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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일본 다른 일본 - 미디어 인류학자가 읽어주는 일본의 속사정
김경화 지음, 김일영 그림 / 동아시아 / 2022년 9월
평점 :
FATMAN의 북 리뷰 시리즈 01-03 : 같은 일본 다른 일본, 김경화 저, 2022
* 본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이 글은 서평단으로서 개인의 의견임을 밝힘니다...
1. 들어가며...
누군가 언제 그러던가...우리 한국 사회에 대해 일갈하는 말 중에서 "이상은 유럽의 복지, 배워온 모델은 미국이나, 정작 수렴하고 있는 모습은 일본"이라고 하는 말을 하던 것에, 무릎을 치며 동의했던 적이 있다. 일본...이 나라만큼 우리에게 무겁게, 또는 감정적으로 다가오는 나라는 없을 것이다. 한반도 역사 내내 우리와 함께했지만, 끝내 우리 민족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기도 하고, 그 상처는 아직 치유되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밀려드는 감정을 차치하고, 어떠한 대상을 객관적으로 먼저 관찰하고, 그들의 방식을 이해하며, 그로써 공존을 하던, 공략을 하던 전략을 택하는 건 그 다음일 것이다. 현재 우리에게 가장 없는 것이 전자이고, 가장 많은 것이 후자가 아닌가 싶다. 게다가 정치적으로 반일의 감정은 모든 것을 뒤엎는 마법의 카드로 쓰이는 작금의 현실 속에서 진짜 우리는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하고 있는지 반성해야할 것이다. 고로 이 책은 가장 최신의 정보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2. 저자의 의도...
본 책에서도 밝히듯이, 저자는 좋게말하면 비교문화학을 하는 학자로, 나쁘게 말하면 두 집단의 어디에도 완전히 몸담지 않은 상황에서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최근의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일본의 현주소 (본인이 느끼는)를 말하고, 한국과의 비교에 주력을 하고 있다. 이미 "일본은 없다" 류의 혐일서적과는 궤를 달리하고, 좀더 최신의 동향을 담으려는 저자의 노력이 엿보이는 책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위험한 서적이 위에 언급한 서적이라 생각한다. 단순히 자위용밖에 안되는, 극히 자의적이고도 자극적인 요소들로만 포장된 서적이야 말로, 우리가 우려하는 일본의 "혐한서적"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또한, 단카이 세대로 대표되는 기존의 일본 세대와 달리, 현재의 젊은이들 (한국에서는 MZ세대라 통칭되는) 에 관한 이야기를 주로 다룸으로써 시의적절함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도 "58개띠"로 대변되는 세대와 "이대남"으로 일컫어지는 세대는 너무나도 그 차이가 극명하지 않은가...두 국가가 공히 고도성장을 해온 사회이고, 그 세대간의 격차는 다른 문화권에 비할 바가 못될테니 말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한일양국의 비교에 최신 업데이트 버젼이라고 할 만하겠다.
3. 책의 가장 인상적인 부분...
무엇보다 이 책의 저자는 양쪽 문화를 실시간으로 비교하고, 분석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인물이므로, 당연히 그 특색이자 장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또한 이 책을 쓰게된 주된 동기라고도 생각한다.) 우리가 미처 접하지 못한 부분이나, 또는 과대하게 포장된 것들을 덜어내고, 무덤하게 자기 느낀 바를 이야기한다. 특히 미디어 부분에서의 지적이나, 변화된 인터넷 환경속에서의 양국의 비교는 눈여겨 볼만한 요소가 있다.
