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종류의 SNS를 사용한다. 알라딘 블로그까지 하면 세 종류지만, 이건 이제 막 시작했으므로. 쨌든. 이들 SNS의 초기 타임라인을 구성한 건 N년 전의 나인데, 지금의 나와는 정치적 성향이나 가치관에 약간의 차이가 있고, 인간관계에 대한 생각 역시 다르다. 그 결과 내 SNS 타임라인에서는 주요 대선후보의 지지자들을 모두 볼 수 있게 되었다. 물론 2번 빼고.

  링크한 기사에서는 '대선 과몰입' 현상을 이야기한다. 멋대로 요약하자면, 대선 과몰입이란 지지하는 후보가 비판받는 것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때로는 그 후보를 위해 자발적으로 준-선거운동을 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기사 말미에는 전문가의 의견이 제시되어 있는데, 그는 이 현상을 긍정적으로 보는 한편 이에 따른 해결책으로 '인터넷으로부터의 도피'를 제시한다.


  SNS가 일상생활의 한 부분으로 자리한 만큼, SNS 정체성(identity)을 둘러싼 담론도 많이 생산된 것으로 알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아직 SNS 정체성 담론의 전환적, 보편적 패러다임이 제시되지 않았다고 본다. SNS 정체성과 기존의 정체성 사이의 관계가 서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사람들은 잘 모른다. 사실 잘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기존의 관습 체계, 그러니까 SNS가 지금처럼 익숙하지 않았던 몇 년 전까지의 생각하던 습관에 따라 SNS를 오프라인으로부터 쉽게 분리될 수 있는 것이라 여긴다. SNS에 대한 가장 흔한 비판 중 하나가 '확증 편향'이라는 데에서도 이런 일반적 인식을 엿볼 수 있다. '오프라인과 달리' 자기의 선호 체계에 따라 인간관계를 재구성하고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니 이 얼마나 편협하냐, 라는 생각. 실제로 이 비판은 현상의 경향성을 일정 정도 반영한 것이기는 하다. 하나의 현상을 가지고도 자신의 입장에 따라 해석이 완전히 달라져 버리니 말이다. (요즘 내 SNS 타임라인을 보면 그렇게 흥미로울 수가 없다. 모르는 사람에게 보여 주고 싶을 정도다.)


  그런데 이 비판은 인간관계의 본질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인간관계는 스트레스다.' 사고의 균형을 유지하려면 나와 생각이 다른 이들의 말도 경청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스트레스가 온다. 나만 하더라도, 모 SNS에서 잊을 만하면 한 번씩 그럴 듯한 흰소리로 여성 문제를 호도하는 '자칭 전 논객'을 볼 때마다 '피꺼솟'한다. (알라딘에는 자신의 저서 비판에 장문의 분노를 리뷰랍시고 직접 올리신 분이기도 하다. 페미니스트를 그렇게 싫어하시면서 '페미니즘의 포비아 확산'에 관한 책 어쩌구 '~~~ 페미니즘'이라는 제목으로 곧 출간하신다는 그 분!!!) 그럼에도 그의 SNS 팔로우를 끊지는 않는다. 내 인성이 훌륭해서는 아니다. 다만 남들이 흔히 말하는 대로 확증 편향의 오류에 빠지고 싶지는 않다.


  물론 안다. SNS에서까지 스트레스를 달게 받고자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나 좋자고 하는 건데, 굳이 스트레스 받아야 하나?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에서 나 하나 무기를 내려놓는다고 뭐가 바뀌나? 하는 회의적인 생각도 든다. 사실 나부터가 은연중에 스트레스를 받아 왔는지도 모른다. 당장 이렇게 누가 읽을지도 모르는 글을, 이런 황금 같은 주말에 길게 쓰고 있지 않은가(물론 나는 수험생이므로 주중/주말 구분이 의미 없다).


  탄핵이라는 역사적 전환기 이후의 첫 대선이니만큼 이 대선은 중요하다. 각 후보 지지자들은 인정하기 싫겠지만, 후보들에게는 나름의 한계가 있다. 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중 한 명을 대통령으로 선출하려 한다. 정치가 진정 차악을 선출하는 과정이라면, 우리는 수많은 '그럼에도 불구하고'와 부딪쳐야 한다. 어떤 지점에서 후보를 비판하고 어떤 지점에서 후보를 지지하고 수용하기로 할지, 왔다리 갔다리 하는 생각이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 속에 이미 들어 있다. 이 말에는 '수용'에 무게추가 쏠려 있긴 하지만, 정당한 비판이라면 그 비판을 바라볼 줄도 알아야 한다.

 

  글 쓰느라 나 혼자 시간을 너무 많이 썼다. 할많하않.

 

  *사족: 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칠 때 '예상 독자를 고려하라'고 한다. 이 글을 누가 읽을 것인지 염두에 두고 써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당초 이 글은 내가 이용하는 한 SNS에서 특정 후보를 과도하게 지지하는 지인의 말이 날이 갈수록 과격해지기에 그가 한 번 보았으면 해서 썼다. 누가 어떻다, 이런 이야기를 글에 쓰지 않았으니 당연히 그는 내 글에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 글을 약간 고쳐서 다시 썼다. 그의 구체적인 말들이나 가치관을 여기에 그대로 옮기면 그야말로 '뒷담화'가 되는 것이니, 진짜로 여기까지.

 

  인생은 고통이다. 할많하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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