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 그러나 더 나은
디터 람스 지음, 최다인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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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MAN의 공식 북 리뷰 시리즈 101-24-10 최소한 그러나 더 나은, 디터 람스 Dieter Rams , 2024 ★★★★✮

 

*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도서협찬

* 본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이 글은 공식 서평단으로서 개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1. 들어가며..

 

디자인 Design : 실용성이 있으면서 아름다운 모습을 갖추도록 

의상이나 제품작품건축물 등을 설계하거나 도안하는 일.

(다음-고려대 사전)

우리의 일상 생활에서 디자인이란 말은 너무나도 익숙하다. 흔히들 멋진 건물이나 실내에 오면 의례적으로 디자인이 멋지네!”라고 감탄사를 내뱉는건 그다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언어학자 소쉬르 Ferdinand de Saussure 의 말에 따르면 언어는 기표 記標 와 기의 記意 사이의 어떤 동적 관계 아니던가..즉 그것이 담고 있는 본래의 의미도 있지만,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어떤 의미로 활용하는 가도 중요한 언어의 측면이다.

 

따라서 디자인의 원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앞서 언급한 정의가 나온다. 아름다움을 지칭하는 말의 일종으로 우리가 쓰는 측면에서는 충분히 수긍이 된다. 그런데 세심하게 관찰해보면 서두의 실용성이 있으면서..”라는 문구가 포착된다! - 내가 문제를 삼는 지점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

 


실로 미를 다루는 우리 인간의 수많은 행위 양식 중 디자인은 비교적 어린 편에 속한다. 과거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미술이론가 란칠로티 Francesco Lancilotti가 공방의 장인匠人 들의 결과물들을 평가하며 쓴 대목이 그나마 기록에 보이는 거의 최초의 사례일 것이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본격적으로 디자인이 대두된 건 산업혁명의 시기이다.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상품이라는 가치가 전복되었을 때 이 디자인 또한 그 의미가 바뀌게 된다.

 

소위 상품으로서 경쟁력의 한 측면에서 디자인을 고려하기 시작한 것이다! 보다 보기 좋고, 가격에 합당한 외양을 어떻게 (값싸게) 만들것인가가 생산시 중요한 고려 사항이 되기 시작한다. 이후 산업사회가 고도화됨에 따라 더욱 디자인에 대한 수요는 커져만 가고, 급기야 디자인자체에 대한 미학이 성립되기에 이른다. 그것이 바로 전설의 바우하우스 Bauhaus”로 대표되는 일련의 흐름이다! - 이거도 독일이네. -

 

그 당시 바우하우스는 모더니즘 Modernism 양식의 실제 구현을 어떻게 할까에 관심이 있는 일군의 예술가들이었고, 이에 동조하는 미술가, 건축가, 디자이너 등 많은 이들이 모여 서로의 작품에 대해 논의하고, 영향을 주고 받으며 일대 혁신을 가져오게 된다. - 그리고 그걸 나치 Nazi 가 한방에 박살낸다. -

 

그러나 한번 터진 봇물은 다시 주워담을 수 없는 법, 이 혁신적인 양반들은 뿔뿔이 흩어져 오히려 예술계와 산업계 전반에서 자신들의 생각을 씨앗삼아 퍼트리고 그 유산은 현대에까지 이르고 있다. 지금 우리가 보는 건축이나 실내, 그리고 상품에 이르기까지 소위 산업디자인 Industrial Design 은 이런 맥락으로 이어져 옴을 알 수 있다. - 거의 그 끝자락에 애플 Apple 을 놓으면 맞을 듯. -

 

 

이후 이 바우하우스의 유산은 곳곳에서 확인되는바, 오늘 살펴볼 독일의 브라운 Braun - 여러분이 전기면도기로 아는 그 브라운 맞다. - 의 전설적인 디자이너, 디터 람스 Dieter Rams 의 신화는 시작된다!

 

2. 저자의 의도.


디터 람스는 당시 이미 기반을 가지고 있던 독일 가전회사 브라운의 2세대부터 등장한다. 당시 창업자였던 막스 브라운의 사후 , 두 아들이 승계하는데 이 양반들이 지금의 브라운을 규정짓게할 디자인철학을 표방하면서 디터 람스는 그 집행자의 역활을 부여받게 된다. 그 이후 브라운은 전기면도기를 포함한 기존의 사업영역에서 생활가전(주방), 음향가전, 전문가용 기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발군의 실력을 선보이면 일대 혁신을 불러오게 된다. - 그의 대표작 휴대용 라디오 T3, T31, T4, T41, 턴테이블 P1은 지금 내놔도 팔릴만하다! (사진참조) -

 

명성을 드높이던 디터 람스는 마치 요즘 패션-명품회사의 수석 디자이너의 역활을 맏아, 자신만의 팀으로 매 제품들을 자신만의 감각을 담아 디렉팅했고 무수히 많은 명작들을 남겼다. 이후 디터 람스는 함부르크 미술대학교에서 교편을 잡아 연구를 하는 한편, 자신의 영역을 가전제품에서 벗어나 가구, 실내 인테리어 등 그야말로 생활 전반으로 확장하여 어엿한 아티스트로 자리잡고 그렇게 전설로 남았다. 이 책 최소한 그러나 더 나은은 본인이 현재까지 남긴 유일한 책이며, 자신의 일부였던 브라운에서의 그동안의 자신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일종의 회고집 Restopective”의 성격을 가지는 책이다.


