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키 선생님 1 세미콜론 코믹스
다케토미 겐지 지음, 홍성필 옮김 / 세미콜론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본 서평은 출판사의 서평단 이벤트에 따라 출판사로부터 『스즈키 선생님』1~4권을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를 살피다 보면 재미있는 게시물들을 접하게 된다. 그 중에는, 게시물의 이미지 또는 사진과 정반대되는(또는 배치되는) 내용의 제목을 붙임으로써 역설의 재미를 주는 것들도 있다. ‘반도의_흔한_○○○.jpg’ 식의 제목이 붙은 게시물들이 대표적인데, 이를테면 ‘반도의_흔한_26세_백수.jpg’라고 제목을 붙이고, 김연아 사진을 올리는 식이다. 이런 유의 게시물에서 ‘흔한’은 본래의 의미를 벗어나 ‘비범성’을 함축하는 단어로 읽힌다.

  작품의 주인공인 스즈키 선생님은 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미혼 남자 교사이다. ‘중학교 국어 교사’, ‘미혼 남자 교사’, ‘남자 국어 교사’ 등으로 단어의 조합 순서를 바꾸거나 일부를 생략해 보아도 여기에서 어떤 특별함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어쩌면 우리의 학창 시절에도 한두 번 쯤은 보았을 법한, 평범한 인물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는 그렇게 ‘흔한’ 교사이기에 교육 현장에서 학생, 동료 교사, 학부모와 부딪치기도 하고 문제를 해결하기도 하며 그만의 교육 ‘실험’을 진행할 수 있는 것이다.

  기존의 학원물에서 보아 왔던 전지전능한 만능형 교사, 혹은 의기충천한 ‘열혈교사’는 작품 안에서의 갈등을 명쾌하고 손쉽게 해결하지만, 그 안에는 교육 구조 혹은 교사의 본질에 대한 고민이 빠져 있거나 부족한 경우가 많다. 왜? 무슨 문제가 일어나든 능력 있는 교사의 손 안에서 모두 해결될 것이므로! 그러나 현실을 생각해 보면, 그런 교사는 없다. 교사들이 학교의 문제를 방기한다는 뜻이 아니다. 학생들과 소통하고 수업에 능숙한 선생님들도 교육 현장에서의 어려움을 이야기한다. 내 주위에 교사를 하고 있는 선후배 및 동기들의 삶을 보면, 학교 구성원들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가 활짝 웃기도 하다 그런다. 그들은 전지전능하거나 항상 열의가 넘치지 않지만, 교육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들도 인간이기 때문이다. 교직에 대한 섣부른 신성화를 시도하지 않고, 욕망과 감정을 가진 인간으로서의 교사를 보여준 점이 『스즈키 선생님』의 가장 큰 미덕이다.

  작품에는 절대적으로 착한 사람이나 절대적으로 나쁜 사람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학교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스즈키 선생님도 ‘고작’ 담임 반의 오가와 때문에 정신을 못 차리기도 한다. 반대로, 교직원회의 때 자신의 주장을 고리타분하게 늘어놓는 에모토 선생님도 인기 투표에서 ‘워스트 2’에 꼽힌 이후로는 자신의 말과 행동이 평소 학생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를 성찰한다. 학생들 역시 마찬가지여서, 그토록 ‘애답지 않은’ 오가와도 자신을 둘러싼 스캔들(?)이 확산되자 끝내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자기주장에 심취해 교실에서 일대 소란을 일으켰던 다케치도 집에서의 숙려 기간을 보낸 후에 학교로 돌아와 학급 친구들과 어울리려 노력한다. 학교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 ‘관계’에서 교육을 이루어나가는 곳이니만큼, 작가가 학교 구성원 개개인에 대해, 그들 간의 역학 관계에 대해 소소한 에피소드를 엮어 세밀하게 보여준 점은 이 작품의 또 다른 미덕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다. 이야기의 전개를 극적으로 하기 위해 인물 간 갈등의 주원인이 후반부로 갈수록 연애, 또는 성적 욕망에 치우친 느낌이 있다. 스즈키의 애인인 아사미가 스즈키의 생각을 조건 없이 받아준다는 점도 아쉽다(물론 중간에 아사미 역시 한 번 ‘잠수’를 탄 적이 있지만, 그 원인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아사미는 거의 인간 이상의 이해심을 가진 듯해 보인다).

  한 차례의 태풍이 지나면 또 한 차례의, 때로는 이전 것보다도 더 큰 규모의 태풍이 다가온다. 교사는 매번 그 태풍 앞에 서고, 해결을 위해 노력하며, 그러한 과정은 매일매일 발생한다. 그것이 학교라는 현장에 선 교사의 숙명이다. 정작 학교 밖에서는, 학교 안에 어떤 태풍들이 오가는지도 모른다. 아니, 모르려 한다. 이 작품은 비록 일본의 교육 현장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교육 주체(학생/학부모/교사) 또는 교육 주체가 될, 한국의 많은 사람들이 읽기에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여겨진다. 작품의 에피소드를 ‘한국화’하여 쟁점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다 보면, 자연히 한국의 교육과 교육 주체들에 대해 새롭게 고민하게 될 것이다. 특히, 교사의 꿈을 향해 매진하는 임용시험 수험생들이 한 번씩 읽어 보면 좋을 것이다.

  흔한, 그러나 흔해서 오히려 비범한 스즈키 선생님이 앞으로 어떤 태풍 앞에 서게 될지, 기대가 된다, 라고 말하는 것은 인간적인 예의가 아니고, 가능하면 그의 입장을 오래 헤아리며, 기다리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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