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아르떼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100배 즐기기 - 한·오스트리아 수교 130주년 기념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한경arte 특별취재팀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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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MAN의 북 리뷰 시리즈 01-43 :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한경 arte 저, 2022


* 본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이 글은 서평단으로서 개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도서협찬

1. 들어가며...

위 평화로운 사진은 우리가 소위 "합스부르크 왕가(신성 로마 제국)"으로 알고 있는 가문의 시초가 되는 합스부르크 성의 모습이다. 한낱 시골영주에 지나지 않던 저 가문이 몇 백년 후 천하를 호령하는 제후국으로 성장하리라고는 아무도 믿지 않을지도 모른다. 허나 역사는 그렇게 흘러왔고, 전 세계의 기록은 그들을 그렇게 기록하고 있다. 무엇이 그들을 그 지위로 만들었을까...

비결은 "혼인"으로 맺어진 동맹과 합종연횡을 넘어 능수능란함을 자랑하는 그 "기만함"에 있다고 흔히들 평한다. 현재까지도 그 내력이 이어질 정도로 유럽내에서 유력가문과의 전격적인 정략결혼으로 정치적, 군사적 동맹을 적극 도모하고, 그외의 세력과는 대립 또는 동맹을 냉혹하게 반복하며 자신의 세력을 불리는데 성공한 것이다. 그 이후 1차 세계대전으로 완전히 사라지기 전까지 흥망성쇠를 겪으며 역사의 한 축을 움직이던 유럽 최대의 가문이다. 이처럼 찬란한 역사를 자랑하는 가문이지만, "청이 높아지면 그림자는 길어진다"는 옛 말이 있듯이 그 이면에는 치열한 암투와 모략이 필수적이고, 일반 대중들에 대한 통치 역시 폭정과 탄압의 상징이 될 수 밖에 없다. ("빌헬름 텔"의 배경만 봐도 그러하다.)

따라서 이와 같은 가문들은 자신들의 치세를 포장하고, 위엄을 높이기 위한 도구로 "예술"을 활용해 왔다. 비단 "메디치 가문"의 사례뿐만 아니라 조선 시대 "세종"으로 대표되는 문화 중흥기에는 선대 "태종 이방원"의 치열한 권력다툼이 있지 않았던가...이것이 내가 느끼는 예술의 아이러니이다. 예술은 늘 피를 먹고 자란다.        

2. 저자의 의도...


이 책은 오스트리아-한국 수교 130 주년을 기념하여 양국 정부의 협조하에 빈미술사박물관과 국립중앙박물관의 협동 전시회를 기념한 책이다. 아울러 빈에서 공수한 대표작들에 대한 사전정보와 배경을 설명하고, 관객들이 전시회에서 좀더 이해할 수 있또록 사전 정보 설명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 서적이다. (또한 화보집의 성격도 겸하고 있다.) 아직 한국은 미술 전시 시장으로는 주변 국가에 머물러 있고, 이웃인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 시장 규모가 작은 관계로 그동안 상대적으로 이러한 전시 기획에서 늘 소외받았었다. (아니면 위 두 국가의 하위 시장으로 인식을 받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국의 외교적인 노력으로 전례없는 기획을 시도하였으며, 상대적으로 유럽 중세미술이나 고미술에 목이 마른 대중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사실 영화나 드라마, 서적 같은 매체에서 유럽의 중세사는 상당히 대중에게 노출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실질적인 문화 유산은 거의 접해볼 수 없는 현실에서, 비교적 합스부르크 왕가와 같이 대중적 인지도가 어느 정도 있는 기획 전시에서 그 시장 가능성을 보여준 좋은 선례로 남을 것이다. 이 책은 철저히 이번 전시의 소개와 정보 전달에 충실한 내용으로 구성이 되어있으며, 전시에 흥미있는 독자들에게 충실하게 그 역활을 수행하고 있다. 

3. 인상적인 부분...


사실 대한민국에 있어 현재의 대중들에게 인식이 남아 있는 마지노 선은 "조선시대"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조선이 과연 "전제국가"이냐 라는 논쟁을 제기하겠지만, 적어도 대중들의 인식속에는 강력한 왕권이 작용하는 중앙 집권 국가이다. 따라서 영주를 중심으로 한 중세 봉건주의는 피상적으로만 알 뿐, 그 현실적인 체험이나 인식은 거의 전무한 게 사실이다. (이는 오래도록 다이묘가 유지되던 일본이나, 각 지방  성을 중심으로 지역 호족들이 늘 존재했던 중국과는 다르다.) 따라서 이따금 매체에서 등장하는 중세 유럽의 문화는 낯설고 신기하기만 하며, 우리의 역사와는 동떨어진 그것으로 치부하기 쉽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없는 판타지 성격의 어떤 문화적 코드로 읽혀지기 쉬운 측면이 존재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번 전시회와 이 서적으로 그동안 말로만 듣던 모습들을 실제로 체험하고, 눈으로 직접 목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한 전시회에 소개되고, 본 서적에서도 나온 작품들의 개별 가치도 주목할만하다. 한때 전 유럽을 호령하던 세도 가문이었던 만큼, 당대의 예술가들이 총망라된 유서깊은 작품들이 즐비하다. 벨라스케스, 루벤스, 브뤼헬 등 쟁쟁한 화가들의 작품들이 소개되고 있고, 그 외에도 화려한 궁중 양식의 유물들이 그 자채를 뽐내고 있다. 게다가 갑옷이나 무기류를 비롯한 장식품들도 함께 소개되어 풍성한 면모를 자랑한다. 멀리 지구 반대편까지 공수되어 자국의 화려한 면모를 간직한 유물들이 생소한 대중들에게 소개되는 장을 마련한 점에서 이 전시와 서적은 의미가 크다.