 

이 책에서 그의 명성을 드높인 많은 작품들과 일화들, 그리고 자신의 입으로 직접 말하는 디자인 철학에 관한 단편들을 풍부한 사진과 함께 우리의 눈 앞에 펼쳐놓는다. - 역시나 아티스트답게 화보 구성이다. -

 

3. 인상적인 부분.


먼저 이 책은 회고전의 성격이 강한 책이므로 그의 발자취를 담은 많은 사진들을 볼 수 있다. 지금 내놓아도 당장 살것같은 그 작품들은 가히 이 양반이 괜히 전설로 남은 것이 아니라는 걸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림쟁이(디자이너)에게는 말이 필요없다. 그의 작품이야말로 모든 걸 담고 있는 그의 분신이니 나 역시 글로써 그를 그리기 보다는 독자들이 바로 알 수 있도록 그의 작품들을 올려본다. (사진참조)

 

어떤가? 지금봐도 전율이 오는 모더니즘의 미학이 느껴지지 않는가?

 

이 책의 제목 최소한 그러나 더 나은은 단순히 이 책의 제목인 수사修辭 가 아니라 모더니즘의 핵심을 담은 문구이다. 바우하우스의 시절에도 그랬고, 디터 람스 또한 충실한 그 계승자로서 단순함의 미학을 극단으로 밀어붙인 그 결과물들의 향연饗宴 이 바로 이 책인 것이다!


또한 이미 이 업계(디자인)의 선수들에게 십계명처럼 참고하는 디자인 철학을 책에서도 자랑스럽게 명시한다. 잘 알려져 있듯이 작고한 애플 Apple 의 간판 고스티브 잡스 Steve Jobs도 이 좌우명을 매우 마음에 들어했으며, 공공연히 애플 자신들의 제품에 적용하여 경의를 표한 바 있다. (어찌보면 아이포드 i-Pod, 아이팟 i-Pot, 그리고 아이폰 i-Phone 은 모두 람스의 손자들 뻘이다! )

1. 좋은 디자인은 혁신적이다.

2. 좋은 디자인은 제품을 유용하게 한다.

3. 좋은 디자인은 미적이다.

4. 좋은 디자인은 제품을 이해하기 쉽게 한다.

5. 좋은 디자인은 거슬리지 않는다.

6. 좋은 디자인은 정직하다.

7. 좋은 디자인은 오래간다.

8. 좋은 디자인은 사소한 부분 하나에까지 철저하다.

9. 좋은 디자인은 환경친화적이다.

10. 좋은 디자인은 최소한의 디자인이다.

(디터 람스의 디자인 철학 십계명)

더군다나 책에 간간히 나오는 디자인에 대한 람스의 멘트들은 모더니즘을 표방하는 아티스트들에게는 분명히 참고해야할 아젠다 Agenda 를 여전히 담고 있다따라서 미술이나 디자인 분야의 관심사를 가지는 독자들은 이 양반의 책에서 영감靈感 을 받을만하다고 자부한다. - 결과물들이 너무 좋으니ㅋ -


마지막으로 그가 이 모든 걸 가능케했던 든든한 후원자, 브라운 형제와의 관계가 보이는 대목이 보인다. 사실 디터 람스의 이러한 거장으로서 성공 뒤에는 그의 철학을 공감하고, 묵묵히 지지해준 브라운 형제의 공도 있다하겠다. 아무리 능력이 있고, 재주가 좋아도 그것을 알아보는 안목과 재능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지 않으면 그 모든 것들은 무로 돌아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디터의 안목과 철학을 지지해준 덕분에 브라운은 오늘날까지 살아남았고, 지금도 당신의 집에 면도기, 전동 칫솔, 백색 가전들이 여전히 살아숨쉬는 것이다! - 이런 리더쉽은 오늘날 더욱 유효하다고 나는 믿는다. -

 

4. 아쉬운 부분.

