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록 범우문고 109
이태준 지음 / 범우사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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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요즘의 산문들과는 정조가 다른 글이다.

차분한 마음을 끌어오는 고즈넉함이 있는.

딱히 어떤 주제 없이 신변을 돌아보기도하고, 여행을 떠나기도 하는 작가의 발길대로 소소하고 깊이있는 사색들이 담겨있다.

고유명사와 그외 여러 단어들의 옛적의 표현을 읽으면 심장도 그만큼 느려지는 기분이 들었다.

만주 기행 중 언급되는 동선당이라는 곳이 궁금해서 여기저기 찾아보았는데, 구휼기구였다 정도 외의 어떤 정보도 쉽지 않았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라지만, 사각지대랄까 다양성이랄까, 정보에도 그런 것이 분명 있다는 생각을 또 한번 한다.

어디든 일상을 벗어나 자연속으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면 챙겨 들고 가 찬찬히 읽어도 좋을 글이다.

노인더러 바다를 보았느냐 물으니 못 보고 늙었노라 하였다. 자기만 아니라 그 동리 사람들은 거의 다 못보았고 못 본 채 죽으리라 하였다. 그리고 옆에 있던 한 소년이 바다가 뭐냐고 물었다. 바다는 물이 많이 고여서, 아주 한없이 많이 고여서 하늘과 물이 맞닾은데라고 하였더니 그 소년은 눈이 뚱그래지며 “바다? 바다!”하고 그윽이 눈을 감았다. 그 소년의 감은 눈은 세상에서 넓고 크기로 제일 가는 것을 상상해보는 듯하였다. - 32, 바다

책은, 읽는 것인가? 보는 것인가? 어루만지는 것인가? 하면 다 되는 것이 책이다. 책은 읽기만 하는 것이라면 그건 책에게 너무 가혹하고 원시적인 평가다. 의복이나 주택은 보온만을 위한 세기는 벌써 아니다. 육체를 위해서도 이미 그렇거든 하물며 감정의, 정신의, 사상의 의복이요 주택인 책에 있어서랴! 책은 한껏 아름다워라. 그대는 인공으로 된 모든 문화물 가운데 꽃이요 천사요 또한 제왕이기 때문이다. - 69, 책

2018. j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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