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난청 - 음악에 관한 어떤 산문시
조연호 지음 / 난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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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MAN의 북 리뷰 시리즈 01-23 : 행복한 난청 음악에 관한 어떤 산문시, 조연호 저, 2022


* 본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이 글은 서평단으로서 개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도서협찬

1. 들어가며...

I'm singin' in the rain
Just singin' in the rain
What a glorious feeling
I'm happy again.
I'm laughing at clouds.
So dark up above,
The sun's in my heart
And I'm ready for love.

사랑은 비를 타고 내려 추억은 비를 타고 흘러
내리는 빗소리에 또 그댈 떠올려요
눈물은 비를 타고 내려 기억은 비를 타고 흘러
굳은 가슴 적셔 놓고 떠나가네요 비를 타고

위 가사는 영화사상 가장 아름다운 장면 중 하나로 늘 꼽히는 "사랑은 비를 타고 Singing in the rain (1952)"의 동명의 곡을 부르는 한 장면이다. 너무나도 우리에게 그 이미지가 잘 각인되서 무수히 많은 매체에서 끊임없이 회자되고, 인용되는 명장면이다. 그런데 정작 위에 언급한 그 가사를 들여다보면 그다지 대단할 거 없는 통속적인 내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누구나 알고 있다. 왜일까.... 아마도 사람들의 뇌리속에는 비가 내리는 가운데 행복에 찬 표정으로 흐르는 선율을 따라 기꺼이 사랑에 대한 찬미를 바치는 진 켈리의 그 유려한 "율동"에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그 "몸짓"에는 주인공이 느끼는 그 순간의 감정이 녹아있고, 마치 마법과도 같은 몸짓으로 우리에게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그 장면이야말로 우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명장면의 비결이 아닐까...

사실 "음악"의 힘은 참 오묘하다. 수학적으로 일정한 규칙을 가지는 음의 집합이 패턴을 가지고 흐르는 가운데, 우리의 뇌가 즉흥적으로 그에 반응하는 "지각현상"일 뿐인데, 우리가 느끼고, 영향을 받는 그 힘은 지대하다. 우리는 격랑의 감정으로 이끌기도 하고, 홀로 고요한 남극에 가두어 두기도 하니 말이다. (심지어 애국가를 생각해보시면 그 힘을 쉽게 느낄 수 있다.) 이처럼 인류는 유사 이래로 음악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역사를 가져왔으며, 이는 현재에도 유효하다.

2. 저자의 의도...



저자는 지금까지 시인으로 활동한 정식 작가이고, 다수의 수상 경력을 자랑하는 중견 시인이다. 그런데, 정작 이 저서는 외견상 "시집"은 아니고 일종의 "에세이"에 가까운 모양새를 띄고 있다. 그 흔한 사진이나 일러스트도 없고, 매우 건조하게 보이는 "딱딱한" 그런 글 말이다. 하지만 작가가 서문에서도 밝히듯이 이 책은 단순히 그런 책이 아니다. 매우 정교하고 섬세하게 정제된 언어로 삶에 대해 단상들을 "음악"과 관련하여 풀어나가고 있으며, 그 흐름은 자기의 주관적인 의식의 흐름에 따른다. (일반적인 서사가 아니다.) 따라서 보는 사람에 따라 매우 불편할 수도 있지만, 마음을 열고 쭉 지켜보면 저자의 생각의 흐름에 동참할 수 있게된다. 마치 데이빗 린치 David lynch의 영화를 보듯이 서사가 무시되고, 일련의 "이미지"의 연속으로 일관된 영화를 보는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때문에 저자는 "누군가에게는 이 책이 산문으로 읽히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운율로 보일 것"이라고 단언한다.

3. 인상적인 부분...

