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 Person (Hardcover) - Storys
Kristen Roupenian / Aufbau-Verlag / 2019년 1월
평점 :
품절


비채에서 출간 예정인 캣퍼슨의 가제본을 받아 읽을 기회가 생겼다.

트위터에서 작년인가.. 어떤 이가 정말 재밌는 글이라며 직접 번역해 올린 글로 처음 접했는데, 여성 서사에 대한 시대의 요구에 잘 부합하는 글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여성의 이야기임은 물론이고, 현대인의 감정 - 소모와 불안과 망상 - 들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어, 솔직히 읽고나서 뒷맛이 개운한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동시대의 다른 나라 여성이 체감하고 있는 불안에 공감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의도가 분명한 글쓰기를 하고 있어 놀라운 반전 같은 것은 없지만, 그래도 결말에 이르게 되면, 최소한 이러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은 산산히 조각나기 마련인 단편들.

작가 자신도 ‘평생에 걸쳐 줄곧 느껴왔으면서도 결코 뭐라 이름 붙일 수 없던 감정’이라고 말하는 인물들의 내면은 사실 정신의학적인 어떤 명칭은 분명히 존재하는 현대인에게 만연한 정신 문제이고, 특히 여성으로서 그런 경험과 감정의 자각들은 절대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만드는 주문, 저주, 오히려 축복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표제작인 <캣퍼슨>은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해 떠올리게 한다.
해부학상 큰 의미도 없는 처녀성에 대한 우려, 관계의 진전에 따른 선택의 두려움, 자신의 선택에 대한 불신, 실패가 불러올 불명예에 대한 공포 같은 것 말이다.
여성으로 살면서 이것들 중 단 하나의 고민도 해본적이 없다면 거짓이지 않을까. 그렇다면 남성은 이 중 어떤 것들을 느낄까.

<한밤에 달리는 사람>은 사소한 경멸과 비존중에도 못 견뎌하는 1세계 백인 남성의 이야기인지, 외부인에 대한 배척과 폭력이 일상적인 폐쇄 공동체의 이야기인지, 중심을 어디에 놓느냐에 따라 다양한 관점으로 읽을 수 있는 흥미로운 이야기다.

<거울, 양동이, 오래된 넓적다리 뼈> 의 우화 속 공주는 구혼자를 거부하는 것조차도 비난 받으며 스스로 선택과 결정을 내리는데 압박을 받는 여성으로 등장하는데, 이것은 현실의 수많은 똑똑하고 가능성과 능력이 충분한 여성들의 또 다른 모습임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악해져야 온전한 ‘나’로 살 수 있는 여성에 대한 조명이다.

모든 단편이 재밌었으나, 특히 위의 세 단편이 좋았다.

비정상성에 대해 조금만 생각하다보면 도출되는 인물들의 부조리한 우화이면서 극도의 현실성이 부여되어 보편성을 획득한 글들이다.



- 내가 세상을 향해, “누구 이런 감정 가져본 적 있나요?”하고 물었더니 세상이 귀가 먹먹할 만큼 큰소리로, “있어요!” 하고 대답한 것 같았다. - 11, 한국 독자에게

- 이 세상에는 고양이 소리를 내면서 뒤따라오는 것보다 훨씬 나쁜일들도 있어요. 당신한테 힘든 일이 있다고 해서 사람이 웃지도 못해요? - 135, 한밤에 달리는 사람 중

2019. oct.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