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시간에 그리스로마신화 읽기 - 신화의 숲에서 진짜 사회를 만나다
김민철 지음 / 뜨인돌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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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MAN의 북 리뷰 시리즈 01-10 : 사회 시간에 그리스 로마 신화 읽기, 김민철 저, 2022


* 본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이 글은 서평단으로서 개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1. 들어가며...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라는 우리가 잘 아는 고대 함무라비 법전의 구절이 있다. 우리가 잘안다고 생각하는 이 문구는 실은 가장 오남용되는 구절이기도 하다. 원 뜻은 "네가 상대방에게서 받은 피해이상으로 처벌하면 안된다"라는 과잉형벌 중지의 의미인데, 그 본뜻은 어디로인가 사라지고, 문구의 과격함만 남은 대표적인 케이스이다.

이처럼 현대의 우리 주변은 참으로 기묘한 구석이 있다. 인간의 지식 발전이 우주의 근간을 분석하고, 원자를 쪼개는 수준까지 발달하였음에도, 사람들이 흔하게 생각하는 방식에 굉장히 낡은 답습(난 이걸 악습이라고 하겠다.)이 남아있다는 점이다. 왜 그럴까...하는 질문을 던져보고, 현 사회를 진단하며 바라보는 관조자의 입장에서 우연히 이 책을 접하게 되고, 찬찬히 돌아보게 되었다.  

2. 저자의 의도...

저자는 현직 변호사이자 작가로서 활동하시는 분이다. 때문에 현 법체계에 대한 지식은 당연히 해박하리라 예상하지만, 흥미로운 부분은 그 "현대 법지식" 체계로 과거의 그리스 신화를 바라본다는 것이다. 그리스 신화에 익숙한 독자들이라면, 신화의 이야기 속에 얼마나 신들이 오류투성이고 모순되었는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스 극에서도 쉽게 몰 수 있듯이 대부분 "데우스 엑스 마키나 deus ex machina"로 대변되는 신들의 신성불가침에 그냥 굴복하고 이해하고 우리 인간은 운명을 받아들이는 결말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저자는 여기에 신들을 현대 법정에 세우는 시도를 하고 있다. "What if..." 이 지점에서 이 책의 흥미가 유발되는 것이다.


 

3. 인상적인 부분...

저자는 사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지적 유희를 즐기는 사람인 것 같다. 호시탐탐 난봉꾼인 제우스를 "불륜죄"로, 영원토록 바위를 올려놓는 작업을 하는 시지포스를 "노동법"으로, 신들의 비밀을 누설하고 감히 신들을 시험에 들게 한 죄로 본인뿐 아니라 일가족 전체가 저주를 받는 탄탈로스는 "연좌제 금지"의 항목으로 법정에 세우는 기발한 생각을 한다. 그럼으로써 자연스럽게 현대 시민의 덕목과 권리에 대해 일깨워주며, 앞서 언급한 우리 권리의 망각을 조명한다. 대부분 시민으로써 국가 권력에 순응하고,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자신의 발언, 생각을 조절하는데 익숙한 독자들에게 원래 자신에게 주어진 진짜 "권리"가 무엇인지를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 지점은 공교육의 사회, 윤리 시간에 다뤄져야 마땅하거들, 이렇게라도 해야되는 이 현실이 개인적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또한 저자는 인문학적 소양도 상당해서 곳곳에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하인리히의 법칙, 애덤스미스의 정보비대칭에 관한 논의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다양한 지적 소양으로 또한 그리스 신화를 재조명하고 있다. 마치 통섭적 학문을 지양하는 최근의 학계의 움직임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어 매우 반가웠다. 나 역시 "한 개인의 역사는 결국 모여서 우리 시대의 역사가 된다"라는 지점에서 이런 움직임을 매우 반기고 있는데 이를 나보다 앞서 저서에 시도한 작가의 혜안에 칭찬을 아끼고 싶지 않다. 요즘은 소위 "정보의 홍수"라고들 말하며 마치 자기가 전문가인양 거리낌없이 발언하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그 단어 앞에 "쓰레기"라는 단어를 과감하게 덧붙이고 싶은 충동을 가끔 참을 수 없다. 모두가 마치 단편적인, 그것도 검증되지도 않은 지식들의 단편을, 그 짧은 유투브 영상이나 기타 매체에서 접해보고 마치 자신이 다 안다는 착각을 한다는 점이 놀라울 뿐이다. 나는 단지 그런 세태가 무조건 나쁘다고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만큼 자신의 지식이나 사고에 깊이 고민해보고 검증해보는 시간이 너무나도 없이 그저 단지 "소비되는 지식"이 안타까울 뿐이다. 적어도 이런 면에서 저자는 시간을 들여 고민한 결과물로써 이 책을 내놓았으니 이는 존중받아야 마땅할 것이다.


