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
와카타케 치사코 지음, 정수윤 옮김 / 토마토출판사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노년의 작가가 쓴 노년의 이야기는 삶의 경험과 지혜가 가득해서, 일종의 잠언집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회도 하지 않고 앞으로 놓인 인생을 가는 자의 고독하고 장엄한 발걸음을 보는 듯 하다.

생을 반추하는 이의 사색의 깊이와 사투리가 주는 매력을 제쳐 놓고 보면, 인상의 막막한 고독이 압도적이라서 재미를 느끼기 이전에 숙연해진다.

- 인간의 감정에는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무시무시한 에너지가 있다고, 모모코씨는 생각한다. 사람의 인생은 그 에너지로 인해 튕겨 나가는 팽이처럼 회전하기 마련이다. 굴러간 곳이 좋았는지 어떤지는 생각하지 않겠다. 그저 벌어진 상황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그렇다해도 모모코씨는 자신을 움직이게 한 에너지의 정체를 확실히 알고 싶다. 그 에너지가 어떻게 변했는지도 끝까지 지켜보리라. 어쨌든 당사자이므로. - 49

- ‘인간은 어떤 삶을 살건 고독하다.’
그리 대단한 인생은 아니었지만, 여태껏 살면서 절실한 깨달음을 얻은 적도 있었고, 그렇기에 고독도 별것 아니라고 스스로 타일렀다. 이미 충분히 길들여졌으니 외로움쯤이야 자유자재로 조종할 수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그까짓 쓸쓸함이 별건가, 하고 얕잡아 봤던 것이다. 근데 이럴수가. 길들여져 자유자재로 조종할 수 있다고 여겼던 고독이 미쳐 날뛴다. 대체 어제의 나와 무엇이 달라졌나. - 56

- 생각해보면, 확장없는 삶이었다. 보는 것에, 응시하는 것에만 국한된 인생이었으니까. 자문하고 자답만 하는 인생. 질문의 내적 소비랄까 플러스마이너스 제로랄까, 물 고인 웅덩이 같은 삶이었다. 남에게 뭘 시키지도 않고, 하물며 영향을 미치는 일도 없이. - 66

- 온 몸이 잡아 뜯기는 슬픔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럼에도 슬픔을 입에 담고, 슬픔을 안다고 생각했다. 안다고 여긴 건 머리로 생각한 종이처럼 얄팍한 이해였다. 내가 안다고 믿었던 것들이 전부 이렇게 머리로만 이해한 얄팍한 것이었을까. 몸서리가 쳐졌다. 이제까지의 나를 더는 신뢰할 수가 없다. 내가 생각지도 못한 세계가 있다. - 113

2018. dec.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