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나의 남자들! 문학동네 청소년 10
이현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소설에는 불운한 한 남자가 나온다. 전두환때문에 강직한 군인이었던 아버지를 여읜 한 법대생 나성웅이 그이다. 그는 스스로 군인이 되어 아버지의 한을 풀고자 했으나, 형형한 눈빛과는 다른 형편없는 시력때문에 그 꿈을 좌절당하고 법대에 진학하지만 고시의 꿈도 실패하고만다. 그는 변두리의 한 건물에서 후진 인테리어의 노래방을 운영한다. 그에게는 잃어버린 자신과 아버지의 꿈을 완벽하게 실현시켜 줄 아들 금호가 있고, 더없이 사랑스러운 그래서 늘 어리게만 보이는 딸 금영이가 있다. 금영이, 남들 다가는 인문계 고등학교에 가서 다른 아이들 들러리를 서느니 차라리 전문계 고등학교에 가서 무엇인가 하나라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싶은 우리의 주인공 금영이는 집근처의 서경 생과고(생명과학고등학교)의 조리과 신입생이다. 실습실 조리대를 같이 쓰게 된 대청마루 은마루와 예쁘고 새침한 백현지는 자신들의 친구가 학교 앞 노래방의 딸이라는 사실에 감격에 겨워 어쩔 줄을 모른다. 노래가사로 한글을 떼고, 노래방 번호로 숫자를 깨우친 금영이의 노래방 선곡 기술은 신기(神技)에 가깝다.
 절대로 이성 친구로는 사귀고 싶지 않지만, 정말 좋은 친구인 태진이까지 어울려 행복한 고등학교 시절을 보내는 금영이에게도 어려움이 찾아온다. 그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 금영이에게 세상은 동화 같은 곳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세상의 남자들은 다 강동원과 강동원이 아닌 남자들로만 나뉘었고, 늘 힘들어하지만, 부모님은 참 좋은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버지가 정해놓은 통행금지 8시를 어기고 나가본 세상은 금영이가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어렵고 아픈 곳이었다. 금영이는 그 아픔의 시간을 멋진 친구들과 함께 건너는 행운을 가진다.  

 아이들이 자라서 어른이 되는 과정은 참으로 길고 지리한 듯 싶다가도 어느 순간 돌아보면 어느 새 어른이 되어 있는 아이의 모습에 깜짝 놀라게 된다. 언제나 내가 무엇인가를 해 주어야만 했던 그 작은 고사리 손과 오물거리는 입에서 처음엔 반항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좀 더 자라서는 오히려 부모의 잘못을 감싸주려는 아량까지도 가진 넓은 마음이 보인다.

 작고 여린 아이가 어느새 그런 어른스러움을 갖기 위해서 그 아이는 우리의 금영이처럼 아픈 시간들을 견딘다. 마치 알을 까고 나오는 것처럼 말이다. 그 시간들은 아이에게는 꼭 필요한 시간들이다. 너무도 아프고 힘겨워서 다 포기하고 싶어질지라도 다른 어느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그런 고통이다. 이 아픔을 현명하게 견딜 수 있도록 힘을 주는 것이 우리 어른들의 몫이 아닐까?

 읽으면서 이 소설의 내용이 실제 우리의 전문계 고등학교의 모습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졌다. 전문계는 공부 못하는 아이들이 가는 곳이라는 생각보다는 공부로 자신의 인생을 설계하지 않기로 한 학생들이 자신의 길을 스스로 찾아서 노력할 수 있기를 진정으로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