마지막으로 구한말에 오스트리아-합스부르크 왕가와 외교적인 교류가 존재했고, 그 흔적 또한 소개된 점도 참고할만하다. 기록에 의하면 대한제국의 고종과 합스부르크 왕가의 프란츠 요세프 1세와의 친선교류에 대한 흔적이 남아있으며, 양국이 선물로 교환한 유물들도 존재한다. 한반도에서 최초이자 마지막인 비운의 제국이지만, 몰락해가던 정세를 뒤집기 위해 당시의 서구권의 중심이던 유럽에 외교적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한 노력들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흔적들은 마땅히 후세에도 알려지고 기억이 되서 잊어버리면 안되는 소중한 자산이다. 현대 대한민국은 분명 선진국이다. 그것도 엄청난 대외무역을 바탕으로 일어난 제조국이다. 다시말해 전 진구를 상대로 경제활동을 이어가야만 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고, 대외적으로 이미지나 신용도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나라 중 하나이다. 따라서 문화적으로 세계에 각인되고, 인지도에 있어 필요한 요소라면 무엇이든지 활용해야 하며, 이런 역사적 흔적들은 좋은 소재들이 될 수 있다.

4. 아쉬운 부분...

이번 전시나 서적에 대해 아쉬운 부분보다는 원론적인 점에서 분명 지적할 지점이 존재한다. 그것은 "예술의 모순"이라고 명명하는 점이다. 합스부르크 왕가가 유럽에서의 지배력을 넓히고, 여러 나라들을 통합 흡수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많은 폭정과 실정들은 분명 역사에 존재한다. 일례로 우리가 "빌 헬름텔 설화"로 잘 알고 있는 이야기도 합스부르크 왕가가 스위스에서 벌인 폭정이 그 배경이다. 이외에도 전 유럽을 수십년간 전쟁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30년 전쟁" 등 역사의 주역이었던 면에서 그 반대 급부인 이미지가 존재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가리고, 대내외적으로 정통성과 이미지 쇄신을 위한 치적이 반드시 필요하며, 대부분 이 목적으로 "에술"에 대한 수요가 존재하게 된다. 이리하여 합스부르크 왕가는 유럽 최대의 후견인으로 자처하며, 수집가로서의 역활도 수행하게 된다. 현재 오스트리아나 과거 합스부르크 왕가의 영향력 하에 놓여있던 지역에는 아직도 그 흔적이 남아있는 유사들이 즐비하다. 그러나 메디치 가문의 일화와 같이 아무리 손을 씻어도 손에 묻은 피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권력을 위해 행한 많은 오류들은 기록으로 남아있으며, 이 또한 이들의 역사이다. 모든 역사에는 공과 과가 존재하니, 이번 전시와 관련없이 "과"도 조명하는 기회도 존재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물론 이것은 전시의 측면에서는 어렵고, 영상이나 글로써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5. 나오며..."

최근에 미술 전시계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진 이라면 "이건희 컬렉션"에 대한 전시나 각종 매체에서의 조명이 눈에 띌 것이다. 고 이건희 회장의 사후에 소유한 미술품들 중 상당수를 국가에 기증하고 이를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히 밝히는 것은 이 미술품들이 국가에 귀속되기까지 우여곡절이 존재하였다는 것이다. 이건희 전회장의 그림 로비 의혹과 현 이재용 회장의 뇌물수여 혐의와 주가조작 혐의로 인한 수감생활 후, 대국민사과와 함께 사회 환원을 약속한 댓가로 이뤄진 이력이 남아있다. 이 모든 것들을 뒤로 하고 지금은 세계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컬렉션으로 새롭게 대중들에게 받아들여지니 격세지감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이 사례와 마찬가지로 이번 합스부르크 전시회도 민중의 피와 땀을 매개로 이뤄진 찬란한 그 작품들만이 우리에게 기억될 뿐, 그 이면의 민중사에 대한 조명은 미진하거나 거의 전무하다. 보다 다양성을 추구하는 미래의 대한민국에서는 그러한 것들도 같이 다뤄져 역사의 기억을 특정인의 의지대로 기억하고 싶은데로만 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끝으로 이 전시회는 전례없는 중세 유럽을 소개하는 좋은 시도라는 점은 높이 평가하고 싶다. 후에도 좀더 다양한 유사 시도가 이루어져 이제 문화적으로도 더 성숙한 우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글을 마친다.

#합스부르크600년매혹의걸작들 #한국경제신문 #한경arte #한국오스트리아수교130주년기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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