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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행복 - 택시 운전하며 인생을 배우다
황성규 지음 / 메이킹북스 / 2022년 10월
평점 :
FATMAN의 북 리뷰 시리즈 01-42 : 길 위의 행복, 황성규 저, 2022
* 본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이 글은 서평단으로서 개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도서협찬
1. 들어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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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전인 일로 기억한다. 하루는 라디오를 듣고 있던 중, 김미화 씨의 낭랑한 목소리로 어느 광고를 하는 것을 우연히 듣게된 일이 있다. 상품을 광고하는 피곤함이 깃든 보통의 광고가 아니라, 담담한 목소리로 아래와 같은 제안을 하는데 지금도 굉장히 나의 마음 속에 울림을 가져오며 남아있다.
어머니께 "엔딩노트"를 선물해보세요. 당신께서 인생의 끝이 다가옴이 아니라, 당신이 이제껏 살아온 이야기를 스스로 기록하고 이해하며 서로 많은 대화를 할 수 있어서 더욱 가까워졌습니다..
순간 나도 "아, 맞다...내가 기억하는 엄마의 삶도 한 편의 영화보다 더 극적이고 치열한 그 삶을 반드시 기록해야겠다..." 라고 결심을 하게 되었으며, 꼭 한번 실천해야겠다고 다짐을 하게 된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우리가 보통 "역사"라고 하면 거대한 시대의 흐름을 움직이는 쳇바퀴 속에서 이러저리 흔들리는 우리들 개개인의 모습이 쉽게 떠오른다. 그리고 거창한 어떤 "큰 시대의 요구"를 담는 고귀한 기록으로 오해하기 쉽다. 그러나 내가 정의하는 역사는 다르다. 앞서 밝힌 역사는 각 개인의 총합에서 공통분모를 취한 부분일 뿐이다. 우리 모두는 역사의 주체이다. 모두가 각자의 사연이 있고, 끊임없이 삶을 영위하는 가운데 어떤 공통점이 "시대정신"으로서 나타나지, 결코 각 개인의 삶의 역사가 무시될 것은 아니다. (우리가 흔하게 보는 많은 매체는 타인의 삶을 훔쳐보는 그런 행위일 뿐이지, 위대한 기록의 여부를 가르는 건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내가 기억하는 어머니의 삶과, 당신께서 간직한 말 못할 사연들은 모두의 눈물과 웃음을 담고 있는 소중한 기억이다. 따라서 위와 같은 기획이 매우 직관적으로 와닿으며 각 개인의 기록의 소중함을 다시한번 각인시켜 준 경험이었다.
2. 저자의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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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분은 "필부"라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로 평범한 이력의 일반인에 가깝다. 다만 어린 시절 가난한 배경을 갖고 태어나, 학업을 다 마치지 못하고 생계를 위해 다양한 일을 해온 우리 아버지들의 모습을 가지고 계신 분이다. 후에 만학도로서 평생의 한을 풀고, 전공을 살려 해당 분야의 직장을 다니다, 인생 후반부에 택시기사를 생업으로 하시면서 제3의 인생을 사시는 내력을 가지고 있다. 정말 눈코 뜰새없이 달려만 오는 숨가쁜 생업의 무게로 기쁨도, 슬픔도 함께하시며 처자식을 위해 모든 걸 바친 지난 세대의 표준적인 아버지 상인 것이다. 어느 가정의 아버지를 살펴보아도 말로 다하지 못할 그 수많은 사연들을 가지고 있지만, 저자는 자신의 생애 전반을 기억에 의존하여 신변잡기적으로 기록하고 있다. (이렇게만 보면, 굳이 이분의 이야기에 우리가 주목을 해야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 할수도 있으나, 어렴풋이나마 내가 기억하는 아버지 세대의 삶과 겹쳐져 그 정겨움에 몰입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아마도 저자분께서도 당신의 삶의 기억을, 더 나이를 먹어 체력과 정신력이 희미해지기 전에 정리하시고 싶은 목적으로 본 저서를 기록하신 것으로 느껴진다.
(통상 내 글에서는 내용의 진의를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 의도적으로 작가의 사진을 배제하는데, 이 책만큼은 반드시 저자의 사진이 있어야만 이 글이 의미가 있을듯 하여 실례를 무릎쓰고 남긴다.)
3. 인상적인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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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 책은 크게 우리 부모님들이 고이 간직하시는 사진앨범을 보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누구나 인생은 자신이 생각하는 에피소드의 단편들로 구성하려 하지만, 그 기억을 불러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진"이나 기억을 담고 있는 어떤 "물건"일 것이다. 실제로도 저자의 인생 여정에서 큰 사건이 있을 때의 추억을 사진과 병행하여 배치하고 있다. 따라서 책의 끝까지 단번에 읽어나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물론 나와 같이 저자의 의도에 공감하지 못하는 독자라면 온갖 신변잡기적 구성이라고 느낄 수도 있지만, 저자분의 의도에 동의를 하기만 하면 기꺼이 그의 삶에 들어가 그 흘러가는 모습을 잘 볼 수 있어서 흐뭇했다.
