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MAN의 북 리뷰 시리즈 01-22 : 죽은 자 곁의 산 자들, 헤일리 켐벨 저, 2022
* 본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이 글은 서평단으로서 개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도서협찬
1. 들어가며...
선생님 : (동수의 볼을 잡고) "느그 아버지 뭐하시노? 말해라 아부지 뭐하시노!"
동수 :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장의사입니더..."
선생님 : (화가 나서) "장의사?! 그래! 이놈아, 느그 아부지는 죽은 사람 염해가며 니 공부시키는데, 공부를 이 꼬라지로 하나, 으이?! (바로 따귀를 날린다.)"
위 대사는 우리에게 아주 친숙한 영화 "친구(2001)"의 유명한 한 장면이다. 영화속 장면에서 성적 미달자들에게 체벌을 가하는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모진 말을 날리는 장면인데, 대사속에서 우리가 "장의사"라는 직업에 대해 가지는 편견을 은근히 보여주는 한 대목이다.
비단 우리 뿐만이 아니다. 모든 문화권에서 예외없이 "죽은 자"들을 대면하고, 다루는 직업들은 두려워하며, 천시 여겨왔다. 분명히 인간의 "생과 사"는 모두에게 공평히 존재하지만, 유독 죽음과 관련된 직군들에 대해서 편견이 존재해왔다. 왜일까...그것은 아마도 인간의 죽음에 대한 막연한 공포와 거부감의 산물아닐까 싶다. 의도적으로 금기시하고, 외면하여 애써 그 "죽음에 대한 공포"를 숨기고, 망각하고자 하는 인간의 헛된 욕망을 나타내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정반대로 철학과 같은 분야는 일찍부터 죽음에 대해 끊임없이 다뤄왔다. 왜냐하면 죽음에 대한 모든 공포와 의문은 "죽음 후의 정보"가 이 세상에 없기 때문이다. 수많은 의문과 의미부여, 그리고 사색이 난무한 가운데, 그 누구도 정확한 해답는 제시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음 자체는 명백히 삶의 기준이 되었고, 통상 "메멘토 모리 Memento mori..."로 대표되는 주제는 지금도 여전히 논의 중이다.
2. 저자의 의도...
저자는 작가이자 저널리스트로서 활동하고 있는 여성이다. 서문에서, 성장 배경에 만화가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사물에 대한 관찰이나 묘사에 대한 남다른 기회가 있었던 것으로 밝히고 있다. 그 중 특이하게도 "죽음"의 이미지에 대한 고찰이 어린 시절부터 있었던 것으로 나오며, 살아가면서 인생 전반에 걸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온다. 저자가 이 책에서 의문시하던 것은 주로 죽음을 대하는 일반적인 "살아있는" 우리들의 모습, 생각, 의미부여가 아닌, 어쩌면 냉정하고도 다소 집착이 담긴 (자칫 잘못하면 네크로필리아 Necrophilia로 비칠 여지도 다분한) 죽음 자체의 이미지와 그것을 대하는 다양한 인간상들의 담담한 모습이다. 장의사, 해부학자, 데스마스크, 사형집행인, 화장터 기사 등등...어쩌면 매일 무감각하게, 단지 "일"로써 죽음을 마주해야만 하는 그런 사람들을 일일히 취재하고, 인터뷰하며 우리에게 그동안 너무 과장되기도, 또 너무 과소평가되기도 하는 죽음의 이미지에 대해 다른 시각을 전달해주는 일종의 르포르타주이다. (매우 드라이하게 최대한 다룰려고 하는 의도도 보인다.)
3. 인상적인 부분...
일단 책을 읽어나가면 아마도 대부분의 독자들은 저자의 "특이한 취향"에 대해 의심할 구석을 가지게 될지도 모르겠다. 더욱이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죽음의 이미지와 사체에 대한 관찰, 또한 그런 것들에 대한 욕구들을 간간히 밝히고 있다. 물론 "개인의 취향"이라 존중하고 넘어갈수도 있지만, 죽음이라는 미지의 것에 대한 "원초적인 마력"과 그 이미지에 탐닉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그 강렬한 이미지는 인간에게 있어서 지대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고, 종종 예술작품에서도 나타난다. 저자 또한 그러한 힘에 압도당한 것이 아닐까 추측되고, 어찌보면 그것을 그렇게 담담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 오히려 솔직한 인간 본연의 모습이라고 개인적으로 느껴졌다.
