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하고 거대한 감각의 세계 - 초음파부터 적외선, 자기장 감지까지 진화가 선물한 초월적인 동물의 감각
마틴 스티븐스 지음, 김정은 옮김 / 반니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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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MAN의 북 리뷰 시리즈 01-11 : 은밀하고 거대한 감각의 세계, 마틴 스티븐스 저, 2022


* 본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이 글은 서평단으로서 개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1. 들어가며...

혹시 당신은 집에서 늙은 아버지께서 "내셔널 지오그래피" 다큐를 종종 보시던 모습이 익숙하지 않은가? 나 역시 익숙하게 보던 기억이고, 세월이 흘러 이제는 내가 그렇게 되고 있음을 실감한다. 왜일까?... 어찌보면 그렇게 고리타분하게 느껴졌던 기억인데 왜 나는 그 모습을 따라하고 있는가...

아마도 내가 짐작하는 것은 자연의 모습은 그 어떤 것보다도 "경이롭다"는 점이고, 그로 인해  "미약한 우리 자신"의 많은 부분들을 인정하고 자연의 그 힘을 동경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 치열한 생존 경쟁의 장에서 숙연해지기도 하고, 때로는 송골이 묘연해지는 긴장감도 느껴지는 경험은 비단 나만의 것이 아니리라. 이 책 또한, 그런 자연 찬양의 서적 중 하나일수도 있지만, 근래들어 한 단계 더 발전한 과학의 힘으로 더 자세한 생물들의 보고서로 나온 새로운 서적이다.  

2. 저자의 의도...

저자인 마틴 스티븐스 Martin Stevens 는 진화생태학 교수로서 생물들의 "감각"이 진화단계에서 어떻게 발전해왔나를 연구하는 학자이다. 많은 수의 논문과 더불어 내셔널 지오그래픽과도 협업하여 대중적인 저서와 작품들도 남기고 있는 현역의 학자이다. 이 책은 저자의 연구 논문 중에서 대중들에게 알리고 싶은 몇몇 논문들을 모아서 비교적 이해하기 쉽게 (물론 꽤 전문적인 용어도 등장한다.) 엮어서 소개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들 "오감"이라고 말하는 다섯 가지 감각의 장 chapter 들과 새로운 감각이라고 경의를 표하는 "자기감각 Magnetic sense"을 추가하여  총 여섯 개의 장에서 그동안의 연구 성과 중에서 주목할만한 점을 소개한다. 특이할만한 점은 맨 마지막 장인데, 우리 인간이 "자연 환경"을 변화시켜온 만큼 생물들이 어떤 영향을 받아 그들의 감각을 변화시켰는지 까지 소개하고 있다. 우리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 변화시켜온 지구 환경이 다른 종들에게 미친 영향을 지적하여, 그동안 우리가 간과했던 점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기회를 가지게 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3. 인상적인 부분...



이 책을 읽으며 내가 느낀 감정은 실로 다양하다. 우리 인간은 맨눈으로는 감지하지 못하는 "자외선 Ultraviolet"이나 "적외선 Infrared"를 자신의 위장이나, 또는 사냥에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살아가는 종들의 모습에서는 "경이로움"을 느끼다못해, 현재 우리의 최첨단 전투기를 소개하는 영상보다 더 박진감이 넘치는 장면이었다. (심지어 우리 기술보다 효율적이다!) 또한 돌고래같은 종의 "초음파 Ultrasonic"를 이용한 놀라운 위치반향 능력에 대한 대목은 아직도 우리가 바닷속에서 잠수함을 비롯한 그 어떤 도구로도 이들을 이길 수 없다는 데에서 "숙연"해지기 까지 했다. 게다가 상어처럼 극단적으로 "생체전기 Bio-electricity"를 감지하여 그 막막한 대양 속에서 정확히 먹이를 공격하는 모습은 "치열"하다 못해 애처로운 생존의 투쟁을 목도하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이를 두고 "가치판단"을 하지 않는다. 그저 각 종들은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몸부림치고 변화하며, 도태되고 생존해왔다. 오직 "인간"만이 이 진화의 과정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최상의 종으로 규정하고, 주변 환경을 변화시키는 초유의 사태를 벌인다. (더이상 우리는 신체기관에 우리의 생존을 전적으로 의지하지 않는다.) 신이 준 금단의 사과인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많은 문제를 해결해왔고, 또한 더 많은 재앙을 초래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이전의 인류 종말에 대한 단편적인 우려를 넘어서, 근래들어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들을 진지하게 논의하는 것도 그런 반성의 시작이다.

