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재밌게 읽었다. 미스터리 스릴러이면서 정통 스타일의 탐정물이면서 성장 소설이라 할 만하다.
유사 부자의 관계인 판사와 그의 서기가 마녀재판을 하기 위해 초기 미국의 개척정착지를 배경으로 으스스한 일들이 벌어진다.
음침한, 무슨 일이 벌어져도 이상할것 같지 않은 분위기가 읽는 내내 매우 쫄깃하다.
부와 가난, 계급과 인종에 대한 이야기도 중심에 놓여있다.
다만, 마녀로 지목된 레이첼 호워스라는 여인이 의연한 현명함을 지녔다는 점 외에 딱히 눈에 띠는 어떤 행위를 하는 캐릭터가 아니라는 점이 조금 아쉬웠달까.
매우 긴 이야기지만 집중력을 잃지 않는 중심이 잘 잡혀있다.
관찰하는 자세는 훌륭한 영혼을 가졌다는 표지라네. 그 특질을 잘 연마하게. 하지만 응용할 때는 너무 직접적으로 하지 말고 은밀하게 하게나. - 109
가끔씩 매튜는 분노와 잔인함으로 가득 찬 이 세속적인 세상을 정말로 신이 다스리고 있는지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상처 입고 무능한 주님의 피조물들에게 신부가 여호와의 자비를 대여섯 시간씩 구걸하는 엄숙한 안식일의 미사에 참석하면 매튜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성가도 부르고 상투적인 말도 늘어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매튜는 살면서 정말로 신이 존재한다는 증거는 거의 보지 못한 반면 사탄의 흔적은 수도 없이 보았다. - 158
물론 넌 생각이 있겠지. 안 그러냐? 너는 태양 아래 모든 것에 대해 생각이 있잖느냐.
제가 모든 것들의 이유에 대해서 알고자 하는 욕구가 강렬하다는 말씀이라면, 그렇습니다.
모든 것들의 이유라.
우드워드가 되뇌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씁쓸한 여운이 있었다.
모든 것들의 이유를 아는 것 때문에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 매튜. - 297
그는 이전에는 한번도 이런 천성을 가진 여자를 본 적이 없었다. 혹은 이런 지성과 열정을 다른 사람들 앞에서 드러내는 여자를 본 적이 없었다. 레이첼의 아름다움과 독립심 때문에 사람들이 그녀를 마녀로 지목하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상당히 괴로웠다. 매튜가 지금까지 관찰할 바로는, 사람들은 욕망의 대상을 붙잡거나 정복하지 못하면 그것을 바라는 만큼 파괴하려 애를 쓰곤 한다. - 529
매튜는 만일 사랑이 누군가를 소유하고픈 욕망이라면, 그것은 자기애의 불쌍한 실체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매튜에게있어 더 위대하고 더 진실한 사랑은 새장의 문을 열어주는 것, 고통스러운 부당함의 창살을 열고, 밤의 새를 자유롭게 풀어주는 것이었다. - 221
곧 회복될 거예요. 다들 그렇게 살아요. 그래야 하니까.
다들 그렇게 살죠.
매튜가 조롱 어린 목소리로 씁쓸하게 되뇌었다.
아, 그래요. 사람들은 그렇게 살아요. 절름거리는 정신과 무너진 이상을 가지고, 그렇게 살아가요. 그리고 해가 갈수록 무엇이 자신을 절름거리게 하고 무너뜨렸는지를 잊어버려요. 사람들은 점점 늙어가면서 그걸 그냥 당당하게 받아들이죠. 마치 절름거리고 무너지는 것이 왕으로부터 하사받은 선물인 것처럼. 그러고는 한때 그들이 가졌던 희망 어린 정신과 거대한 이상을 품은 젊은 영혼들을 어린 바보로 여기는 거죠...... 모든 것은 절름거리고 무너져 내려요. 왜냐하면 사람들은 그렇게 살아가니까요. - 359
2018. aug-se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