또한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진다고 생각이 든다. 생업에 종사하며,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해 급급했던 초반부, 학업의 꿈을 절대 접지 못하고 끝끝내 쟁취하여 신협의 임원으로 당선되기까지 한 중반부, 그리고 그동안 누리지 못한 삶의 여유를 위한 자기 찾기 과정이 들어가며 택시 기사로 살아가시는 후반부가 바로 그것이다. 이는 마치 우리 대한민국의 발전 역사하고도 겹치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한다. 6.25 전쟁으로 잿더미가 되어버린 동아시아의 조그마한 나라로 시작하여 원조 경제를 벗어나고자 몸부림쳤던 초반부, 베트남전을 비롯한 몇번의 기회를 바탕으로 개발도상국으로 급성장하며 눈부신 경제성장을 기록한 중반부, IMF 사태를 딛고 다시한번 도약하여 선진국의 문턱을 넘어서 이제는 복지국가로서의 자기 성찰로 고민하고 있는 현재의 대한민국의 모습이 저자의 삶과 정확히 겹쳐서 보인다. (그러므로 비록 일개 개인의 삶이라도 맥락에 따라서 얼마든지 거대 담론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다시 한번 주장하는 바이다.) 따라서 과거의 한국의 모습으로 부터 어떻게 현재까지 이어져왔는지 궁금한 젋은 독자들이라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보고 부모님 세대를 이해해보는 것도 좋겠다.
마지막으로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저자의 끊임없는 시도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제 그만 쉬어도 될 연세라 봐도 무방하고, 출가한 자식들의 삶을 뒤에서 지켜보며 인생의 후반부를 정리해도 이상하지 않을 때인데, 다시 한번 택시 기사(그것도 무려 타다)로 근무하고, 또 그 와중에 지역 기자로 활동하시는 정력적인 모습을 보며 삶의 끈질김을 느낄 수 있었다. 비록 그것이 주변의 환경적 요인이든, 자신의 자의적인 선택이든 간에 연배와 관계없이 늘 도전하는 모습은 존경을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가시는 우리들 부모님의 모습 또한 겹쳐서 보이므로 감정적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4. 아쉬운 부분...
만일 이 책을 냉정하고 차갑게 평가하자면 그저 일개 개인의 자서전에 가깝고, 대중들에게 크게 어필할 만큼의 극적 전개도 없는 신변잡기적인 에세이쯤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을 그렇게 결코 폄하하고 싶지 않다. 이 책은 한 가정의 삶을 지켜온 가장의 일생의 이야기이며, 그 애환과 경험을 고스란히 투영한 소중한 삶의 기억이다. 별다른 수사의 배치가 없어도 바로 우리 곁에서 살아숨쉬는 우리들 부모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때문에 저자의 의도를 어렴풋이나마 이해하는 나로써는 어지간한 고전 소설보다도 흡입력이 있게 다가왔다. 이 분의 삶의 한 부분이 고스란히 내 마음 속으로 다가오는 그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이 책의 완성도에 대해 논의를 그만두게 되었다. (내가 그 분의 삶의 한 부분을 이해하고 있는데 감히 평을 하는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진 것도 있다.)
다만, 인간의 기억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 미화되는 측면이 분명 존재한다. 아픈 기억은 사진한장도 남기기 싫어하고, 설령 있다하더라도 그것을 다시 드러내는 것은 자신의 어떤 치부나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므로 쉬운 선택이 아니다. 더욱이 저자의 큰 따님은 이른 나이에 안타까운 선택을 한 사연도 존재하니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하지만 저자의 삶을 들여다보는 나로써는 몇몇 실패나 아픈 기억에도 사진이나 기타 기록들을 보고 싶은 마음은 다소 존재한다. 저자의 아픔을 반추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온전히 그대로 이 분의 삶의 역사를 보고싶은 독자로서의 욕망이라 할까. 그러나 앞서 언급하였듯이 어떤 부분은 지극히 개인사적인 부분이 있으므로 이 아쉬움은 잠시 접어두기로 하였다.
5. 나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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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와 나는 나의 어머니의 삶을 돌이켜본다. 내가 기억이 남아있는 연령때부터 시작하여, 내가 느끼는 어머니의 이미지에 남이 들려준 어머니의 모습을 덧칠하여 전체적인 그림을 하나 그려본다. 그 그림은 그다지 그윽하지도, 화려하지도 않다. 때로는 수수하게, 어느 부분에서는 눈물자욱이 남아있는 그런 투박한 그림에 가깝다. 그러나 그것이 보통인의 삶이다. 우리 대부분의 삶은 화려하게 채색된 웅장한 그림아 아니란 말이다. 하지만 그 어떤 그림보다도 더 강렬하게 다가온다. 그것은 동시대를 살아온 타인들도 비슷한 감정과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코 그 그림이 남의 그림이 아닐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순간, 위의 "화려한 그림"의 생명력을 뛰어넘는 것이 된다. 현재 선진국인 대한민국이 상상하기 힘든 질곡의 삶을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 어떤 드라마나 영화보다도 움직일 수 없는 생명력이 있다. (최근 베스트셀러인 "파친코"의 이민진 작가의 힘도 여기로부터 비롯된다고 나는 믿는다.) 소중한 기억을 일깨워준 작가에게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앞으로도 인생 여정에서 뜻하는 바를 이루시길 진심으로 바란다.
#길위의행복 #황성규 #메이킹북스 #에세이 #택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