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MAN의 북 리뷰 시리즈 01-59 : 하루 10분, 철학이 필요한 시간, 위저쥔 저, 2023


출판사 사전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도서협찬

* 본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이 글은 서평단으로서 개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1. 들어가며...

당신은 "밀크티 동맹(Milk-tea Alliance)"라는 용어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최신의 외신 뉴스나 신문의 국제 정치 분야 기사란에 등장하기 시작한 신조어이다. 이 단어의 뜻은 2020년대에 홍콩, 대만, 태국의 시위대에서 등장한 신종 슬로건으로서, "반反 독재, 반중시위의 국가간 연대를 외치는 말이다.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고속 성장을 성공시키며, "일대일로"로 대표되는 거창한 자국(중국)의 긍지마져 과시하던 중국이 어쩌다 이런 지경까지 내몰렸냐는 의문마져 드는 용어이다. 물론 점점 팽창하는 중국의 패권주의를 견제하려는 기존 서구권의 의도된 프레임으로 의심해볼 수도 있지만, 세계 각국에서 높아지는 "반중정서"에는 "어글리 차이나(Ugly China)"의 실질적인 혐오감 또한 존재함은 명백한 그 원인으로 지목될 수 있다. 단지 수사적인 문제가 아니라 그들과 마주하는 일상에서 받은 대중들의 인식들, 그리고 중국의 해외 진출 지역에서 마치 "점령군"을 방불케하는 그들의 행태 또한 여러 기사들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즉, 중국 인민들의 일상 태도나 인식이 타 국가나 공동체에서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갔다는 데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이 문제의 근본적인 이면을 주목해서 보고 싶다. 나와 공감하는 다수의 역사학자들이나 심리학자들은 공통적으로 "중국의 근현대사"에 그 원인을 찾고 있다. 처절하게 질곡의 역사로 점철된 그들의 의식속에(또는 무의식속에) 상실로 인한 거대한 "정신적 결핍"을 유발하고, 그에 대한 반동으로 자리잡은 것은 "물질 만능주의"라는 것이다. 마치 전후의 일본 재건 시대의 극심한 패배주의나 6.25 전쟁 이후의 대한민국에서 보여준 극단적 생존 지상주의의 발현처럼 그들 또한 사회 전체가 거대한 "트라우마"에 시달렸고, 그 후유증은 아직도 유효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으로 그들의 현재 정신세계를 이해할 수 있으며, 그 징후가 위에서 밝힌데로 곳곳에서 감지된다는 진단에 개인적으로 크게 공감하고 있다. 심지어 어떤 측면에서는 자본주의 국가인 우리들보다 더욱 더 철저히 시장 경제적 기조와 행보를 보인다고도 탄복할 정도이며, 이러한 경제적 극단화는 필연적으로 커다른 사회적 갈증을 낳게 된다. (이는 우리 사회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시점에 이 갈증에 대한 반성과 경고의 화답으로 지금 살피고자 하는 이 책이 나온 배경이라고 이해하고 싶다. 모두가 질주하듯이 달려오며 점점 가속화되어 멈출 수 없는 극단적인 현실속에서, 잠시 한 발짝 떨어져 시대를 관망하며, 인간의 삶에 대해 자조하는 이 철학자의 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 누군가는 포착한 것이라 짐작이 된다.

2. 저자의 의도...

본작의 저자, 위저쥔은 현現 푸단대 철학 교수로서 이 책의 기원이 된 팟캐스트 "철학 강의"로 유명세를 탄 인문학자이다. 당시 700만 조회수를 넘나들며 큰 호응을 이끌어냈고, 서구 사회의 "TED 강연"에 비견되는 대중강연으로 화제를 불러모았다. 그런데 특이한 지점은 중국 태생의 철학자라면 으레 동양철학을 전공했으리라는 일반적인 기대와 달리, 서구 관념론의 본고장인 독일 라이프치히 대학의 철학 박사 학위를 받은 경력이다. 게다가 모교에서도 서양 철학을 강의하며 학술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이는 마치 동양 철학의 본고장에서 서양 중심의 학풍을 가진 이방인에 가까운 행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선입견에도 상관없이, 푸단대에서도 대중적인 강의로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일종의 "경계"에 선 학자라 볼 수 있겠다. 일련의 알려진 강의나 저서를 보면 서구 물질주의 문명의 비판론에 주관심사를 둔 것으로 보이고, 이 저서 또한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서문에서 저자 본인은 자신의 견해는 최대한 배제했음을 밝히고 있지만, 팟캐스트의 목록과 이 책의 목차를 보면 이는 사실과 다르게 보인다. 47인의 철학자를 크게 다섯 개의 장으로 구분하면서 소개하되, 각 장의 대주제에서도 볼 수 있듯이 현재 무질서에 가까운 중국 대중들을 "계몽"시킬려는 의도가 다분히 엿보인다고 말하고 싶다. 각 주제를 관통하는 저자의 생각은 "현 세대를 살아가는 중국인들에게, 삶의 지향점과 의미를 철학으로 일깨워 주기 위함"이라고 명백히 읽혀진다.  

