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어 동시 말하기 유대인을 넘다
진기석.김현수 지음 / 티오엘에듀케이션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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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MAN의 북 리뷰 시리즈 01-12 : 다국어 동시 말하기 유대인을 넘다, 진기석, 김현수 저, 2022


* 본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이 글은 서평단으로서 개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1. 들어가며...


 

오늘도 퇴근길에 앞 자리에 한 학생이 무언가를 한참 들여다보고 있는 걸 우연히 보았다. 무얼 하고 있나 잠시 봤을 때, 아니나 다를까 "영단어"를 빼곡히 적어놓고 갖은 강조의 필기와 더불어 한참 열중하는 익숙한 광경이었다. 나 또한 학창시절이 있었고, "요즘 시험기간인가?"라는 생각으로 안스럽게 볼법한 그 광경 말이다. 비단 이것뿐이랴... 고개를 들어 광고판을 보면 온갖 토익을 비롯한 언어학습을 위한 광고는 흔하다 못해 발견하지 못할 정도로 매일 지나치기 일쑤이다.

자...무언가 애잔함이 느껴지지 않는가?

이 책은 이 문제에 대해 저자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는 일종의 소개책이다. 얼핏보면 자신의 언어교육 방식을 홍보하고,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책으로 자치 폄하할수도 있으나, 이 책의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개인적인 "언어 교육의 철학"에 대해 나와 생각이 일치하는 지점을 발견하고 놀라우면서도 반가운 마음으로 이 책을 읽어나갔다.

 

2. 저자의 의도...

이 책은 "다국어 동시 말하기"라는 프로젝트를 만든 두 명의 합작에 의한 결과물로 보이며, 한 사람은 대학에서, 나머지 한 사람은 일선 교육현장에서 서로의 생각이 교감되어 이 책을 저술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론적으로 자신들의 이론에 대한 배경을 제공하고,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실험을 하고 얻은 피드백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다만, 너무 장황하거나 뜻모를 단어들의 나열로 인해 대중들의 거부감이 생기지 않도록, 서두부터 실제 현장의 사례를 "르뽀"형식으로 소개하고, 철저히 대중의 눈에 맞춰서 일정 부분 눈높이를 벗어나지 않도록 배려한 부분이 존재한다. 이러한 외피를 바탕으로 저자들이 강조하는 원칙들을 제시하고 실제적으로 어떻게 적용하는지를 상세히 알려준다.


 

3. 인상적인 부분...


이 리뷰를 읽는 독자들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본다. 영미권에서 당신이 순간 재채기를 하면 주변에서 무엇이라 말하는지 아는가? 아마 영어에 좀 더 익숙하신 분들은 다음 대답을 아시는 분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God) bless you..."

처음 영어를 접하는 사람들이나 일상 회화에 아직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당혹스러울 것이다. 재채기를 했는데 이게 무슨 소리여...라고... 그러나 영미권의 문화에 조금만 관심을 가진다면 저 뜻을 이해할 수 있다. 14세기 유럽을 휩쓴 (지금의 펜데믹과 맞먹는) 것은 바로 "흑사병"이다. 이 흑사병은 당시 사회를 지배하였던 기독교 문화를 완전히 뒤흔들어 놓은 세기의 사태라는건 아마 다들 알 것이다. 이 흑사병의 초기 징조가 "재채기"였고, 과학과 의술이 발달하지 못한 당시의 사람들은 "신"이 우리 인간의 영혼과 생명을 앗아가는 징조라고 믿었기 때문에, 상대방에 대해 이런 덕담을 해주었던 것이다. 

자 이제 다시 돌아와서 이 대답을 떠올려보라...훨씬 기억에 남는 걸 느끼지 않는가...

