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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무선)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1
헤르만 헤세 지음, 안인희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월
평점 :
아마도 중학생 때 읽고 아 이것은 다 읽은 책이다 라고 잊은 책.
그 시절의 감흥, 감상이 지금과 얼마나 다른지 조차 기억 안날 만큼 시간이 지나 읽으니 새롭기만 하다.
소년 싱클레어의 성장통, 사춘기의 기억들. 동년배에 대한 비일상적인 선망, 스스로는 범상치 않다고 여기는 너무나도 정상적인 성장기. 그것은 사춘기라는 것의 마법인가.
단순히 한 소년의 성장으로만 볼 수 없는 수많은 역사와 은유가 드러난다. 열살 소년의 위기와 불안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그가 성장해 전장에서 부상으로 누운채로 끝이나고, 누구에게나 있을 어린시절의 평화로움은 기나긴 인생 속 잠깐의 선물이라고 말하고 있는 듯 하다.
세상에 내동댕이쳐지는 인간이라는 작은 존재에 대한 상념이 뭉게뭉게 피어난다.
잊혀진 이후 재독에서 눈에 띄는 캐릭터는 에바부인이었다. 아니마의 전형. 생의 돌파력, 리더쉽을 가능케 하는 핵심 에너지를 지닌 사람. 구원의 여신일까, 헛된 망상을 씨뿌리는 자인가는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왠지 삿된 종교의 교주같기도 ..
스스로든, 어떤 존재의 친절한 가이드가 있든 세계를 부수고 온전한 나로 서야 하는 과업은 누구나 짊어질 무게.
- 나는 오로지 내 안에서 저절로 우러나오는 것에 따라 살아가려 했을 뿐이다. 그것이 어째서 그리도 어려웠을까? - 7
-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는 있지만, 누구나 오직 자기 자신만을 해석할 수 있을 뿐이다. - 9
- 그 모든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나는 문학작품을 쓰거나 설교하거나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나뿐만 아니라 다른 누구도 그런 이유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 모든 것은 오로지 곁다리로 나타나는 것일 뿐이다. 우리 각자에게 주어진 진정한 소명이란 오직 자기 자신에게로 가는 것, 그것뿐이다. 그는 마지막에 시인이나 미친 사람, 예언자나 범죄자가 되어 있을 수도 있다- 이것은 그 자신의 문제가 아니며, 결국은 그리 중요한 것도 아니다. 그의 과제는 멋대로의 운명이 아닌 자신의 운명을 찾아내 내면에서 완전하고도 끊임없이 그에 따라 사는 것이다. 그것 말고 다른 것은 모두 반쪽이자 벗어나려는 시도이며, 대중의 이상으로의 도주, 그냥 적응, 자신의 내면에 대한 두려움일 뿐이다. 내 앞에 새로운 모습이 두렵고도 거룩하게 떠올랐다. 이미 수없이 계감했고 어쩌면 자주 표현했던 것. 그러나 나는 이제야 비로소 진짜로 체험했다. 나는 자연의 내던짐이었다. 불확실성을 향한, 어쩌면 새로움을 향한, 어쩌면 아무것도 아니니 것을 향한 내던짐이었다. 그리고 태고의 깊이에서 나오는 이 내던짐이 완전히 이루어지도록 내 안에서 그 의지를 느끼고, 그것을 완전히 나의 의지로 삼는 것, 그것만이 내 소명이었다. 오직 그것만이! - 154
- 찢긴 영혼은 미쳐 날뛰며 죽이고, 파괴하고, 스스로 죽기를 원했다. 새로 태어나기 위하여. 거대한 새가 힘겹게 투쟁하여 알에서 나오고 있었다. 알은 세계이고 세계는 부서져야 했다. - 195
2019. No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