 

그의 작품은 워낙 단순하고, 또한 고도로 기능성을 은근강조한 디자인이라 군더더기가 없다. - 이것이 그의 디자인이 영속성을 가지는 이유 중 하나이다. - 오죽하면 애플이 수십년의 시간이 흐른 뒤에도 자신들의 해답을 그에게 찾았을까..- 여기까지는 찬양의 시간. -



그러나 바로 이 단순함의 미학이 역설적으로 그의 최대 단점이라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다시말해 그 단순함의 미학을 견디어내지 못하거나,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무언가 심심하고, 허전하며 그 비어있음을 참을 수 없는 지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고백컨데 나는 일정한 양식미 樣式美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특히 바로크 양식이나 벨에포크 양식을 좋아한다.) , 나와 같은 양식미를 좋아하는 대중에게는 모더니즘의 결과물들은 밋밋하거나 그 안에 담겨있는 장인의 혼을 느끼지 못한다. - 이건 취향의 문제이다. - 따라서 단순한 상품 Product”으로 그 가치를 평가절하 당하는 측면이 분명 존재한다.

 

또한 앞서 소개했던 디자인의 사전적 정의에서도 볼 수 있듯이 디자인, 특히 산업 디자인의 가장 큰 존재이유는 상품성에 기인한다. , 생산하기 쉬워야하며,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들에게 큰 무리없이 어필해야 하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따라서 극단적인 모더니즘의 제품에서도 보듯이 몰개성 沒個性적이고 예술가의 혼이 느껴지지 않는 익명성 匿名性이 오히려 산업 디자인에서는 미덕이 된다. 따라서 이러한 제품의 측면이 강한 양식에서 과연 우리가 생각하는 미학이라는 것이 정당화가 되는 것인가라는 물음이 가능하다.


 

더욱이 최근의 디지털 환경에서의 비인간적 도구화의 냄새마져 느끼게 된다! 다시말해 잘못하면 흔히들 생각하는 인간적 감수성, 인간적인 냄새가 나지 않는 딱딱한 지점이 분명 존재한다는 것이다. 앞서 소개했던 디자인 십계명의 한계 지점이 여기서 또 다시 드러난다. 최소한의 미덕, 기능성의 극단화는 우리가 인간적이라 믿는 어떤 감성들을 담아내기에는 그 한계를 드러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므로 이 지점에서 디자인의 획일성을 문제삼는 사상, 즉 포스트 모더니즘 Post-Modernism 의 반격이 예견된다. 그리고 이미 다수의 포스트 모더니즘의 아티스트들은 이러한 결과물들을 내놓고 있으니 이 또한 아이러니 하다.

- 디터의 디자인조차 시간이 지나면 “양식의 권력”을 가지며, 이를 극복하려는 태도는 당연히 발생하기 마련이다. -

 

5. 나오며..

 

이제 다시 내가 서두에서 문제를 삼았던 지점으로 돌아가 보자.

 

디자인의 역사에서 상업성은 그 내재된 의미를 더욱 명확히 해주고, 이젠 뗄래야 뗄 수가 없는 지경인데 과연 여기에 미학 美學이 존재할 수 있는가의 문제가 남는다. - 이는 디자인의 문제라기 보다는 미학이라는 영역의 내재된 문제로 보인다. -


그리고 이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한 양반은 그 유명한 앤디 워홀 Andy Warhole 이다. 이른바 워홀이 주창한 팝아트 Pop-Art”의 캐치 프레이즈는 상업 디자인도 충분히 미적 요소로서 기능함을 입증해 내었다라고 평가받는다. 그리고 그 의의는 과거 칸트 Immanuel Kant 시절부터 시작된 미학의 영역이 더욱 확장되면서 결국엔 그 경계는 생각보다 희미하다는 것을 우리에게 각인시킨 사건이라는 점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이제 디자인 = 미적감수성이라는 보다 포괄적 의미로 받아들인다고 봐야 이 현상을 이해할 것이다. 그리고 그 변형된 의미로 우리는 일상에서 디자인 괜찮네..”라는 멘트를 사용한다. 이쯤되면 무엇이 과연 디자인인지 정확하게 말하기 힘들 지경이다. 그러나 우리는 인식론적으로 잘 정제된 디자인에서 여전히 어떤 심미안審美眼 을 느끼지 않는가! - 그러니 당신들이 애플폰을 그 돈을 주고 사지 않나. -


그러므로 우리는 디자인에 미학이 있다라고 결론을 내려도 무방하지 않나 싶다. 다만 그게 누구에 의한, 누구를 위한 미학인지는 따져볼 문제이지만, 어쨋든 그와 같은 단어를 부여하여 이해를 해도 인간의 유구한 미적 행위에 부합하는 한 쟝르로 마땅히 편입되어야 함은 굳이 새삼스럽게 말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그리고 그 행위 양식의 변천사에 큰 족적을 남긴 디터 람스는 우리에게 여전히 전설로 남아있고, 충분히 그 자격이 있다. 지금 우리 앞에 놓여진 그의 이 책이 그 증거일테니 말이다.

 

우리 인류에게 시대를 뛰어넘어 여전히 유효한 그의 업적은 앞으로도 또 하나의 영감으로 영원할 것이라 믿으며 디터 람스에게 경의를 표한다..그의 작품은 여전히 매혹적이다. Long live the K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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