3. 인상적인 부분...


먼저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주목하려 했던 점은 선정한 주제들의 "경계"였다. 이미 우리가 잘 알다시피 중국은 엄연히 "검열"이 존재하는 국가이다. 모두가 경제적인 측면만을 보고 판단하기 쉬우나, 중국은 정치적으로 "공산당 일당 독재"를 지향한다. 따라서 아무리 학문의 자유를 명목상 보장한다 하더라도, 자신들의 체제 이념에 근본적으로 도전하는 것은 용납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책에서도 과연 그와 같은 한계를 극복할만한 지점이 존재 가능한가? 라는 의문이 읽는 내내 들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나의 선입견을 보란듯이 비웃듯, 그 경계에 선듯한 주제가 상당수 목격된다. 예를 들어, 신자유주의에 가까운 로버트 노직, 권력의 통제와 감시 작동 원리를 맹렬히 비판한 미셸 푸코 등을 들 수 있다. 물론 저자는 원론적인 소개와 적절한 수준에서 이들을 해제하고 있지만, 더 자유롭게 이들의 논거들을 활용하면 현 중국 정치 체계를 비판할 수 있는 대목이 분명 존재한다. 이러한 사유의 위험성을 중국 당국이 인지하지 못한 것은 아닐 것이며, 이는 분명 주목할만한 대목이다.(반대로 이 정도의 지적 사유의 확장으로 인한 체제 비판은 충분히 자신들의 사장적 기반으로 방어 가능하다는 자심감의 발로로 볼수도 있겠다.)

또한 저자의 나머지 주제들은 현 물질문명 내지는 자본주의의 모순을 지적하는 주제들 내지는 비판으로 가득히 채워져 있다. 이는 첫째로 시장 경제를 받아들인 이후 폭주하는 중국의 현실을 비판하는 측면이 다분히 존재한다. 이는 소주제로 제시하는 질문들에서 다양하게 발견된다. "무엇이 행복한 삶인가?", "당신은 왜 일하는 시람이 되고자 하는가?"와 같은 문장들에서 그 사례로 이해될 수 있다. 둘째로 일종의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을 의심케하는 시사점을 들고 싶다. 자본주의 내에서의 "비판"을 의도적으로 수용하고 드러냄으로써, 상대적으로 자신들의 체제의 정당성과 "우월함"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물론 이 의도의 한계는 시장 경제를 받아들인 자신들의 과거 결정 또한 모순이 존재함을 드러내는 결점 또한 존재한다.)

마지막으로 각 인물에 대한 분석과 평이 매우 대중 친화적으로 잘 구성되어 있다. 흔히들 생각하는 "교조적인" 학자의 글도 아니고, 더욱이 맹렬한 문장들을 줄곧 선보이는 사회주의 특유의 문장과 표현들은 이 책에서 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매우 친절한 구성과 문체, 심지어 감각적인 일러스트와 독자들을 배려한 세심한 "대머리 지수"까지... 아주 잘 구성된 서구 사회의 대중 교양서적의 그것을 너무나도 적절하게 잘 구사하고 있다.(저자의 이름을 가리면, 과연 이 책이 미국, 유럽에서 출간된 책이라고 보일 정도이다.) 이는 짐작컨데 현재 중국 인민들의 지적 수준을 고려한 측면이 있지 않은가 판단된다. 중국 공산당의 공식 발표와 관계없이 아직도 중국 인민들의 문맹률은 상당히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지역간 격차 또한 상당하다. 따라서 저자는 먼저 팟캐스트의 형식을 빌려 시작을 하였고, 이 책은 그 결과로 나온 책이므로 역시 그 의도의 자장 안에 존재한다고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라는 결과물이 질적으로 결함이 있다고는 생각이 들지 않으며, 오히려 아주 잘 쓰여진 대중 교양서적으로 그 역활을 충실히 수행하리라 보인다.

4. 아쉬운 부분...

앞서 언급했듯이 이 책은 철저히 대중을 상대로 기획된 팟캐스트의 확장으로 이해될 수 있는 텍스트이다. 주제의 선정과 인물의 소개 및 구성도 이 목적하에서 읽을 수 있다. 그래서 세부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아쉬움 또한 존재한다.