 

4. 아쉬운 부분...

이 책은 추측컨데 성인보다는 청소년들을 대상 독자로 상정한 것 같다. "사회 시간"이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회 수업 시간의 주된 화두들과 연동되는 소주제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책의 일러스트나 구성 또한 성인 취향은 아니다. 다시 말해, 얼핏 보면 "애들 보는 책 아냐"라고 폄하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러나 책의 내용들과 저자가 지적하는 부분들은 매우 날카롭다. 이미 성인들이라도 삶에 찌들어, 사회에 너무 순응하여 살아오며 잊어버린 "권리"들을 지속적으로 말해주며, 이는 매우 요즘 필요한 시도이다. 다만 그 내용이 상당히 방대하게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어, 하나의 장으로 만들 때 애로사항이 많았을 것같다. 차라리 이 책의 가장 하이라이트인 "그리스 신들을 법정에 세우고 판결을 내리는 장면"을 주제로 한 권의 책으로 저술하는게 훨씬 대중들에게 어필하기 쉬울 것같다는 조언을 해주고 싶다. 후에라도 저자께서는 이 테바를 가지고 다른 저서를 내시면 어떨까...하는 아쉬움이 들 정도로 말이다.

또한 "역사에 가정은 없다"라는 반대의 격언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인문학적 문제는 일차원적인 함수가 아니다. 매우 다변수함수에 가깝고, 그 결과물이 복잡한 시스템의 총체적 결과물로 나오는 복잡계 complex system이므로 저자의 결론처럼 단순하게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우리에게 화두를 던지기 위한 도구로서 이 방법을 쓴 것일테고, 나는 그 부분에서 딴지를 걸고 싶지는 않다. 다만 독자들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에 빠지는 또다른 우를 범하지 마시라는 취지에서 지적을 할 뿐이다. 저자의 what if... 전략은 매우 흥미로운 지점이 꽤나 많았으니 말이다.

5. 나오며...

 

자, 그러면 이제 앞서 물었던 "왜 사람들은 현대 사회에 걸맞는 인식을 가지지 못하고, 과거의 악습에 사로잡혀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답해 보도록 하자.

"몰라서....제데로 배운 적이 없어서..."

사실 우리는 자유 민주주의를 헌법상으로 표방하고 있고, 이를 국민들에게 의무적으로 "공교육"을 통해서 알리고, 이 시스템을 평화롭게 유지하는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조차도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라. "자유, 평등, 시민의 권리 등"이 미릿속에서, 말하면서, 자유롭게 나오는 적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는 데에 나의 문제의식이 있다. 왜냐하면 우리 민주주의는 "국민주권"의 원칙으로 되어 있으므로, 그 주체인 우리가 그에 걸맞는 의식을 가지지 못하면 쉽게 휘둘리고, 건강한 사회를 구성하는데 일조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점에서 나는 공교육의 몰락이 심히 우려되는 바이다.) 사람들 개개인의 의식 수준이 높지 않더라도, 이를 균형잡게 견제해줄 "언론"조차도 편향성을 가지고 국민들을 호도하게 된다면, 이는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한국 사회에서 깨어있는 시민으로 살아가기가 참 피곤할 수도 있지만, 어쩌하랴...이것이 우리의 조국이고, 우리의 자화상인걸...

다시 걸음을 시작해서 우리의 것들을 돌아보는 계기를 갖자. 그럼으로써 후대에서 우리는 역사의 한 페이지로 평가할 때, 적어도 비난받는 세대가 되지말 것을 간곡히 말하고 싶다. 저자또한 나의 생각과 일맥상통하는 심정으로 이 저서를 내었다고 믿어진다. 저자의 재미있는 시도에 모두 동참하여 우리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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