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 일본 원자력 발전의 수상한 역사와 후쿠시마 대재앙
앤드류 레더바로우 지음, 안혜림 옮김 / 브레인스토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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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MAN의 북 리뷰 시리즈 01-45 : 후쿠시마, 앤드류 레더바로우 저, 2022


* 본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이 글은 서평단으로서 개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도서협찬

1. 들어가며...


청와대 대변인 : “원전 찬성-반대 진영 모두가 승복할 수밖에 없는 절묘한 결론이다.”

2017년 있었던 "신 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 위원회"의 강평이었다. 그동안 업계 관계자들만, 또는 정부의 관계자들과 소수의 시민단체만이 참여하여 일방적으로 결정하던 문제를 국민 참여단을 도입하여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으며, 세간의 관심을 불러모았던 현장이었다. 물론 모두의 관심이 쏠린만큼 격렬한 논쟁이 붙으며, 국민들의 의견이 양분화되어 지면을 뜨겁게 달군 부작용도 있었지만, 전례없이 실시간으로 국민 다수의 의견을 직접 경청할 수 있는 좋은 자리였다는 것으로 기억한다. 허나 이 자리에서 나온 결론은 "신원전의 건설을 재개한다"는 것이고, 지금까지 탈원전을 원하는 사람들의 비난에도 기존의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위 사례에서도 보듯이 아직까진 다수의 사람들이 현재 전력공급을 위한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대한민국의 현실을 인정하고, 현재까지 이어온 경제성장을 위해 원전을 허용하자는 것이 다수의 의견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논쟁은 가라앉지 않으며, 전보다 훨씬 반원전의 여론이 들려옴은 쉽게 감지할 수 있다. 왜일까...그 이유는 아마도 우리와 비슷한 국내 사정의 이웃 "일본"의 전례없는 재앙 사태인 "후쿠시마 원전 사건" 때문이다. 시작은 자연재해로 촉발되었으나, 그 전개과정에서 전대미문의 인재로 바뀌면서 아직까지도 현재진행형인 이 사건이 너무나도 그 악명을 떨치며 교훈을 전해주고 있기 때문이리라. 한번 인간의 손을 벗어난 이 위험한 자연의 힘은 돌이킬 수 없는 대재앙으로 우리의 삶을 흔들고 있고, 일본이 이를 극복하는 과정은 전세계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자칫 국내 경제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을 넘어, 국제 분쟁마져 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아직도 이 파멸의 교향시가 멈추지 않고 있다.) 

2. 저자의 의도...


저자인 앤드류 레더바로우는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전, 인류의 최대 재앙이라 일컫어지는 "체르노빌 사태"에 대해 충격적인 저서를 발표하며 전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원전 르포 작가이다. 후에 등장한 걸작 드라마 "체르노빌(2019)"의 고증을 자문해주며, 그 유명세를 과시한 작가이다. (이 드라마는 현재까지 최고의 재난 드라마로 칭송받으며 각종 상들을 휩쓸었다.) 저자는 기존 르포와 차원을 달리하는 몇몇 지점들로 굉장히 알려져있다. 그것은 단순히 참상의 단면과 피해자들의 모습을 드러내는데 집중하는 여타의 저자들과 유사한 지점이 아니라, 해당 사건이 벌어진 국가의 배경부터 시작하여 당시의 시대적 배경과 분위기를 매우 자세히 조사하고 분석하여 소개한다는 점이다. 그럼으로써 사건의 전개과정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실수들, 그로 인한 결과의 참상들이 왜 일어날 수 밖에 없었는지를 독자들에게 폭넓게 설명하고, 이와 같은 참상이 언제든지 우리에게도 일어날 수 있음을 현실적으로 그린다는데에 있다. 이 저서도 현대 일본의 근간인 메이지 유신부터 시작하여 경제대국으로 발전해온 일본의 모습을 보여주며, 그 와중에 벌어진 성장 만능 주도의 일본 정부와 그에 결탁한 "경제 카르텔"의 민낯을 드러냄으로써 자신이 주장하고자 하는 바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시작은 불가피한 "자연 재해"로 시작하되, 그 전개는 "인재"라고 부를 수 밖에 없는 모순된 구조를 말이다. 이처럼 풍부한 사전 배경 지식을 통해, 일본이라는 땅에서 국지적으로 일어난 비극적인 사태가 아니라,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거나, 또는 다른 구조에서도 모순점이 존재하면 언제든 유사 사태가 벌어질 수 있음을 독자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3. 인상적인 부분...


먼저 이 책은 개인적으로 붙인 제목대로 일종의 "교향곡"과 같은 구조를 띄고 있다. 1장, 2장은 마치 빠른 악장이 나오는 교향곡의 1악장처럼 메이지 유신 이후 숨가쁘게 발전해온 일본의 고도 성장의 모습을 서술하고 있다. 그 이후 느린 2악장처럼 성장 후 일탈과 잃어버린 10년으로 대변되는 3, 4장을 소개하며, 스케르조의 빠른 템포로 진행되는 3악장의 그것처럼 사고의 전조를 언급한다. (6장) 그리고 마지막 장렬한 피날레의 4악장에서 후쿠시마 복합재난을 서술하고, 그 여파를 마무리 한다. 앞서 글의 도입부에서 언급했듯이 저자는 사태가 발생한 배경을 근본부터 언급하므로 방대한 정보와 인명들이 등장한다. 따라서 그 분량 또한 상당하고, 자칫 늘어지기 쉬운 내용이지만, 마치 교향곡의 구성처럼 그 흐름을 유지하여 독자들에게 한 달음에 자신이 목도한 것들을 전달하는 방법을 쓰고 있는 듯 느껴진다. (다만 이런 유려한 구성의 교향곡 결말이 "파멸"이라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슬픈 일이다.)