저자의 철학은 바로 이런 내 개인적인 생각과 일치한다. 현재 대한민국 언어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그 목표를 상실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언어는 "그 언어를 쓰는 사람들의 생각과 문화, 정치 체계까지 포함한 복합적인 체계"이고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그것을 최소한도로 어느 정도 이해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언어교육의 제일 첫걸음은 "필요성과 관심"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학생들이나 성인들은 이에 대한 고찰이 없다. 따라서 능률이 오르지 않고, 지속해야할 동력도 상실하며, 급기야 거부감을 넘어선 강박증까지 가지게 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언어습득 (특히 서양권)에 꽤나 강하다고 주변으로부터 말을 듣는다. 그러면서 비법이 무어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을 종종 만난다. 나는 간단히 대답한다. "그들을 이해하고 싶으니까요"..저자 또한 이 부분을 통렬히 지적하며, "거리낌없이" 시도해보라고 한다. 이 언어에 대한 "뻔뻔함"은 꽤 중요하다. 나 역시 오류를 겪을 때가 많지만, 그건 당연하지 않은가...내 모국어도 오류가 날 때가 있는데 하물며 외국어는 어찌하랴..중요한 것은 현재의 자신을 "인정"하고 계속 배우려는 "시도"이다. 이것이 사라지면 언어는 당연히 뇌의 영역에서 기존 체계로 돌아가는 과정을 보일 수 밖에 없다. 저자들은 이런 "퇴행"을 막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제시하는데 그 중요한 맥락안에는 "말하기"로의 회귀가 있다. 눈으로만 보지 말고, 머리로만 생각하려 들지 말고, 직접 사용하고 느끼며, 교감을 하라는 말이다. 언어는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나눌수록 그 다양성과 이해가 커지는 것이 당연하다. 이 기본적인 것을 다시금 우리에게 일깨운다. 거기에 덧붙여 다중언어로 시도해볼 것을 과감히 제안한다. 아마 영어에 익숙해지면 같은 라틴어를 근간으로 하는 타 언어와의 유사점을 종종 확인하게 된다. 스페인어, 독일어, 프랑스어 등등...이 같은 유형의 언어들과 중국어, 일본어 등등의 전혀 다른 언어들을 대비하여 인식체계의 리셋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는 내 주장하고도 일치하여 놀라웠다.) 어려운 작업이지만 가능하다면, 또는 이에 대한 필요성을 공감한다면 한번 해보시면 그 진가를 알 수 있다. 이런 점들을 설득적으로 쉽게 풀어서 설명한 부분은 꽤 인상적이다. 

4. 아쉬운 부분...

이 책은 철저히 대중들에게 눈높이를 맞춘 책이다. 어려운 용어는 가급적 배제하고 매우 가독성을 고려했으며, 이 책을 접하는 독자들이 제로-베이스 zero-base 에서 출발한다고 가정하고 쓴 책이다. 따라서 필연적으로 가벼움을 동반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더 깊은 학문적 고찰을 원하는 독자들은 필자들의 추천 도서를 따라사면 될 듯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언어 학습의 중요성을 강조하므로 영상 매체나 최소한 음성 매체의 동반이 필수적이다. 책에서도 이를 의식했듯이 QR code를 곳곳에 배치하여 그 사례를 간단히 설명하고 있는데 이를 참조하면 보다 더 책의 내용이 전달될 것으로 추측된다. 

5. 나오며...

우리는 우리 문화에 대한 은근한 자부심이 가득함에도 불구하고, 영어를 비롯한 소위 "강국의 언어를 못배워서 안달이 난 민족처럼 보이고, 어찌보면 처연하기까지 할 정도이다. 그만큼 우리는 "생존"이라는 위기감에 강박증에 가까울 정도로 "언어교육"을 강조하고, 이는 유아나 성인이나 구분없이 전반적으로 그러하다. 그런데 정작 왜 배워야 하는가?... 에 대한 질문을 하면 잘 답을 못한다. 누군가는 "시험을 보기 위해"라고 답할지도 모르겠고, 또 누군가는 "승진을 위해"라고 답할지도 모르겠다. 참 안타까운 현실이다. 오죽하면 한글을 버리고 그냥 공용어로 "영어"를 채택하는게 실질적으로 낫지 않냐는 극단적인 주장이 나올 정도이다. 다시 한번 질문으로 돌아가 왜 우리는 이런 집착을 보이는가? 사실 이 질문에 간단히 답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것은 이 질문에 답을 하는 것이 단순히 "교육"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 경제, 문화"의 측면이 다양하게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나는 진단한다. 언어를 진정으로 배우는 "즐거움"으로 돌아가자. 그것을 깨닫지 못하는 당신은 여전히 기존의 악습을 답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다국어동시말하기유대인을넘다 #진기석 #김현수 #티오엘에듀케이션 #스푼북(@spoon_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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