여기서 저자는 좀더 특별한 장을 마련해 우리에게 한가지 점을 시사한다. 그것은 우리가 초래한 기후변화나 환경의 변화가 어떻게 다른 종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지를 아주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예를 들어 "소음공해"로 이미 난청에 가까운 지역도 존재하는 도시에서, 짝짓기와 의사소통을 위한 생물들의 "울음소리"가 기존 자연환경에서 보다 극적으로 높아진다던지, 바다거북의 긴 생존 여정에 중요한 역활을 하던 "빛"에 대한 방향본능이 거꾸로 "어업"을 위한 광원에 이끌려 목숨을 잃어가는 안타까운 사태가 그런 것들이다. 기존의 여러 서적들에서도 보듯이, 다양한 종들의 멸절에 대한 안타까움을 지적하는 책들은 많았지만 이렇게 구체적으로 어떤 점에서 원인이 되어 결과가 어떻게 되어가고 있다는 사례를 접하고 나니 참 무거운 감정이 들었다. 그동안 우리가 너무나 주변에 무관심하게 살아온 것이 아닌가...모두가 반성을 해야할 지점을 학자답지 않게 대중적으로 잘 와닿게 소개하여 매우 좋은 시도였다고 말하고 싶다.

4. 아쉬운 부분...


사실 이 책은 어찌보면 따분할 수도 있는 책이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히듯이 자신의 논문중에서 상당부분을 가져왔으므로, 그 특유의 레토릭이나 딱딱함은 피할 수 없다. 또 그러한 부분이 있는 것도 어느 정도 수긍이 된다. 단지 수사적이고 흥미만을 위해 책을 진행하면 알맹이가 없고 겉도는 글만이 되기 쉽기에 저자는 과감히 용어와 과학적 결과들을 소개해준다. 다만 본인도 글 속에서 인정하듯이 더 자세한 상황까지는 언급하지 않는다. (최근의 유전자를 비롯한 분자생물학의 발전은 실로 놀랍지만, 이 부분까지 인용하면 대중들이 힘들어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 대중들, 특히 과학 쪽에 관심이 없던 독자들은 다소 생소할 수도 있으니 이 책을 잘 읽고 싶다면, 위키백과나 다른 아카이브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겠다.

또한 저자의 연구 결과들은 말로만 보여주는 것으로는 명백히 한계가 있다. 이 책이야말로 총쳔연색의 다양한 감각기관들과 해부학적 도식도, 이해를 돕는 삽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따라서 수정증보판이나 개정판이 나온다면, 보다 풍부한 사진들로 채워진 특별판이 무척 아쉬운 서적이다. 만일 이러한 기획이 성사된다면 거의 대학 교양과목의 텍스트로 써도 무방할 정도의 훌륭한 연구업적으로 이루어진 좋은 서적이 될것이다. 아울러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관련 영상이나 작품으로 기획되도 꽤 흥미로운 작품들이 가능하리라 믿는다.

5. 나오며...

우리가 원하던, 원하지 않던 이미 각 종들은 또다시 생존을 위해 변화하고 있으며, 우리는 아직도 그 댓가가 어떤 것인지 아무도 모른다 자연은 일방적이지 않다. 우리가 가한만큼, 분명 자연은 우리에게 반응할 것이다. 세계 다양한 곳에서 이러한 변화의 징후가 보고되고, 자성의 목소리가 있지만, 이를 수용하고 실천하는 것은 결국 "과학"의 영역이 아니라 "정치"의 영역이 된다. (이를 저자도 지적한다.) 과학은 어느 쪽 선택에도 필요한 이론적 근거와 해결방안을 제시할 뿐, 둘 중 어느 것을 선택하라고 하지 못한다. 이 책을 접하신 독자들은 이 책이 동물들의 "묵시록 Apocalypse"이 되기를 바라지 않으리라 믿고 싶다. 생존을 위해 "감각의 제국"을 만들어온 다른 종들의 노고를 우리 인간들도 이제 존중할 때가 왔다고 확신하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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