인 면이 있다. 그 인정 하나를 위해 표절도 마다하지 않는 문청이란...
헤밍웨이 대소동이라고 이름붙여도 될 것같은 이야기다.
오독으로 풍성해지는 독서라고 역자 후기에서 말하지만,
그러나 오독이라고 오해받을 만한 구석은 죄다 정답에 가깝고, 그 모든 것을 통과하는 서사가 아닌가 싶다.
문학에 의해 고양되고, 문학을 신성시하고, 어떤 가치와도 교환할 수 없다는 완고함을 지닌 주인공이 결국 그 문학을 배반하는 행위로 인정받는 과정은 젊음의 욕망과 천진한 어리석음을 보여준다.
그 정도의 몰입은 이젠 나에겐 없는 덕목이 된 것 같지만, 그럼에도 실재하는 것 같은 느낌을 강하게 주는 마력의 서사다.
- 어쨌거나 헤밍웨이의 영향에 푹, 귀까지 잠겨 있는 건 나도 마찬가지였으니까, 빌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심지어 헤밍웨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처럼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우리가 헤밍웨이의 제자라는 정체성을 부인하기라도 하듯 우스꽝스럽게 흉내내긴 했지만 말이다. 그건 네 침대고, 좋은 침대이며, 너는 그 침대를 정리해야 하고, 잘 정리해야 한다, 하는 식으로. 아니면 이런 식이었다. 오늘은 미트로프의 날이다. 미트로프는 끝내준다. 미트로프는 끝내주지만 미트로프가 사라진 다음에는 미트로프를 먹지 못한다는 것이 비극이 될테고 미트로프를 주는 자는 더 이상 오지 않을 것이다.
우리 모두는 누구에게든 영향을 받았다. 헤밍웨이든, 커밍스든, 케루악이든, 아니면 그 작가들 전부, 혹은 그보다 더 많은 작가들로부터, 아무도 인정하려 들지 않았으나 모두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것만은 분명했다. - 33
- 내가 그랬든 다른 소년들도 작가가 된다는 건 혈연과 계급의 문제에서 탈출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작가들은 일상의 위계 서열 바깥에서 그들만의 사회를 이루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그들은 특권으로는 얻을 수 없는 권력을 얻었다. 체제와는 한 발 거리를 둔 채 그 체제에 대한 이미지를 창조해내고, 그럼으로써 체제를 재단할 권력. - 52
- 수전은 내가 자기 소설을 무분별하게 도용한 것이 담쟁이 덩굴로 뒤덮인 그놈의 종마 농장에게나 그녀가 신랄한 어조로 ‘아빠‘라고 부른 헤밍웨이에게, 또한 문학을 투우나 권투 같은, 어마어마한 남근중심주의적 사업의 일종으로 보는 시각에 찬물을 끼얹는 괜찮은 농담이라고 생각했다. 이름과 대명사만 몇 개 바꿨는데도 우리 ‘아빠‘로부터, 비할데 없는 남근 감별사께서 - 왜 그런 표정을 지어요? 내가 [파리는 날마다 축제]도 안 읽어봤을까봐? - 우리 ‘아빠‘조차도 그게 남자가 쓴 소설인지, 여자가 쓴 소설인지 알아볼 수 없었다는 얘기 아녜요. 최고위급 남성성 결정권자치고는 너무하잖아. 엉터리를 감지해내는 능력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가 다닌 학교들이 자신들의 기이한 존재를 정당화했던 차이, 이른바 성별이라는 기본적인 차이를 봐서도 견디기 어려운 일이죠.
아주 끝내주는 장난이었어요. 수전이 말했다. 근데 어쩌다가 그런 생각을 해냈어요? - 284
- 글 계속 쓰세요.
음, 그러고 싶지 않아요. 너무 경박한 일이니까.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죠? 글을 쓰면 세상과 분리되고, 이기적으로 변하고 정말이지 좋을게 하나도 없어요.
그 말은 정말로 충격이었다. 인간은 불경함을 보고 움츠러들 때에야 비로소 자기가 신성하게 여기는 게 무엇인지 알게 되는 법이다. 자기 재능을 아무렇지 않게 내버린 수전이 발휘한 게 바로 그런 힘이었다. 수전은 내가 뭔가 말하려 한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냥 하찮은 계집의 소견일 뿐이죠. 그녀는 그렇게 말하더니 손가락을 까닥여 보이고 거리로 떠났다. - 288
2019. J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