먼저 작가가 좋아하는 취향의 음악적 스펙트럼에 일단 눈이 띄였다. 순수문학에 가까운 작품들을 주로 내놓았고, 흔히들 생각하는 "클래식"같은 순수음악을 들을거라 고정관념을 가지기 쉬운 배경임에도 그 목록을 보면 대단하다. 70년대 프로그레시브 락 Progressive rock 으로부터 90년대 모던 락 Modern rock, 제 3세계의 민속음악까지... 일관성이 없다고 느껴질만큼 방대함을 자랑하지만, 작가의 생각을 따라가보면 일면 이해가 가는 면이 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삶의 한 순간에서 어떤 상념이나 사색을 각인시키기 마련이다. 다만, 이를 의식적으로 하지 않아도 무언가 대상에 연동하여 이 작업을 하게 된다. (이걸 우리는 보통 "추억"이라고들 한다.) 따라서 작가는 "음악"이 그 대상이고, 이는 마치 최근 헐리우드 영화에서 보는 "음악이 영화의 이미지를 선행해서 배치되는" 작업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저자는 음악을 대단히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느껴지는 대목이 보인다. 그냥 그 음악의 단순한 정보를 소개하고, 분석하는 글이 아닌 음악에 실려있는 "정서"와 작가가 각인된 "기억"의 단편을 중심으로 이미지들을 서술한다. 따라서 이 흐름에 동참한 독자들은 작가의 의식 흐름과 동기화되어 같이 음악을 듣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이런 서술이 가능할려면, 나는 그 음악을 "사랑"하고 있다고밖에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마치 우리가 사랑하는 상대방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하며,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관심을 두는 것처럼 말이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이해한다"는 말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곡들에 대한 애정이 자연스럽게 묻어나오고, 그 주관적 서술을 매우 섬세한 단어들의 선택을 통해 운율감있게 전달하고 있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4. 아쉬운 부분...

이 책은 지극히 사적인 감정과 취향에 관한 책이다. 또한 서두에서도 그러한 의도를 천명하며 독자들을 자신의 서사로 이끌어 나가고 있다. 따라서 독자들에 대한 배려는 의도적으로 배제된 느낌이다. 선곡의 센스도 마찬가지여서 저자의 감상을 이해하기 위해 해당 곡의 느낌을 가지기 위해서는 독자 스스로 "부지런해지는" 수밖에 없다. 나도 상당히 음악을 많이 들어온 애호가라 자부하지만 나조차도 처음 듣는 음악가들이 있는 것을 보면 쉽지 않은 일이다. 음악에 대한 서술인데 음악없이 되겠는가! 게다가 음악의 느낌에 대해 자의적인 감성을 주석으로 달고 있는 서적인데 말이다. 따라서 독자들이 접할 수 있는 범주 내의 곡들을 좀더 택했으면 어떨까하는 아쉬움은 있다. (그러나 요즘 "유투브"의 힘을 빌리면 그다지 어려운 일도 아닌것 같다. 정말 웬만한 곡들은 다 찾아볼 수 있으니 말이다...격세지감을 느낀다.)

5. 나오며...

다시 한번 말히지만, 이 책은 음악의 소개에 대한 책이 아니다. 분명히 이 책은 "음악을 듣고 난 그 느낌"에 대한 책이다. 따라서 그 음악에 관한 담론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음악을 듣고난 후의 생각과 단상들이 난무할 뿐이다. 그러나 저자의 생각들을 난 좋아하게 되었다. 단순히 어떤 곡을 "해부하듯이" 감상평을 늘어놓는 글을 기대하고 이 책을 본 것이 아니다. 설령 그에 대해서 동의를 하지 못할 지언정, 나는 저자가 느낀 그 감성을 느끼고 싶었을 뿐이다. 이 지점에서 이 책은 충분히 그 역활을 다했다고 말하고 싶다. 더욱이 특유의 감수성이 가득한 표현으로 말이다. 술 한잔에 인생을 노래하는 그 느낌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라고 추천해 드리고 싶다.

#행복한난청 #조연호 #난다출판사 #호호당 #에세이 #책스타그램

@hohod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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