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들의 당나귀 귀 - 페미니스트를 위한 대중문화 실전 가이드 ㅣ 을들의 당나귀 귀 1
손희정 외 지음, 한국여성노동자회 외 기획 / 후마니타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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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전반에서 배제되어온 역사가 긴 여성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또 다시 들려오는 굳이 알고 싶지 않은 아재들의 속사정...지겨운 것.

각각의 주제별로 주제에 걸맞는 전문가와 나누는 대화는 확실한 방향성이 있다는 장점.
사소하게 넘어갈 수 있었던 일들이 더 이상은 사소하지 않게 되는 분위기가 생겨서 다행이다.
공론화가 중요하다.

- “개그는 개그일 뿐”이라고 얘기하지만 사실은 어떤 문화 안에서 뭐가 재밌다거나 슬프다거나 고통스럽다거나 하는 감정을 느끼는 건 관습적인 문제거든요. 특히나 ‘웃음 코드’같은 건 문화적으로 만들어진 거란 말이죠. (...) ‘나쁜 웃음”과 연결돼 있는 우리의 관습의 고리를 깨서 다시금 질문하게 만드는 어떤 순간을 만드는 거라고 생각해요. 정말 중요한 작업입니다. - 26

- 지금 우리 시대의 가족은 거의 다 해체된 것처럼 보이는 것에 반해, 예능에서는 왜 이렇게 퇴행적으로 그려지는 걸까요? (...) 사회적 안전망이 무너지고 각자도생 할 수밖에 없는 사회가 펼쳐졌을 때, 그걸 해결할 수 있는 공동체가 필요한데, 한국 사회에는 그런 공동체를 상상하는 방식이 가족밖에 없는거죠. 그나마도 이성애 중심, 결혼 계약에 기반한 핵가족밖에는 상상할 수가 없는 거고, 특히 여자들을 이 가족의 관계망 안에 넣지 않으면 상상이 안되는 거죠. - 29

- 이제 더는 노동자 서사를 써도 노동자의 이야기로 읽히지 않는다는게 문제인 것 같아요. 지금 한국 문학에도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택배 배달원 등 블루칼라, 화이트칼라 할 거 없이 다양한 직종에서 일하는 청년들의 이야기가 쓰이고 있거든요. 그런데 그 소설들을 굳이 ‘노동문학’이나 ‘계급문학’일고 부르고 싶어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요. 작가도 그런 딱지를 두려워하고, 독자들도 그런 범주에 속한 작품들을 선험적으로 꺼리죠. 계급화 된 앎, 계급화된 서사에 대한 감각이 과거와는 매우 달라진 거예요. 그런데 사실 ‘계급’과 무관한 서사는 없을뿐더러, 자신과 다른 계급에 대한 호기심이 사라진 사회는 정말 위험해요. 아무리 계급 상승의 욕망이 좌절되더라도 그것을 꿈꾸는 서사는 사회변혁의 가능성에 대한 신뢰를 전제로 하는 거죠. 그런데 요즘은 아예 ‘흙수저’ ‘금수저’ 같은 방식으로 계급을 나누고, 그걸 고정불변의 것으로 간주하잖아요. 그렇게 되면 다른 삶을 상상할 필요가 없으니 오직 자신이 속한 세계, 사진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세계가 이 세계의 전부라고 생각하게 되죠. 최근 대중서사에서 독립운동가나 사회 혁명가들이 숭고한 가치나 뚜렷한 이념의 주체가 아니라 먹고사니즘에 굴복한 ‘생계형’ 투사로 묘사되는 걸 보면 마음이 복잡해져요. 그런 서사들은 내가 모르는 다른 삶이 있다고 상상하지 않고, 인간은 그저 모두 먹고사니즘에 굴복하는 경제동물이라고 인식함으로써 인간과 세계에 대한 납작한 이해만을 강요하거든요. 그런 사회적 분위기가 좀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다른 삶, 다른 세계를 상상할 수 있는 한 통로로서 <세 여자>와 <여공문학>을 소개해 봤습니다. - 238

2019. 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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