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김보영 지음 / 기적의책 / 2015년 5월
평점 :
품절


SF 장르에 무한한 호감을 가지고 있지만, 읽은 것들 중 만족할 만한 작품은 생각보다 없는편이라 정작 내 취향과는 안 맞는게 아닌기 싶기도 하다.

한국 작가로 외국 출판사와의 계약이 기사화 된 것을 보고 김보영 작가의 책을 몇권 샀다.
그 중 가장 볼륨이 가벼운 이 책을 골랐는데,
왠걸 전혀 가벼운 맘으로 읽을 이야기는 아니었다.

우주적 세계관 안의 처절한 생존과 절절한 기다림은
‘사랑’의 의미 자체를 우주적으로 확장한 것 같았다.
막연하고 막막한 것을 이미지로 생생히 재현한 듯.

주인공이 기대한 인류의 발전은 그야말로 희망사항으로, 인간은 필연적으로 파괴와 자기혐오, 타자혐오를 일삼는 존재일 뿐이라는 생각이 더 깊어졌다.

순간순간 이것은 블랙코미디인가 싶은 순간들이 있었는데, 독자의 프로포즈 용? 으로 청탁받은 글이라니 설득이 된다. 적절한 유머는 꼭 필요하니까.


- “야, 성간 여행 한 번 하면 사람이 평온해진다더라.” 친구들이 그러더라. “원래 사람이 한두 달 멍하니 있으면 미치거나 평온해져.” - 10

- 어디로 가든 지금보다는 나을거야. 다른 성계 이민자에 대한 차별도 많이 줄어 있을거고, 복지제도도 연금제도도 좀 개선되겠지. 지구에 다글거리고 사는 사람들이 바쁘게 뛰어다니며 만들고 뜯어 고치고 나면 우리가 돌아가서 누리는 거지. 이런걸 손 안 대고 코푼다고 해야하나. - 13

- 배에 있으면 움직인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 바람도 소리도 없어. 별빛은 기울어져 눈앞에 전부 쏠려 있어. 온 우주의 별이 다 한데 모여 섬광처럼 빛나. 여기 있다보면 빛의 속도로 나를 스쳐가는 것은 온 우주고, 지구며, 내 집과 친구들이고, 나는 여기에 서 있다는 기분이 들어. 그래서 내 시간도 서는 거라고. - 17

- 여기가 아니라면 어디든 좋다고 생각했어. 이 모든 것을 떠올리지 않아도 되는 곳으로. 당신을 포함해서. - 51

- 왜 살았는지는 모르겠어. 하지만 생각해보면 왜 죽으려 했는지도 모르겠더라. 아니, 더 생각해 보니 사람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죽는 거더라고. 그 도시처럼. 뭔가를 해야만 살 수 있는거야. 의지를 갖고, 지치지 않고. - 54

- 망가지고 사라지고 늙고 낡고 분해되고 죽고 멸망해 가는 것들 앞에서. 단 한 번에 어처구니 없이 잃어버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것들을 애도했어. - 56

- 하루를 살기 위해서는 하루가 다 필요해. 하루라도 정신을 놓으면 그 시간이 하염없이 늘어나 하염없이 늘어나는 것을 통제할 수 없는 순간이 오면 생이 끝나리라는 예감을 해. - 70

2019. 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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