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발의 천사 - 인간의 가장 좋은 친구, 반려견들의 이야기
리처드 데이 고어.줄리안 게리 엮음, 이선미 옮김 / 좋은생각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결혼하기 전부터 직장 생활을 하던 나에게 육아는 참으로 버거운 짐이었다. 지금보다 더 환경과 생각들이 고루하던 시대라 아이를 키우는 것의 대부분은 엄마의 몫이었다. 아이가 좀 더 자라서 학교만 다녀도 덜 힘들 것이라는 나의 기대와 바람은 그러나 입학을 하기 전부터 깨어지고 말았다. 한 달정도는 오전에만 간단히 학교 적응을 시키고 하교를 한다지 않는가. 심지어 점심도 안 먹이고 집에 보낸다고 한다. 집이라고 가 봐야 밥을 줄 사람도 없고, 오후내내 돌봐 줄 사람도 없는데, 어쩌란 말인지.......

  우여곡절 끝에 그 어려운 시간이 지나고 지금은 옛 이야기 하듯이 웃으면서 말할 수 있는 시절이 왔다. 그 긴 시간동안 가장 큰 공헌을 한 주인공은 엄마도 아빠도 할머니나 할아버지, 혹은 누나도 아닌 강아지 앨리스였다. 이미 네 살이라는 먹을 만큼 먹은 나이에 우리와 함께 생활하게 된 앨리스의 첫 밤이 떠오른다. 깔아놓은 매트 위에서 꼼짝도 않고 앉아서 그저 떨던 모습. 그 큰 눈에 담긴 두려움과 낯섦에 그동안 강아지를 키우는 것에 가장 큰 반대를 했던 나의 마음이 참 아팠다. 사실 내가 강아지를 원래 싫어 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어린 시절 마당에 살던 그 많던 '해피와 쫑과 메리, 로미와 쥬리'들과의 아픈 기억 때문에 또 다른 인연을 거부하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작고 사랑스런 앨리스는 금세 아들아이와 단짝이 되었고, 학교에서 돌아와 혼자 있는 시간을 함께 채웠다. 강아지를 돌보느라 제 시간에 꼭 집에 돌아오던 아들아이는 이젠 중학생이다. 아직도 앨리스를 제 방으로 데리고 들어가서 잔다. 심지어 앨리스조차도 그 방을 제방으로 안다.

 이 책 <네 발의 천사>를 읽으면서 우리 앨리스 생각에 책에 나오는 모든 강아지들이 다 사랑스러웠다. 자주 얻어맞아서 주눅이 들었던 제크는 '막대기로 맞으면 점점 더 못 돼질 뿐이었다. 부드럽게 대했을 때 착한 아이가 되었다.' 안내격 키바는 주인의 삶에서 가장 큰 눈과 같은 존재였고, 코요테의 피가 섞인 사샤의 자태는 우아하고 아름다운 사진으로 우리에게 드러난다. 쓰러진 주인의 위급함을 알리기 위하여 전화기를 떨어뜨릴 줄 아는 똑똑한 맥스의 이야기는 마치 우리 옛 전설에 나오는 충견을 보는 듯했다. 운명처럼 만난 키즈멧과 줄리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앨리스가 우리집에 오기까지의 과정을 되돌아보았고, 도도한 로라 빈포드는 우리 앨리스의 가장 도도한 사진을 찾게 만들었다. 메이지와 허니는 그저 가만히 앉아있기만 하는 것으로도 테일러를 웃게 할 수 있었고, 매기와 맥스는 어린이들의 친구가 되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때로는 이 네발의 천사들은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핥아주고, 외로운 마음을 채워주고, 고통을 견디는 힘을 주는 동반자가 되곤 한다. 늦은 오후에 가족들을 기다리면서 앨리스와 대화를 했을 우리 아이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예쁜 옷을 입혀주고, 자기 전에는 인사를 한다. 누군가 자신을 키운 것의 팔할은 바람이라 했던가. 우리 아이를 키운 것의 3할은 이 작은 네 발의 친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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