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티크 수집 미학 - 한 미술평론가에게 다가온 우리 골동품
박영택 지음 / 마음산책 / 2019년 5월
평점 :
품절


여전히 소소한 아름다운 것들을 열심히 들여다보고 어루만지고 계셔서 즐겁게 읽었다.
쉽게 변하지 않는 어떤 열정.:)

단정한 서탁이 하나 가지고 싶어진다.
꼭두를 꼭 하나 가지고 싶다는 마음도 어떤 것인지 알 것 같다.
아... 떡살도 가지고 싶다.
이런 저런 갖고 싶다!라는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독서.

다채로운 유물들을 세세히 들여다 보는 맛이 있고
글 또한 맛있다.

- 대부분의 토기 잔 손잡이는 부드러운 유선형으로 되어 있는데 반해 이 잔만은 기하학적인 선으로 마감되어 있다. 바로 이 선 때문에 이 토기 잔은 다른 토기 잔과 현격한 차이가 발생한다. 그만큼 이 직선의 맛이 대단한 힘을 발휘한다. 생각해보면 모든 좋은 작품에는 결국 결정적인 선이 있다. 그것이 모든 조형의 본질이다. - 44

- 시유 단계에서 손놀림을 이용하여 무늬를 만드는 것을 흔히 ‘환을 친다’고 표현한다. 환을 치는 것은 무늬를 낼 뿐 아니라 표면의 유약을 부분적으로 닦아내어 옹기의 통기성을 높이는 역할도 하는데 하여간 이 환치기로 그려진 자국은 속도감있고 즉흥적이고 생동감있으며, 몸이 기억하는 것을 자발적으로 그려낸 자유분방한 무심의 극치를 보여준다. 그야말로 절묘한 추상화가 아닐 수 없다. - 107

- 직선이 단호하게 지나간 이 무늬는 장수와 해로 빛을 상징하는데 이는 오래 살기뿐만 아니라 악귀로부터 피하기를 원하는 의미이자 악신을 멀리하고 선신을 맞이하려는 샤머니즘 신앙의 표현이라고도 한다. 사실 기하무늬 중에서 이 무늬야말로 가장 단순한 무늬이자 원초적인 장식일 것이다. 가장 매혹적인 아름다움은 이처럼 정직하고 순수하면서도 단호한 맛이 있어야 한다. 삶 또한 그럴 것이다. - 237

- 만약 진정한 수집가가 되기를 원한다면 딱 한점만 소장하라는 것이다. 그 전에 박물관이든, 소장자든 빼어난 기물의 소장처를 찾아다니면서 충분히 눈으로 익혀야 한다. 비로소 그 이상의 기물이 나타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눈앞에 영혼을 흔드는 일생일대의 기물이 나타나면 혼신을 다해 그 한 점을 소유하면 된다. 수집 인생은 그것으로 완성된다. 두 점 부터는 무거운 짐이다. 낭비에 불과하고 탐욕이었음을 나중에 깨닫게 된다. (전기열, 조선 예술에 미치다 중) - 241

- 한 인간의 시간과 육체적 노동의 강도를 온몸으로 각인하고 있는 연장들은 그래서 감동스럽다. 그것은 인간이 궁극적으로 노동하는 존재란 사실을, 이 세상에 나와 자신의 육체를 굴절시켜 먹고 살아야 하는 것이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운명임을 발화한다. - 283

2019. may.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