또한 우리가 일반적으로 살아가면서 소위 "큰 일"을 당하기 전까지는 만나볼 일이 없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게다가 그 사람들의 공통된 면모가 죽음과 마주하는 직업을 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이 특이하다.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사회에서 드러나지 않게 활동을 하고, 또한 그런 사회적 편견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결국 죽음 또한 인간의 당연한 삶의 일부분이며 이를 일찍이 자기의 업으로 받아들인 사람들이고, 이들이 대하는 죽음에 대한 자세는 우리와는 크게 다르다. 저자는 그런 부분을 가감없이 기록하며, 그들 또한 인간이고, 자신의 삶의 영역에서 죽음을 받아들인 용기있는 분들로 묘사하고 있다. 나 또한 그들에게 어떠한 사회적 편견없이 인간의 고귀한 마지막을 정중히 대하는 그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왜냐하면 오직 "인간만이 다른 인간이 죽었을 경우 묻어주는" 감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르포르타주를 표방함에도 불구하고, 사진이나 스킬텃들의 이미지가 하나도 없는것이 눈에 띈다. 위에서 지적했듯이 죽음의 현장이나 모습을 보고자 하는 욕망은 다들 내면에 숨겨져 있지만, 그것을 표면적으로 드러내는 순간 그 함의가 저자의 의도와 달리 전달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한 듯 싶다. 다시말해, 의도적으로 죽음의 현장을 보여줌으로써 왜곡된 이미지를 전달하지 않도록 최대한 드라이하게 서술을 했다는 것이다. 대신 글로써 세세한 디테일과 장면들의 묘사는 생동감이 있다. 그럼으로써 우리가 최대한 객관적으로 죽음을 "직시"할 수 있게끔 하고, 우리 삶의 한부분으로 받아들여졌음을 의도한 것이 엿보인다.
4. 아쉬운 부분...
최근에 "웰빙"을 넘어서 "웰다잉"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만큼, 죽음에 관한 성찰과 의미를 표방하는 저서들이 꽤 발간되었다. 이 책에서와 같이 타국 사람들의 시선이 아니라, 국내 작가분들도 상당수 저작을 한 것으로 기억한다. 따라서 이 책 또한 시류에 편승한 기획이라고 다소 폄하될 여지도 존재한다. 그러나 실제 책을 읽어보면 꽤나 진지한 작품이다. 적어도 망자에 대한 예의를 지키면서도 죽음에 대한 단상들을 등장인물들의 입을 빌려 이야기하고 있어서, 상대적으로 그런 의도는 보이지 않는다. (오해없으시길 바란다.)
또한 얼핏보면 꽃에 가까운 표지디자인으로 인해서 곡해를 당할 여지도 존재한다. 허나 책을 다 읽어보면 너무나도 무거운 주제와 담론으로 갈수도 있는 관계로, 의도적으로 이런 디자인을 택하지 않았나 추측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맨스 소설같은 뉘앙스의 표지때문에 이끌려 이 책을 편 독자가 크게 당황할 일은 없으시길 희망한다.
5. 나오며...
우리는 누구던 한번은 죽는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다가온다. 다만 불친절하게도 그 때가 언제인지, 어떤 상황에서인지 우리에게 가르쳐주지 않을 따름이다. 따라서 우리 미약한 인간들은 불만을 가지고, 그 힘을 경배하면서도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실제로 죽음 자체는 그 어떤 사상적 배경이 없다. 그저 삶의 일부일 뿐이다. 사유하는 우리 인간들만이 이렇게 과도하게, 때론 미약하게 생각할 뿐이다. 우리 앞에 생이 끝나갈 때, 후한도 없고, 미련도없으려면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이자. 이 책의 저자는 그와 같이 받아들이는 과정을 세심하게 묘사하고 있다. 따라서 위와 같은 생각에 동의하시는 독자라면 저자의 글을 한번 접해보실걸 권한다. 그럼으로써 현재의 삶도 훨씬 더 풍족해지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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