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없는 노력의 박물관 ㅣ 문학동네 시인선 43
리산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두 권째 읽는 리산 시인의 시집.

완전 취향이고, 너무 좋다.

이런 시를 쓰는 시인이 산문을 쓰면 어떤 느낌일까 생각했다.

개인적으로는 시집 뒤쪽에 실리는 해설은 잘 읽지 않는 편이다. 특별히 시 비평에 관심이 있거나 공부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구지 타인이 헤집어 놓은 시를 볼 필요가 있나 싶기 때문.
이번에도 비슷한 느낌으로 훑어보고 말았다.

산악

오늘은 내 마음이 적막하여 네게로 가는 길 쪽으로 지난 겨울 눈들을 쌓아두고 배꽃 날리는 병풍 앞에 앉았으니 저 꽃잎들 피었다 지고 또 지도록 너는 꿈속에서도 나를 찾지 마라

세상과 불화한 내가 홀로 대취해 있을 때 너는 왔었구나 두드려도 들리지 않는 혼몽의 숲을 두드리며 너는 그렇게 왔던 것이냐 세상의 모든 소리가 들리고 다 들려도 나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단다 천리만리 밖을 떠돌던 귀먹은 마음이여 철새는 울다 가는데

그립다는 말 바람결에 돌아오니 능소화 가지마다 불덩이구나 더러 눈시울에 맺히는 것이 툭툭 지는 꽃멍울인지 눈물방울인지 남염부주지 화염산 불속에서 생겨나 서라벌 뒤란을 헤매던 사내도 저보다 붉진 못하리 (전문)

무엇으로도 태어나지 못한 것들은 결절이 되었네 길 잃은 것들 허방을 향해 손을 내미는데 뒤집을 마지막 패도 없이 어디로 가나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협잡꾼 중

나는 집으로 돌아간다
허공 속에 오래 머물며 이쪽과 저쪽의 줄을 이어주고 싶지만
어둠이란 너무도 쉽게 줄이란 줄을 지워버리는 것이다 - 장고 라인하르트씨 중

수신되지 못하고 떠돌던 모스부호들이 별처럼 쏟아지는 정박지의 밤이 있다 당신과 내가 세상 끝에서 타전한 침묵의 변주를 듣게 되는 밤이 있다 - 국경수비대 - 무어인의 달력 중


2018. apr.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