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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거짓말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7월
평점 :
정이현의 소설은 쉽게 읽힌다는 가장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오히려 그래서 나는 처음 달콤한 나의 도시를 읽었을 때 뭐 재미있긴 한데 이게 소설인가? 하는 의문을 가졌었다. 그냥 시트콤 같았다.
소설은 뭔가 달라야 한다는 나의 편견이 구시대적이라 해도 중고등학교때 문학은 순수함 혹은 인생의 의미 그 자체라는 환상을 가지고 있던 나에겐 뭔가 사회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도 않고 그렇다고 표면적으로 자본주의의 생리를 조소하는 내용 같지도 않은 너무나 평범해 보이는 내용이 소설이라고 일컬어지기에는 기이하다고 생각되었다.
그럼에도 어딘지 모르게 머릿속에 오래 남는 소설이었는데 정이현의 새 소설집 '오늘의 거짓말'을 읽고서야 그 이유가 명확해졌다. 작가가 소설속에서 말하는 태도는 얼핏 체제순응적이다. 아니 체제순응적이다 못해 체제가 유포해놓은 환상을 이용해야 한다는 이데올로기적인 느낌마저 들 정도였다.
그런데 그런 이데올로기(?)를 쫒아서 사는 여자들이 소비자본주의가 유포해놓은 환상을 쫒아 매뉴얼적으로 사는 모습을 미세하게 기술하고 있는 태도를 쫒아가다 보면 어느새 " 그래서 그들은 안전했을까" 혹은 "경계선 안쪽에서 살려고 버둥버둥하는 나는 안전한가"라는 질문에 봉착하게 된다.
32평 아파트와 중형차, 그리고 아이의 좋은 학군을 꿈꾸는, 그 안에 편입되려 애쓰는 30대 주부인나.... 우리는 그 안에 들어가면 과연 안전한 것인가?
체제의 안쪽으로 편입되려 애쓰면 결국 안전해 질 것이라는 것이 환상인가? 아니면 체제를 이탈해서 삶을 꾸릴 수 있다는 것이 순진한 환상인가? 갈수록 모호해진다.
하루종일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소설이었다. 앞으로의 정이현의 소설을 기다린다.