또한 그 배경으로부터 지적하듯이, 후쿠시마 사태는 단순히 일본만의 문제가 아님을 지적한다. 최초로 원자력 상용화를 주도한 것은 미국을 위시한, 서방 선진국들이며 이들의 적극적인 프로파간다가 분명 존재하였다. (심지어 CIA도 관여한 흔적도 언급한다.) 이와 더불어 국가 주도의 원전 정책의 최대 수혜자인 원전 업계의 양태를 낯낯이 고발한다. 이는 대한민국도 마찬가지로 최근 지면에서 "원전 마피아"로 일컬어지고 있다. 이들은 강한 결속력을 자랑하는 경제 공동체로 막대한 영향력을 사회 각계에 행사하여 (정치적 로비를 포함) 그 폐해가 날로 늘어가며, 이는 분명 문제가 있음을 지적한다. 학계 - 업계 - 정계 - 국제관계로 이뤄지는 이 먹이사슬의 생태계가 분명 위험요소가 다분한 이 산업에 있어서 대중들의 눈을 가리고 있다고 역설한다. 

마지막으로 후쿠시마 사태 이후 일본 내 피해자들의 현황과 실상을 자세히 소개하여 그 분노의 지점을 높여간다. 하루 아침에 생활의 터전에서 쫓겨나, 이재민 신세가 된 무수히 많은 시민들과 이를 외면하는 도쿄 전력의 실태, 그리고 그를 뒤에서 조종하는 일본 정부의 모습을 대비하며, 같은 인간으로써 느끼는 참담함의 동조를 독자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또한 매우 일본과 닮아있는 우리 현실 (비록 한반도는 지진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할지라도)에 투영하여 가늠케 해볼 여지를 제공한다. 다만, 그 비참함을 단지 감정적으로만 이용하지 않도록 될 수 있으면 객관적으로 전달하며, 또 하나의 "빈곤 포르노"화가 되지 않는데 촛점을 두는듯 하다. 그럼으로써 이 사건이 단순히 고착화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임을 강조한다.

4. 아쉬운 부분...

이 책은 전체적으로 르포 형식을 띄고 있다. 그것도 방대한 양의 자료와 사료를 집약한 책이다. 따라서 저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막대한 양의 정보에 독자가 질식할 수도 있다. 때문에 저자는 자신의 취재 내용 중 어느 선까지 대중들에게 전달할지 고민한 흔적들이 보인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일반인들임을 감안하면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아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허나 개인적으로 반드시 지적해야 하는 부분이 존재한다. 그것은 다름아닌 "경제적인 타당성 분석"이다. 앞서 한국의 공청회도 포함하여, 탈원전을 반대하는 측의 가장 주된 요인은 "경제적 효용성"이다. 안전만 보장된다면, 상대적으로 운용비용이 적고, 심지어 탄소저감의 흐름에 영향을 줄것처럼 호도하는 기사마져 존재할 정도이다. 그러나 조금만 내막을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된다. 원전의 가장 큰 문제점인 "핵폐기물 처리와 관리비용"은 사실상 무한대에 가깝다. 왜냐하면 한번 지정된 곳은 향후 수백년간 사용하지 못하는 "불모지"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누수현상이나 기타 환경오염에 대한 비용 또한 측정이 불가능하다. 아직 우리의 기술은 이것들을 되돌릴 기술을 발전시키지 못하고 있으며, 그저 매몰하는 것만이 최선일 뿐이다. 또한 확률적으로 천재지변에 가까운 낮은 가능성으로 그 안전에 대한 비용을 낮게 평가할 수 잇으나, 역사는 그렇지 못하였다. "체르노빌 사태" 이후 그 사회적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몰락해버린 구소련의 사례와 현재진행형으로 앞으로 얼마의 비용이 들어갈지 계산조차 못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에서처럼 그 비가역성이 너무나도 크다. 이 모든 것을 경제적 수치로 환산한다면, 과연 저들이 주장하는만큼 원전이 효율적인지는 의문일 것이라고 확신한다. 따라서 저자 뿐만 아니라 이 문제에 관심을 둔 이가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대중들에게 다른 시각을 제공할 수 있는 시도가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5. 나오며...


사실 개인적으로 원전은 "원폭"의 산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이 발견을 태생부터 무기로 다뤄왔다. (그 압도적 파괴력에 경외와 공포를 보내면서 말이다.) 그리고 이는 현재 UN 상임이사국으로 대변되는 국제적 수퍼 파워의 척도가 된 것을 엄연히 인정해야 한다. 이를 아무리 평화적으로 포장한다 하더라도 이 힘은 분명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궁극의 힘에 가깝다. 때문에 "평화적 목적"의 원전은 기만적인 표현이 다소 포함된 프로파간다라고 극단적으로 볼 수도 있다. "핵분열"의 힘은 그 자체로 인간이 완전히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주면서 말이다. 이것이 우리의 손을 잠시 벗어나는 순간 재앙은 늘 시작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로부터 아직도 교훈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더 완벽한 기술을 선보이거나, 아니면 이 통제불가능한 힘을 봉인하는게 현재로서는 최선이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그를 위해 그 아비규환의 현장을 저자는 우리에게 생생히 소개하며 과연 우리가 이를 감당할 수 있냐고 되묻고 있다. 먼 이웃의 일이나, 나에게는 편리하기만 한 단순한 기술이 아닌, 파괴력을 지닌 이 원전이라는 힘을 다시 한번 모두가 생각해봐야 마땅하다. 

#후쿠시마 #앤드류레더바로우 #브레인스토어 #후쿠시마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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