또한 세대의 흐름을 "여성 인권주의"적인 측면에서도 양국을 비교하며, 서로 다른 양상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지극히 변화지 않는 일본의 모습이나, 연일 미디어 상의 일면을 한때 뒤덮던 한국의 모습을 비교하며, 소위 "미투운동"으로 촉발된 여성의 권리나 인식의 측면에서 현 주소를 진단하고 있다. 거기에 더불어 LGBT, 성소수자들에 대한 이야기도 겸하여,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두 사회를 언급하며 시의적절함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마지막으로 여전히 두 사회로부터 소외된 "자이니치" 문제도 지면을 할애하고 있는 부분이 돋보인다. 정말 질곡의 현대사를 온몸으로 관통한 이 분들에게 어느 쪽도 조국이 되어주지 못한 과오와 멸시의 대상으로서 양국으로부터 버림받은 이 비극을 조금이나마 위로하기 위해 시도하였다고 믿는다. 차후에라도 이 문제를 정면으로 정리하려 다루는 책이나 기타 시도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다.
4. 내가 느끼는 아쉬운 부분...
이런 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라는 한계를 극복하기에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다. 다시말해, 내가 느끼고 내가 생각한 두 나라의 비교는, 저자 개인의 생각과 체험을 바탕으로 한 분석...이라는 한계가 명확히 존재한다. (비단 이 책이 문제가 아니라, 비교문화학이라는 인문학적 분야를 포함해 흔히들 보게 되는 사회과학의 방법론상의 문제이다.) 따라서 저자와 다른 경험치나 의견을 가진 독자들에게 있어, 쉽사리 공감을 주지 못하는 대목이 있을 수도 있고, 그를 극복하기 위해 객관적인 지표나 여타 다른 도구를 첨부할 수도 있지만, 그러면 책의 내용이 너무 학술적이고 지루해진다는 단점때문에, 의도한 측면이 있다 하겠다. 그러나 몇몇 구절에서는 개인적으로도 동의가 안되는 부분도 있는듯하여 이 부분은 추후 저자의 다른 연구결과나 저서를 참조해서 판단하고 싶다.
또 한가지 지적하고 싶은 부분은, 이 책에서 저자가 의도한 느낌은 "에세이"에 가까운 정도의 깊이를 가진 책이란 느낌을 주기에는 책의 사진이나 일러스트가 그 임팩트가 약하다는 점이다. 사진만 보더라도 그 내용을 함축하고 있으며, 굳이 설명을 나열하지 않더라도 저자의 숨은 의도를 눈치챌 수 있을 정도로 명료한 시각적 자료를 썼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일본은 꽤나 "진보적"인 때가 있었다. 서구권의 6.8혁명과 동시간대로 일본에서도 "전공투세대"가 존재했으며, 지금도 존재감이 미약하지만 사회주의 계열 정당이 당당히 활동을 하고 있는 나라이다. (굳이 "적군파"까지 언급하지는 않겠다.) 따라서 이러한 큰 시대의 흐름속에 현재 일본의 우경화가 어떻게 전개되어 왔고, 그 뿌리가 어디인지...는 이 책의 몫이 아니라 하더라도, 그 언급없이 현재의 "아베정권"으로 대변되는 극우계열의 이야기만으로 내용을 전개하기에는 분명히 한계가 존재한다.
5. 나오며...
나는 고백하건데, 일본이나 한국 모두 아직도 진정한 근대화를 이룩하지 못한 국가라 보는 쪽이다. 두 나라 모두 아래로부터의 자생적인 "시민혁명"을 겪지 못하고, 위로부터의 개혁을 통해 현재 국가의 초석을 다져왔으며, 그로 인한 한계가 지금에서야 지속적으로 발목을 잡고 있다고 믿는 쪽이다. 아직도 가부장적인 문화, 정치, 교육 등등 사회 곳곳에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마땅히 요구되어지는 수준의 인식이나 틀을 갖추어야 하는 숙제를 늘 안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외형적인 면에서 두 나라 모두 공히 선진국 대열에 끼고 있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과연 그에 걸맞는 사회를 이룩해왔는가에 대해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이 지점을 저자도 일면 인식하는 것으로 보이며, 그에 대한 논의는 다른 서적이나 미디어에서 다루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끝으로, 이 많은 생각과 질문들을 던질 수 있게 해준 기회를 제공한 출판사에 감사를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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