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질문할 것인가 - 나만의 질문을 찾는 책 읽기의 혁명
김대식 지음 / 민음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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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들의 개성을 존중하고 창의성을 길러주지 못하는, 틀에 박힌 교육’. 한국의 제도권 중등 교육에 붙은 가장 흔한 비판 중 하나다. 교육 문제에 있어 일종의 내부자라고도 할 수 있는 나의 입장에서 본다면 한국 교육에 대한 이 비판은 일반적인 만큼 무성의한 측면이 있다. 한국 사회가 진정으로 개성과 창의성을 반기기는 하던가?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은 아직도 한국 사회의 암묵지이며, 창의성과 열정은 정부와 기업이 국민과 직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착취하기 위한 레토릭으로 전유한 지 오래다. 그러나 개성과 창의성이 기발한 질문과 상상력으로부터 출발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처음에 언급한 ‘틀에 박힌 한국 교육’이라는 언설은 결국 질문이 사라진 교육 현장, 질문의 실종을 당연하게 여기는 교육의 현실을 지적하는 것일 테다.

 

  책 제목은 참으로 정직하다. ‘어떻게 질문할 것인가’라니. 의문문의 형식이지만 사실 무엇이 정말로 궁금하여 묻는 문장이 아니다. 이 문장에는 이미 ‘인간은 어떠한 대상에 대해-그 대상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질문을 던져야 한다’라는 전제가 포함되어 있다. 해답보다는 질문이다. 해답을 얻기 위한 질문이 아닌, “본래의 질문을 정확히 파악”(97)하고 추구하는 일부터 선행해야 한다. 그렇기에 제목에서 방점을 찾는다면 ‘질문’이 아닌 ‘어떻게’일 것이다. 답이 정해진 질문, 질문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질문이라기보다는 주장에 가까운’1) 질문, 하나마나한 질문 등의 ‘유사 질문’은 질문의 본질과는 거리가 먼, 텅 빈 말의 형식일 뿐이다.

 

  저자는 질문의 단초를 고전에서 찾았다. 너무 안전한 선택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사실 고전을 시대적, 역사적 상황에 맞게 재해석한 ‘2차 고전’은, 과장 조금 보태자면 고전의 수만큼 나왔을 것이니 그러한 생각이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이 책은 고전의 재해석에 관심이 없다. ‘재해석’이라는 개념 자체가 질문보다는 대답의 성격이 강하다. 저자는 자신의 고전 감상에 굳이 불필요한 무게를 싣지 않는다. 그저 한 명의 책 읽는 사람으로서 고전을 통과하고, 그 접점에서 발생한 생각의 실마리들. 그 실마리들을 저자는 잠시 붙들었다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다시 날려 보낸다. 또 다른 생각과 질문의 확산을 위해서. “영원히 반복해서 읽을 수 있으면서도 똑같이 두 번은 읽을 수 없는 책”(271)이 비단 제임스 조이스의 『피네긴의 경야』뿐이랴. 그렇게 생각하면, 이 책을 발판으로 독자들은 자신의 삶을 통과하는 고전 읽기와 그로부터 파생되는 질문을 기획하는 데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도 있겠다.

 

  엄밀히 이야기하자면, 저자가 다루고 있는 책은 고전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2년 전 한국에서도 번역 출간된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줌파 라히리의 소설, 거기다 아직 한국에는 출간되지 않은 다양한 저작들까지 망라한 저자의 독서 이력에서 부지런함과 기민함이 느껴진다. 그의 독서 리스트 중 내가 읽은 책은 거의 없다. 그러니 이런 식으로 한 기민한 독서가의 독서 리스트를 공유할 수 있는 것에 나름의 기쁨을 느낀다.

 

  교수/학습 모형 중 ‘현시적 교수법’이라는 것이 있다. 사람의 생각이 어떻게 발생하여 어떤 식으로 확산되는지 정확하게 알 길은 없다. “지극히도 낮은 해상도의 글로 표현하기에는” “내 머릿속에서 동시에 벌어지는 수많은 생각”이 “너무나도 애매모호하고 복잡”하기 때문이다(254). 글을 읽을 때 어떤 식으로 생각을 하고 있는지 가르치는 사람이 배우는 사람의 머릿속으로 일일이 들어가 볼 수 없기 때문에, 가르치는 사람이 먼저 자신의 사고 과정을 입으로 풀어 설명하는 것, 즉 ‘사고 구술’을 통해 배우는 사람에게 시범을 보이는 것이 현시적 교수법의 핵심이다. 이러한 교육학적(?) 시각에서 보자면, 이 책은 한 독서가의 사고 구술을 채록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함께 홀로”(25) 있으니 생각은 혼자서 한다. 그러니 책을 읽고 생각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어떻게 질문할 것인가』를 참조할 수는 있겠지만, 전범(典範)으로 삼아서는 안 될 것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질문을 스스로 떠올리는 과정을 거치면 공동체의 질문 역시 단단해지고 정교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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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권김현영,「질문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다」, 『페미니스트 모먼트』, 그린비, 2017, p. 34.

 

 

*본 서평은 출판사 서평이벤트로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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