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얻는 지혜 (국내 최초 스페인어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46
발타자르 그라시안 지음, 김유경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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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MAN의 북 리뷰 시리즈 01-24 : 사람을 얻는 지혜, 발타자르 그라시안 저, 2022(1647)


* 본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이 글은 서평단으로서 개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도서협찬

1. 들어가며...

돌아가신지 20년이 됐는데 아직도 제게 가르침을 주시는군요...!

위 대사는 영화 "아이언맨 2 Ironman 2 (2010)"의 한장면에서 나오는 토니 스타크의 감탄이다. 극중에서 주인공 토니 스타크는 가슴에 위치한 "아크 원자로"의 동력원이 거꾸로 자기의 생명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자, 대체할 물질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그러나 시간만 흘러가고, 좀처럼 해결책이 나오지 않아서 애를 태우던 와중에 과거에 아버지(하워드 스타크)가 남긴 영상과 유품에서 힌트를 얻어 "신물질"을 합성하는데 성공하며, 아버지의 혜안에 경의를 바치며 이 대사를 내뱉는다.

우리가 가끔 "고전"이라는 것들에 매료될 때가 언제인지를 떠올리면, 앞서 서술한 상황이 자꾸 겹쳐진다. 구시대의 유물이라고 폄하하거나 무시하기 일쑤인 것들에서 생각하지도 않게, 오늘의 현재에도 그 해답의 실마리를 얻고 도움을 받을 때의 그 경외감... 그것이 바로 우리가 "고전"에 열광하는 이유일 것이다. 비단, 문학 뿐 아니라 인간의 행위 양식 전반에 걸쳐서 고전은 유산으로 남아있고, 우리는 여기에 많은 빚을 지고 있다.

2. 저자의 의도...

본 저서는 스페인의 위대한 작가, 발타자르 그라시안 Baltasar Gracian (1601~1658)의 역작이다. 17세기 유럽 인문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종교인이자 사상가이며, 다수의 저작이 알려져 있다. 그중, 이 책은 평소 자신의 설교 중 큰 반향을 일으킨 것들을 모아 집대성한 작품이다. 오늘날의 기준으로 바라보면 일종의 "처세술"에 가까운 내용이지만, 당대의 분위기를 고려하면 아마도 "진리"의 탐구와 "인간 내면의 성찰"에 대한 사상을 확립하고, 독자들에게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일종의 "잠언집"이다. 성직자로서 일반 대중들을 설교할 때의 경험과 더불어 간결하고도 명료한 인용이나 문장도 적절히 구사하며 독자들을 매료시킨다.

3. 인상적인 부분...


먼저 이 작품의 외견상 구성과 더불어 서술하는 방식을 따라가며 느낀 생각은 아우렐리우스 Marcus Aurelius 의 "명상록 Meditation"이다. 비록 황제였으나, 스스로 스토아 학파의 철학자였던 아우렐리우스는 일기의 형식을 빌려, 자신의 단상과 지혜, 그리고 교훈에 대해 구도자처럼 기록을 남겨두었고, 이는 현재까지 그의 모든 것을 대변하는 대표 역작으로 남아있다. 나는 본 작인 "사람을 얻는 지혜"는 다름아닌 그라시안 자신의 "명상록"이었고, 그 위대한 고전에 비견되는 역작을 남기고 싶었던 야심을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야심은 성공했다!)

게다가 이번 서판에서는 위에 지적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 한 페이지씩 할애하여 마치 일기를 읽는듯한 가독성을 최대한 살린 편집을 취하였고, 이는 매우 적절했다고 칭찬을 아끼고 싶지 않다.

그런데 매우 흥미로운 점은 이 작품을 읽으면서 자주 보게되는 각종 그리스 신화의 신들의 이름이나 일화들, 그리고 저자의 몇몇 문장들의 유연함은 놀라움을 안겨준다.

모든 사람은 저마다 우상을 섬긴다...(중략) 따라서 저마다의 우상들을 알아내 효과적으로 자극하는 것이 다른 사람을 움직이는 기술이다...

앞서 밝혔듯이 그라시안은 엄연한 로마 카톨릭 사제이다. 매우 엄격한 카톨릭의 전통과 규율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으며, 이는 필시 문제가 될 여지가 다분했을거라 짐작된다. (실제로도 말년에 교회의 허가없이 책을 출간했다는 이유로 처벌과 감시를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의 문장처럼 과감히 주장을 하는 모습에서 종교인이라기 보다는 사상가로서의 측면이 더 엿보인다. 오히려 이와 같은 유연하고도 현실적인 측면이 후대에도 지속적으로 추앙받은 근본 이유가 아닐까 사료된다. 단지 종교적 편협함에 머물러 "도덕성"을 설파한게 아니라, 인간 근본의 성찰과 그에 따른 진솔한 고백의 힘은 필시 독자들에게도 매우 설득력있게 다가왔고, 이후 지대한 영향력을 미친 저서로 남게된 힘이리라.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그 문장에 담긴 "통찰력"의 힘은 그 어떤 미사여구로도 표현하기 힘들다. 우리가 "성경"이나 불경"을 읽을 때 받는 그 아우라는 문장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말씀"이란 단어를 쓸 정도로 독자들에게 절대적이다. 시대의 흐름과 관계없이, 인간의 근본을 지적하고, 사람들간의 관계에 대해 조언하며, 그 "혜안"으로 마치 우리를 꿰뚫어 보는듯한 그 느낌은 엄청난 힘이자 권위로 자리잡게 된다. 나는 이 책 또한 그러한 아우라를 분명히 가지고 있다고, 단언코 말한다. 몇 줄을 읽어보면 그 힘에 매료되어 탁월한 지혜의 향연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는 위대한 작품이다.   

4. 아쉬운 부분...

누군가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처럼 일반화의 오류나 너무나도 선명한 저자의 주장에 때로는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오류를 말하고자 하는게 아니다. 그라시안의 의도와 생각은 4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며, 절제의 미덕을 잃어버린 현대에 이보다 더 좋은 조언을 해주는 작품은 없다. 간결하고도 여운을 남기는 그의 문장과 비유들은 오늘날에도 여전한 감흥을 안기며 그 빛을 발하고 있다. 다시말해, 나는 이 책에서 흠결을 찾기를 포기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 책은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과 더불어 또 하나의 내 인생의 책이 될 것이다.)

5. 나오며...


"고전"은 영원불멸하다. 그 수많은 시간의 도전에도 살아남아 여전히 우리에게 감흥을 주는 존재이다. 때문에 사람들은 "고전"을 읽는다. 그리고 그 권위를 가지고 우리보다 더 오래 살아남아 후대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다. 이 책 또한 몇 백년의 담금질에서 생존하여 오늘의 나에게 말한다. "인간의 내면을 이해하고, 지혜를 목표로 삶을 영위하라..." 라고...나는 기꺼이 그라시안에게 응답할 것이다. "나 또한 당신의 생각을 존중하며 오늘을 살아가겠노라고..." 

#사람을얻는지혜 #발타자르그라시안 #현대지성 #니체 #쇼펜하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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