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3일, 나는 고민에 빠진다. 전자책캐시 10만원어치를 지를 것인가 말 것인가.

 

 

  10만원은 절대 적은 돈이 아니다. 하지만 매월 1일부터 3일까지 전자책캐시를 충전하면 마일리지가 두 배로 쌓인다. 10만원을 충전하면 마일리지가 18,000점이 들어온다. 어지간한 종이책 한 권을 살 수 있는 돈이다.

  그러나 역시 10만원은 적은 돈이 절대 아니다. 18,000점 마일리지의 유혹에 이끌려 매달 전자책캐시를 10만원씩 충전했다가는 잔고에 바람 부는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매달 빠져 나가는 돈이 아까워서 월납 저축액도 줄였는데, 매달 전자책캐시를 충전하게 된다면…….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섬 게임하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나에게 다시 한 번 자문한다. 그래서 충전한 캐시가 쓸모없었느냐고, 충전만 해 두고 묵힌 적이 있느냐고. 그렇지는 않다. 어떻게든 ‘총알’을 채워두게 되면, 전자책이 이상하게 눈에 잘 띄고, 그래서 아낌없이 ‘쏜다’. 나는 돈이(캐시가) 있으니까!

  이쯤에서 내면의 양심이 나에게 묻는다. 그렇게 산 전자책, 다 읽었느냐고. 여기에서 나는 할 말을 잃는다. 그렇지. 나와 같이 사는 사람들이 나에게 한결같이 이야기한 건 ‘제발 산 책 다 읽기 전에 새로운 책 또 사는 것 자제 좀’ 해달라는 것이었다. 예전에는 부모님께서 그러하셨고, 지금은 배우자가 그러한다.

  그렇지. 읽지도 않을 책을 뭐 하러 사는가. 영화평론가 이동진은 독서에 허영심도 필요하다고 이야기했지만(보다 자세한 내용을『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이동진 독서법』을 참고하세요)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책을 마구잡이로 사는 것은 내 생활에 맞지 않는, 독 같은 허영이 아닌가. 배우자는 비록 나에게 ‘골프 치러 다니거나 낚시 하러 다니는 것보다는 낫다(=골프채나 낚싯대 사는 것보다는 낫다)’라고 말해주었지만, 남편이 철없이 공부도 소홀히 하고(남편은 현재 수험생이다) 책, 책읽기에만 몰두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답답할까.

 

 

  ……이렇게 마음 속에서 ‘지르지 않기로’ 잠정적인 결론을 내리면 매월 3일이 지나간다. 그러면 남은 27일 동안은, 새로 나온 전자책, 특가 할인하는 전자책들을 쭉 훑어보며 이렇게 생각한다. ‘아, 역시 지를 걸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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