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미한 풍경
페터 슈탐 지음, 박민수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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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으면서 내내 예전에 읽었던 페터 회의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이 떠올랐다.

 노르웨이가 배경인 이 소설 <희미한 풍경>을 읽으면서 덴마크를 배경으로 한 그 소설이 떠올랐던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낯섦이 그 대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멀고도 먼 신비한 눈의 나라, 이름도 서툰 크로네나 굴덴 따위의 돈을 쓰는 그 곳, 한 밤에도 해가 지지 않거나 한 낮에도 어둑신하다는 그 곳에 언젠가 가보게 될까? 어쩐지 그 곳은 신비한 사람들이 조용조용 차를 마시고 거리를 걷고, 사랑을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평생 땀이란 모르고 눈과 함께 살아갈 것 같은 그 북구의 나라들에 가 보지 못한 자의 막연한 그리움일 것이다.

 이 소설 <희미한 풍경>에서 카트리네는 이혼 후 아이를 키우면서 항구의 사무실에 다닌다. 작은 마을에서 늘 똑같은 생활을 하는 그녀에게 구혼을 하는 남자 토마스. 돈많은 집의 아들로 직장도 좋고 잘 생기고 카트리네의 아들 랜디를 너무도 아껴주는 그 사람을 카트리네는 사랑하지 않는다. 그러나, 토마스는 그들의 결혼을 기정 사실로 했고 그리고 정말로 결혼을 한다. 그녀는 러시아에서 온 배를 검사하기도 하고, 마을의 술집인 엘리야크에서 친구와 맥주를 마시기도 하지만 남편에게 특별한 느낌을 받지는 못한다. 어느날 우연히 남편이 했던 모든 말과 행동이 어쩌면 거짓이라는 것을 알게된 카트리네는 혼란에 빠진다. 그리고 늘 바라보기만 하던 폴라리스호에 오른다.

 그녀 카트리네는 어느 곳에도 자기 자리가 없다는 생각을 한다. 단조로운 생활의 연속, 늘 만나는 작은 마을의 똑같은 사람들 틈에서 카트리네는 아무런 꿈도 희망도 없는 자신을 발견하고 떠나지만, 결국 그녀는 그 항구로 돌아오는 배를 타고야 만다.

 우리는 누구나 이 곳을 떠난 어딘가를 꿈꾼다. 그 어딘가에서는 항상 바라던 그 많은 것들을 할 수 잇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해변의 파라솔 아래에서 피나콜라다를 앞에 두고 책을 읽을 것이다. 멋진 사람과 즐거운 대화를 나누면서 거리를 걸을 것이고, 근사한 공연이 그 밤을 장식할 것이다. 과연 그럴까. 누구나 꿈꾸는 신비한 북국에서 온 카트리네는 파리의 좁은 호텔에서 쓸쓸했고, 마음을 둘 곳을 찾고자 했다.

 단조롭고 감정이 없는 절제된 문장의 이 소설은 우리에게 희미한 한낮의 쓸쓸함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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