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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이 - O.S.T.
Various Artists 노래 / 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Stone Music Ent.) / 2006년 10월
평점 :
품절
현대 문화에서 entertainment의 큰 두 축을 차지하는 영화와 음악은 그 궤적을 같이 하면서도 또 다른 면을 가지고 있다. 이는 아마도 영화는 시각을, 음악을 청각을 자극한다는 근본적으로 두 다른 감정의 선을 가진 고유의 성질이 아닐까...
허나 현대에 와서 이 두가지는 지속적으로 서로의 영역으로 넘어 들어오며 synergy를 (또는 공멸을) 하는 모습이 자주 발견된다. 이미 국외에서는 허다한 일이지만 국내에서는 요 몇년간의 일련의 흐름에서 이와 같은 모습들을 자주 볼 수 있게 되어 흥미롭다. (이와 같은 흐름에는 최근에 독립적인 영역으로 인정되며 부각된 음악감독들의 위상이 그 반영이라 할 수 있겠다)
각각의 영역에서 서로의 영역으로 들어올때는 그만큼의 장단점도 존재하지만, 이제껏 시간이 많이 지난 뒤에도 우리네 기억속에 존재하는 OST는 2가지의 유형을 보인다. 첫째는 이미지의 우월함이 그 스코어를 특징지어 버린 것이다. (이의 대표적인 한 예는 '모래시계' OST의 "혜린의 테마") 둘째는 스코어의 잔영이 아예 스크린의 이미지를 특징지어 버린 경우일 것이다.(이 예로는 그동안 수도 없이 들어본 수많은 유명 가수들의 드라마 주제가들이 떠오른다.)
이렇게 서로 다른 두가지의 큰 줄기가 서로를 감쌀때 가장 좋은 경우는 무얼까..
개인적인 견해로는 스코어와 스크린에서의 이미지가 유기적으로 조합되어 서로를 뗄 수 없는 것이 가장 완벽한 이상향이 아닐까 싶다. (Wim Wenders 빔벤더스 감독 영화에서의 OST 작업이라든지, Q. Tarantino 타란티노의 곡선정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보라...)
우리 앞에 또다시 놓여진 이 OST는 이러한 두 감정들의 흐름이 적절히 혼합된 전략적인 면이 돋보이는 OST라 하겠다.
이미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의 OST에서 검증된 바 있는, 바로크 음악의 소박하며 우아하고 화려한 고전미가 동양의 고전미와 어울려 그 회화적인 이미지를 돋보이는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다는 성공사례를 이 OST에서도 느낄 수 있다. 드라마 대부분의 score에서 풍기듯이 화려하지만 비장미가 늘 존재하고, 우아하지만 슬픈, 유혹하듯이 넘나드는 선율이지만 슬픈 그 느낌이 그대로 배어 있다. 드라마를 생각해 보자. 황진이는 한낱 조선시대의 기생으로서 당대의 숱한 화제를 만들어내며 남성들만의 시대를 뒤흔든, 또한 그 가운데 지난날의 순정을 가슴에 간직한 여인의 모습이다. 이처럼 이율배반적이면서도 복잡다단한 캐릭터를을 score로서 표현하는것은 쉽지만은 아닌 일이다. 이런 면에서 근래의 OST 중에서 상당히 돋보이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다만 앞서 "전략적"이란 표현으로 언급하였듯이 스코어와 별도로 삽입된 가수들의 주제가에서 느껴지는 다분히 의도적인 면에서 느낄 수 있는 아쉬움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음반시장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구조적 모순과 불황을 느낄 수 있듯이, 결국 "selling"에 관한 적절한 안배가 보이는 곡선정이 옥의 티라면 티랄까... 드라마 진행에서의 이미지와 연관되지도, 어떤 특정 이미지를 결정지을 잔향을 내포한 곡도 아닌 적정 수준의 곡들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느껴진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OST는 그 역활을 나름대로 충실히 다했다고 판단되어 지며, 시장에서의 반응은 그에 대한 반증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score의 그 훌륭함과 더불어 무난한 삽입곡들의 배치에서 그 점수를 주고 싶다.
더더욱 발전해가는 드라마 영역에서의 OST의 진화를 기대하며 이 글을 마친다. (from FAT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