먼저 각 사상들의 치열한 전개와 확장성은 이 책에서 기대하기 어렵다. 이는 현재 중국의 정치 검열로 인한 상황으로 보일 여지가 다분히 존재한다. 소개한 정치 철학들 가운데 몇몇은 그 논의가 다다른 지점이 "전체주의"를 비판하는 대목이 반드시 존재하고, 이는 중국 공산당의 "권위주의" 체제 또한 해당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존 로크의 천부인권론을 들어보자. 이 이론의 핵심은 "사람은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누구로부터도 침해당할 수 없는 권리(자유)를 부여받았다"이다. 현재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대부분의 국가들은 이를 상식으로 받아들이고, 각자의 기준대로 "헌법"상에 이 정신을 다양하게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의 현실은 어떠한가. 과거 "천안문 사태"를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티벳에 대한 일방적인 흡수 정책과 신장,위구르 지역의 소수민족 탄압은 무엇이라 말해야될지 모르겠다. 심지어 로크는 그와 같은 상황하에서 인인은 저항할 권리가 있음을 천명하고 있지 않는가. 현재 중국 공산당이 가장 금기시하는 인민 봉기나 분리 독립은 이미 로크가 충분히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

게다가 미셸 푸코의 "감시와 처벌"은 또한 어떠한가. 권력의 궁극적인 목적은 감시와 통제의 내면화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 또한 현제 중국이 시행하고 있는 인터넷의 무제한 검열, 자유로운 사용의 제약 및 이를 위한 기술적으로 구현한 "파놉티콘"적 요소들, 그리고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상당히 극우적 성향을 보이는 중국 MZ세대들의 행태는 푸코의 지적이 유효함을 잘 보여준다. 따라서 저자가 의도하던 의도하지 않던 간에 "스스로를 검열"하고, 다소 말랑말랑한 수위로만 다룬다고 말할 여지가 존재한다.

마지막으로 지적하고 싶은 점은 저자와 관계없이 이 책을 받아들이는 대중의 "편향성"을 들고 싶다. 가끔 뉴스에 나오는 중국의 현 정치 상황과 관련된 기사들(특히 홍콩 "우산시위")을 보면 생각과 달리 중국 인민들이 사상적으로 잘 단련되어 있음에 놀랄 때가 있다. 게다가 연이은 시진핑의 예외적인 장기 집권과 COVID 19 펜데믹에서 드러난 중국 공산당의 실책에도 불구하고 꽤나 견고한 지지율을 과시하고 있다. 이를 전제로 짐작해보면, 이 책은 저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서방 세계의 "데카당스"를 드러내고 자국 우월주의의 프로파간다 중 하나로 오독될 여지가 존재하지 않을까. 과거 소비에트 연방이나 구 공산권 체제들이 그래왔듯이 말이다. 따라서 이 책은 한계가 처음부터 명백히 주어진 책이고, 저자의 의도대로만 읽혀지길 바랄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일종의 "안전장치"가 보인다는 점은 나만의 지나친 해석이 아니길 바란다. 물론 이와 같은 몇몇의 지점들을 제외하고 보면, 이 책은 그 궁극적인 목적에 매우 충실한 텍스트임은 적시하고 싶다.

5. 나오며...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현재의 문제를 들여다보자. 전세계 많은 학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점은 다음과 같다. 이미 "고속성장"으로 대변되는 중국의 경제 체제는 그 한계에 봉착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소위 거시 경제론에서 흔히 거른되는 "중진국의 함정" - 전체적 경제 성장률 저하 및 토입요소 대비 고용률 감소 - 을 비롯하여 급격한 노령화와 인구 감소 추이와 같은 구조적 한계 또한 관측되고 있다. 이로 인해 경제적 불평등이 가속화되고, 중산층의 위기로 읽혀지는 각종 징후들이 경제 기사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현실 속에 놓인 대중들의 정서적 결핍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 그 증상으로 지구촌 곳곳에서 "폭주하는 중국인"들에 대한 반감이 날로 높아진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책은 이 시점의 중국 인민들에게 "중용"의 미덕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의도가 강하다고 할 수 있다. 마치 고대 그리스의 쇠락기에 에피쿠로스가 들고 나온 "쾌락론"과 같다고 할까. 삶에 있어 "행복"의 의미를 다시 돌아보고, "쾌락"의 그 지향점과 과도한 위험성을 세밀하게 분류하며, 인위적으로 주어진 쾌락의 정서가 독이 된다는 그 당시의 주장 말이다. 비단 이와 같은 지적은 그들뿐 아니라, 표류하고 있는 이 시대의 모든 대중들에게도 시사하는 지점이 크다고도 보인다. 더욱이 기존 텍스트에 거부감마져 보이는 현 세대의 대중들에게 보다 더 친근하게 다가서는 입문서로서 이 책은 더욱 적절하다. 시대의 갈증이 지배하는 이 시기에 또 하나의 철학책이 나와 위로를 해준다면 고마운 시도일 것이다. 우리에게도 중용의 미덕을 충분히 이 책을 내놓은 출판사 관계자들에게 작은 감사를 전하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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